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간판 내리면 누가 지지하나
386, 노무현만큼 지지 받을 수 있나?"

[단독 인터뷰] 노 대통령의 '동업자' 안희정씨, 3년만에 입 열다

등록 2006.12.07 13:27수정 2006.12.0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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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안희정. 그가 말문을 열었다. 2003년 이후 언론과 갖는 첫 공식 인터뷰다. 참여정부의 탄생 주역인 그는 대선 불법자금 수수로 1년 간 복역한 뒤 지난 2004년 12월 만기 출소했다. 올해 광복절 특사로 사면복권이 되었지만 그는 여전히 자유롭지 않다. '독립' 정치인이 되고 싶어 했지만 그의 이름 앞엔 여전히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 '좌희정' '동업자' 등의 꼬리표가 달려 있다. 그는 현재 노 대통령의 '얼굴 없는 스태프'이자 열린우리당의 당원이다.

지난 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하며 그는 "오랫동안 망설였다"고 말했다. "지위가 없는 사람이 말하는 것은 마치 판돈 없이 고스톱을 치는 것과 같다"며 처지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열린우리당이 스스로 실패했다며 간판을 내리려는 것에 대해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분노한다"며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자신의 독특한 위치로 인해 발생할 말의 파생을 우려해 '수위 조절'에 각별한 신경을 쓰는 눈치였다. 간간이 미리 메모해온 노트를 뒤적이며 답변하기도 했다.

인터뷰 내내 그는 '지켜야 한다'는 말을 많이 했다. 당이 어려울 때일수록 '원칙'과 '중심'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노 대통령을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 응한 이유 가운데 하나로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싶어서"라며 "인간 노무현이 아닌 노무현이 지니는 역사적 가치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의 구상과 속내를 묻는 질문에는 "나는 노무현의 대변자가 아니"라고 일축했다.

당·청 갈등의 본질에 대해 그는 "정당의 정책과 노선이 먹히지 않는 지역적 연고로 행해지는 투표 행태 때문"이라며 "이를 무시하고 만들어진 당이기 때문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어떻게 호남과 영남의 단결이 똑같나' 이렇게 물을 수 있지만 분명한 건 지역적 기반과 연고를 주장하지 않으면서도 제1당이 됐듯이 호남의 민주 역량을 믿어야 한다"며 "소위 김대중 대통령의 '적자'라면서 대북평화 노선을 바꾸자고 한나라당과 논의하는 세력들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근태 의장이 "'신당=지역당'이라는 노 대통령의 규정에 대해 모욕감을 느낀다"고 한 발언에 대해 그는 "원칙 얘기를 하는 건데 '왜 내 논의를 그렇게 몰고 가느냐'고 언짢게 생각했다면 그것은 그 분이 오히려 자기 논의가 오해받을 수 있다는 것을 직시해서 논의를 다시 진행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며 "내용 없이 신당 얘기를 계속 던지니까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노 대통령이 지지자들과의 소통에 왜 실패했다고 보느냐'는 물음에 그는 '우리나라의 헌법 구조와 여당의 한계'를 꼽았다. 헌법 구조의 문제는, 정당과 정파의 대표자로 대선에 출마하지만 대통령이 되고나서는 국가 이익 수호자로 활동할 것을 요구받는, 주전선수로 나왔다가 심판이 되는 식이라는 것이다. 여당의 한계는, 김대중 전 대통령만 해도 30년 동안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소통 기반을 형성할 시간이 있었는데, 열린우리당의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언론의 386 비판에 대해서도 비판했지만, 386 정치인들의 행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그는 "친노·반노·비노란 얘기를 왜 해야 되는지 동년배의 정치인을 볼 때마다 마음이 비참해진다"며 "(대통령을) 같이 지켜줘야 할 여당이 (대통령을) 흔드는 데 무슨 수로 버티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5년 전 김대중 대통령과 국민의 정부가 없으면 우리가 없듯이 이 정부의 실패를 뒤에서 발길질하면 우리의 미래가 어디 있겠느냐"며 "정치권 386들이 노무현만큼 뜨거운 지지를 받을 자신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반문했다.


