▲현직 체육교사인 김장효영씨김홍주선
10대 청소녀의 '몸'을 위한 체육훈련 프로그램도 있다. 한국여성민우회가 구상하고 있는 '땀흘리는 청소녀를 위한 체육 시간(가칭)'이 그것. 일종의 청소녀 체육 개발 프로그램이다. 민우회는 지역 체육관과 연계해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학교에도 수업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차로 체육 수업 실태조사가 끝난 상태.
이에 이어 수원의 한 중학교 교사인 김장효영(25)씨가 혼성학급 농구수업 18차 지도안 구상을 맡았다.
김장씨는 지난해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주최한 청소녀 대상 '호신캠프'에서 합기도·유도 등의 훈련을 지도하기도 했다. 초심자를 대상으로 '막혀있던' 힘을 표현하고 분출하도록 하는 훈련이었다.
"여자들에게는 흔히 몸가짐도 조신하게 하라고 하죠. 여성들은 일상적인 몸놀림조차 차단 받는 경험이 많습니다. 그것을 깨는 것부터 시작했어요. 평소에 삼킬 법한 일들에 대해 소리 지르기부터."
즐거운 놀이로 '탱탱볼 축구' 같은 게임을 했는데, 공을 던져주면 무작정 따라가는 여학생들을 보면서 '공'이 아닌 '공간'을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주차할 때나 그럴 때 흔히 여자들이 공간 지각력이 떨어진다고 하죠. 그럴 수밖에 없어요. 공간 점유 훈련이 안 되어 있으니까요. 자기 방어라는 것도, 팔을 벌려 자기 공간을 방어하는 것과 밀접한 관련이 있죠."
"뚱뚱하건 말랐건, 내 몸을 받아들여라"
여자로서의 삶에 대한 자각은 때로는 화로, 속상함으로 그를 고민하게 했다. 몸에 대한 경험이 삶을 확장시키는데, 얌전하게 참으라는 주문은 얼마나 여자들의 삶을 좁히는가. 교육 현장에서 혼성 학급을 지도하면, 남녀의 차이는 없다가도 뚜렷이 드러난다는 게 그의 의견이다.
한 예로 아시아 체육 교육, 특히 일본과 한국에서는 농구에서 여학생에게만 '투 핸드 슛'을 가르치는데, 교육선진국에서는 일부러 안 가르치는 기술이다. 힘이 약하고 박진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원 핸드 슛'으로 통일해도 문제가 없는데 고민없이 문제있는 방식을 그대로 답습해서 가르친다.
팔을 흔들거나 하는 동작으로 뛰는 건 "기집애같이" 뛰는 것으로 남학생들 사이에서는 놀림감이 된다. 그러면서도 여자애는 여자애처럼 뛰어야 한다고 은연 중에 강요한다. 이같은 기존의 환경에서는 체육시간에 여학생들은 교사가 잠깐만 눈을 떼도 땅 파고 그림 그리거나 수다를 떨게 마련이다.
체육기술을 알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도 중요한 일. 그런데 마땅한 역할모델이 없다.
김장씨는 "축구 경기를 시킬 때 <슈팅 라이크 배컴>을 틀어줬더니 아이들이 자극을 받아 신나하더라, 자연스럽게 실제 학습으로 이어질 수 있었다"며 "결국 동기 유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체육시간 혼성수업이 오히려 '성별 맞춤교육' 저해
@BRI@우선 덤비는 데' 능숙한 남학생에 비해 여학생들은 사회적 시선에 민감하다. 남성들의 몸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흔히 배가 나와도 '이제 좀 넉넉해 보이신다'는 식의 긍정적 피드백을 받게 마련이다.
반면 여성의 몸에 대해서는 출산중심의 담론이나, 미디어에서 상업적으로 조장하는 과장된 다이어트가 일반적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여성들이 다양한 몸의 체험을 하는 걸 두렵게 만든다. 이런 성차 때문에 그는 분리수업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예를 들면 학교에서 운동장을 분리 할당하여 제공해야 한다, 당분간만이라도. 그것이 제도의 힘이 아닌가."
'성 역차별'이 거론되진 않을까. 안경 뒤로 동그란 눈이 단호해진다.
"아니, 운동장을 반으로 가르자는데, 그게 무슨 역차별인가요? '남학생들이 여지껏 점유했으니 몇 년 동안 운동장 쓰지 말아라' 그렇게 해야 역차별이지.
미국에서는 20년 전 여성 평등 체육 기회를 제공했죠. 각 대학 정부 지원금, 여학생 쿼터제나 운동 팀 성과 시합우승 등을 통해 훈련 트레이닝 등에 필요한 경제 지원을 했는데 이제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짝수 토요일이면 여성들의 축구모임을 한다는 그는 앞으로도 여학생들의 보다 폭넓은 체육 참여를 위한 교수법을 연구할 계획이란다.
인터뷰의 말미, 잊을세라 덧붙이는 말에서 교사로서의 따스함이 일견 날카롭게 스민다.
"높이뛰기를 할 때 앞머리를 잡는 여학생을 보며 안타깝죠. 움직이는 몸보다는 보여지는 존재로서 자신의 몸을 받아들인다는 점 말예요. 교사로서 바라는 거요? 다른 게 있겠어요. 아이가 뚱뚱하건 말랐건, 키가 크건 작건, 가슴이 흔들리건, 실력이 없건, 성별이 무엇이건 간에 상관없이 아이가 자신있게 자신의 몸을 받아들이는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