다음은 안희정씨와의 인터뷰 일문일답이다.

"참여정부와 노 대통령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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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그동안 여러 언론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고사해왔다. 지금 시점에서 인터뷰에 응한 까닭은.
"오랫동안 망설이다가 나온 자리다. 자기 지위가 없는 사람이 말하는 것은 마치 판돈 없이 고스톱 하는 것과 같다. 말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때문에 인터뷰를 계속 미뤄왔다. 하지만 대선 4주년(12월 19일)을 앞두고 혼란에 빠져 있는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함께 이 위기에 대한 함께 해법을 찾고 싶었다.

세 가지를 말하고 싶다. 우선 참여정부와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이해를 구하고 싶다. 가장 가까이서 (노 대통령을) 모셔왔던 입장에서 현재 상황에 대한 이해, 소신을 말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열린우리당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관해서다. 감옥에서나마 열린우리당의 승리를 기원했던 당원의 한 사람으로 스스로 자기 당이 실패했다고 간판을 내리려고 하는 것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 마지막으로 386과 진보개혁 세력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패배를 규정하는 흐름에 대해서 옳지 않다고 주장하고 싶어서다."

- 2004년 12월 출소한 뒤 무엇을 하고 지냈나. 최근엔 전국을 돌며 친노 세력을 규합하느라 분주했다는 소식도 들리던데.
"(출소 후) 2년 동안 집에 있었다. 감옥에 있을 때랑 다르지 않았다. 굉장히 좋은 시간이었고 많은 것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공부했다. 최장집·신영복 등 많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정치활동 하고 세 규합한다고 하는데 그런 활동은 별로 안했다."

- 정치 활동을 전혀 안했다는 건가.
"월드컵 때 우리팀이 1:0으로 지고 있을 때 해설자였던 차범근 감독은 선수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이럴 때일수록 서로 얘기하고 자기 포지션을 외쳐야 한다'고. 11명이 직사각형 내에서 최적의 순열과 조합을 만드는 것이 축구다. 그 역동성이 축구 경기의 흐름을 좌우한다는 해설은 적절했다. 나는 지난 3년 동안 당원들과 선·후배들에게 '이럴 때일수록 대화해야 한다'고 얘기하고 다녔다. 당신들이 내 몫까지 싸워야 하지 않느냐. 이런 것을 (정치) 활동이라 보는 건 어이없다."

- 그렇게 얘기를 하고 다닌 절박함은 무엇 때문인가.
"열린우리당은 지역적 지지 기반을 밑천으로 하는 정치가 아니라 정책과 가치·노선을 갖고 새로운 정치를 하자고 출발한 정당이다. 20세기에서 21세기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1992년 이탈리아의 기민당 정권이 무너지고, 1993년 일본의 자민당 체제가 무너졌지만 그들은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지 못했다. 그와 같은 새로운 출발점인 열린우리당이 어려움에 처해 있어서 마음이 허탈했다."

- 광복절 사면 이후 당이든, 청와대든 공식적인 '역할'을 갖고 활동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는데, 왜 그렇게 안됐나.
"내 위치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정치인이 선거운동을 하면 후보자의 가족들은 궂은 일을 도맡아 해야 한다. 참여정부 기간 동안 입후보자의 가족처럼 소리없이 전체를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자기가 광내겠다고 하면 시끄러워진다."

- 그럼 앞으로 노 대통령 임기 동안 어떤 지위도 갖지 않는 것인가.
"언론이 나를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하기 때문에 활동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독립된 정치인으로서 내게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대통령과 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쓴다. 후반전에 감독이 선수를 교체하더라도 전반적인 흐름을 봐야 한다. 물론 대통령을 모셔왔던 사람이 임기말에 책임지고 대통령을 보좌하라면 후반 종료 5분 남기고도 (청와대에) 들어갈 수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그런 기회는 없었다. 현재로서는 2004년 (총선) 출마를 준비했던 논산 계룡·금산 선거구의 지구당 창당을 주도했기 때문에 원외위원장인 셈이다."

- 노 대통령은 어떨 때 안희정씨를 부르나.
"공식적인 라인에 있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을) 자주는 못 뵙는다. 세상 돌아가는 꼴 보면 '저 놈도 속이 끓을 텐데, 열심히 뛰고 싶을 텐데...' 애처로우니까 부르는 것일 거다. 오랫동안 맺어온 인간적 정 차원에서 뵙는다."

"대연정 제안으로 비로소 20세기를 보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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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도가 한 자리수로 떨어지기도 했다. 거의 '식구'만 남은 수치다.
"고통스럽다. 원인이 있을 것이다. 낮은 지지율을 적대시할 게 아니라 이렇게 된 과정에 대해 무엇을 극복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봐야 한다. 더욱 힘을 내서 뛰어야 된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얘기하는 수준에 멈춰서는 안 된다."

- 무엇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인가.
"지금의 낮은 지지율은 (참여정부) 출발 때부터 예고됐다. 고정적 지지기반이 없는 열린우리당은 만들어진 지 3년 밖에 안됐기 때문에 출렁이는 여론 앞에서 끊임없는 등락 폭을 겪게 된다. 참여정부가 설정하고 있는 새로운 정치는 20세기의 '민주 대 반민주' 전선에서도 답이 안 나오고, '3김 정치'로 표현되는 지역주의 구조로도 답이 안 나온다. '아니 한나라당 사람하고 어떻게!'라는 식의 비타협적 노선이 존재한다. 양 구조로부터 어려움을 당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중첩되어 있다. '대통령이 알아서 해결하라'는 것이다. 도올 김용옥 교수가 '왕이란 이름의 대통령으로부터 최초의 대통령은 노무현'이라 했지만, 여전히 절대권력을 지닌 왕이 법과 제도의 모든 간극을 뛰어넘어 갈등을 조정·해결하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참여정부는 새로운 작동 원리로 대한민국을 출범시키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지지자의 동의를 구하는데 시간이 요구된다."

- 지난 4년이란 시간이 부족했나. 여당인 열린우리당을 과반 의석까지 만들어주지 않았나.
"역사에서 5년은 짧다. 우리가 5년 임기의 집권세력이라는 직함을 위해서 싸우는 게 아니다. 조국에 대한 나름의 애국심과 소명의식이 있다. 그 흐름의 기간으로 봐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과 민주화 운동의 정통성을 지키면서도 영남에서 서너 번 떨어지는 정치가 쉬운 게 아니다. 물론 151석을 준 지지자들의 분통함에 대해 할 말이 없다. 똑같은 마음이다.

성장통으로 봐달라. 이제까지 우리는 무엇에 반대하면서 동지로 뭉쳐봤지만 지금은 무엇을 만드는 과정에서 시련을 겪는 것이다. 우리가 집권세력이 되고 난 뒤엔, 미래에 대해 그 무언가를 합의해야 한다. 지금은 합의하는 과정의 다툼이고 우리가 누구인가를 정의하는 기간이다. 그 과정에서 혼란스러움이 있지만 우리가 우리라는 사실에 주목해 타협과 단결을 끌어내야 한다. 여기서 새로운 정치적 리더십이 나온다."

-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과의 대연정 제안도 나온 것일텐데, 실패한 것 아닌가.
"대연정 제안이 사람들에게 주었던 심적 갈등은 충분히 이해한다. 나도 겪었던 문제다. 1980년 어린 나이에 계엄사에 두들겨 맞고 학교에서 잘릴 정도면 그 후예인 한나라당과 대연정을 하자고 했을 때 어떻게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겠나. 바로 옆에서 (대통령을) 모시고 있는 나도 힘들고 고통스러웠다.

대통령이 왜 그랬을까? 변절한 건가? 왜 저 제안을 할 수밖에 없었을까? 내가 아까 말한 세 가지(지역주의, 민주 대 반민주 구도, 왕으로서의 대통령) 틀에 대한 역사적 인식과 전망을 갖게 된 것은 대연정 제안 때문이었다. 비로소 20세기를 과거로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지지자들과 그 상황을 공감하는 데 실패한 거다. 문제의식이 잘못된 건 아니다."

- 출국에 앞서 당원들에게 쓴 노 대통령의 편지에서도 대연정 때의 문제인식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연정은 당을 합당하자는 게 아니다. 국정운영에 있어 대통령 권력과 의회 권력 간에 새로운 룰을 만들자는 것이다. 과거 밀실야합, 의원 빼오기, 회유, 공작 대신 대통령제 아래서, 헌법 구조 내에서 정상적인 사례를 보여준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앞으로 어떤 정당 문화와 정치를 해야 될 것인지는 다르다. 민주주의 정치체제를 정착시키는데 있어 한국적 사례를 만들어 내야 한다. 일본의 의원내각제는 유럽과 다르지만 그 사회에 맞게 잘 작동하고 있다. 고려말 호족 체제에서 정도전이 왕권과 신권, 민본주의라고 하는 헌법적 질서를 만드는 것과 같은 형태의 출발이다. 그 출발점에서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다. 조금만 더 가자."

- 노 대통령이 (지난 3일) 편지에서 밝혔듯이 지역구도 아래서 여소야대 구도는 국정 표류의 구조적인 문제 아닌가. 그런 점에서 '선거구제 개편 시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지역주의 구도를 해소하기 위반 방법으로 중대선거구제가 제시됐지만 지금 제도 개혁을 얘기하기에는 상황이 어렵다. 지금 당장 여당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데 이후의 정치일정을 잡는다는 건 난감하다. 남은 1년 임기 동안 추진하기 어렵다. 개헌 사항인데, 그거 못한다. 새로운 이슈를 끌고 갈 수 없다. 내년에 대선후보 경선이 있는 와중에 대통령의 이슈와 의제가 여의도에 얼마나 먹히겠나? 자꾸 사람들은 우리를 볼 때 외투 안에 무언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두 주먹밖에 없다. 있다면 원칙이다."

"우리 외투 안에 아무 것도 없다. 원칙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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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노 대통령은 지지자들과 소통에 실패했다. 그 원인은 뭐라고 보나.
"두 가지 구조적인 원인이 있다. 우선, 우리나라 헌법구조가 소통을 어렵게 한다. 대통령은 정당과 정파의 대표자로 대선에 출마하지만 대통령이 되고서는 국가이익 수호자로 활동할 것을 요구받는다. 주전선수로 나왔다가 심판이 되는 식이다. 어떤 이는 이런 헌법 구조를 보고 '죽음의 키스'라고 하던데 대통령제 아래서 역대 대통령은 늘 외롭고 고독했다. 미국처럼 중간선거 있다고 지원유세를 할 수 없다. 지지자는 화끈하게 하라고 하지만 화끈하게 하면 나라 불안하다고 난리난다. 대통령이 터 놓고 의사소통을 못한다.

또 한 가지는 열린우리당이 역사로 보면 갓 자란 나무라서 아직 그 뿌리가 골고루 뻗어있지 못하다. 소통은 관계를 통해서 하게 되는 것인데 관계는 정당의 오랜 지지기반에서 형성된다. 예를 들면 독일과 프랑스에선 단일 유로 시장에 대한 협정안을 놓고 2, 3년째 자기 지지기반과 토론을 하고 있다. 그런데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에는 이런 소통의 구조망이 없다. 대중적 조직기반이 취약하다. 김대중 전 대통령만 해도 30년 동안 정치를 해왔기 때문에 소통 기반을 형성할 시간이 있었다."

- 여당에선 정치는 당에 맡기고 대통령은 외교·안보·경제에 집중하라고 한다.
"행정부는 국회에 이해와 설득을 구하게 되어 있다. 어떻게 여야 관계를 해결하지 않을 수 있나. 이해와 설득을 구하고 합의를 얻기 위한 법과 제도를 추진해야 한다. 그걸 분리하자는 건 굉장히 정치적인 언어다."

- 대통령이 임기를 걸면서까지 나서면 국민들은 매우 불안해 한다.
"지금 처리되지 못한 법안이 2000~3000개가 된다고 하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어떻게 장관들한테 일을 추진하라고 지시할 수 있겠나.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해야 하나' 묻고 있는 것이다. 여당은 (대통령과) 차별화하려 하고, 야당은 무책임하게 나오는데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야 하느냐, 국민한테 얘기하는 것이다. 헌법과 권력을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았는데 국민의 약속을 못 지키는 상황을 국민에게 호소하는 것이다. 식물 대통령으로 임기만 채우는 것은 국가에 대한 의무를 수행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 앞에 놓인 과제를 어떤 방법으로 풀어가야 하는지 문제제기를 하는 것인데, 그걸로 이해하면 그만인데, 대통령의 성격·스타일까지 확대 해석한다. 상대방의 제안을 선의를 가지고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의도가 뭐냐'. 이렇게 받아들이면 그 대화는 실익이 없다. 노무현에 열광했던 이유 중 하나는 꼼수를 부리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이런저런 정치적 효과는 있을 수 있겠지만 원칙에 어긋나는 제안을 한 건 아니다. 의도를 따지기보다 제안의 내용이 적절하다면 논의에 응해줘야 한다."

- 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싶다'고 했다. 책임지는 방법으로 뭐가 있을 수 있나.
"대통령으로서 책임은 국정 공백 없이 임기를 마무리 하는 것이 책임지는 것이다. 국회의 협력을 구해서 국정운영에 차질이 없도록 해야 한다."

- 그게 안 되니까 '임기' 얘기까지 나온 것 아닌가.
"그래서 계속 설득하고 있는 것 아닌가. 당신들이 계속 그렇게 하면 나도 못해 먹는다. 김대중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대북 평화노선과 화해·협력이 최대 과제였다. 그 때 김 대통령에게 어떻게 하실 거냐고 묻는다면 '열심히 할 겁니다'라고 말했을 것 같다. 대통령이 취할 수 있는 선택이 있을까? 답은 차기 리더들이 해야 한다. 어떤 방식으로 풀어나갈 것인지."

- 당 리더들이 대통령과의 차별화에 나섰다고 지적하는 건가.
"결국 우리들의 몫이다. 지난 10여 년 동안 대통령을 모신 젊은 참모의 입장에서 되돌아보면, (정치인 노무현은) 여느 정치인들처럼 참모들에게 월급 못 준다며 그게 미안하고 정치 그만하자는 얘기 많이 했었다. 그렇다고 정치인 노무현을 놓고 무책임하다 그렇게는 안했다. 우리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 때문에 타협하거나 그렇게 하지는 말라고 했다. 같이 도우면서 왔다. 그 모든 문제를 혼자서 해결하라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헌법상의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는 대통령으로서 '국정을 책임지고 진행하겠다', '열심히 최선을 다하겠다'는 것 외에 다른 방법이 있나? 여당이 차별화하든 야당이 무책임하게 나오든 어떤 방식으로든 호소하고 설득해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지 않겠나."

- 노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을 지키겠다'고 말하면서도 '당에 도움이 된다면 탈당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배치되는 말인데 어떻게 해석하나.
"탈당하든, 당에 남든 일관된 하나의 문제의식에서 나온 말이다. 열린우리당의 정치적 시도가 성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 뭐든지 한다는 얘기를 일관되게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의 상황은 대통령의 탈당을 옛날로 돌아가는 논의의 시발점으로 삼으려고 한다면 '난 그런 의도가 아니다'라고 제동을 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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