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퉁차'라고? 비웃다간 큰 코 다친다

[해외리포트] 중국자동차 ④ 기회와 위협의 기로에 선 중국의 한국 자동차

등록 2006.12.08 12:37수정 2006.12.08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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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로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지 5년째가 된다. WTO 가입 당시 중국 내외에서는 낮아진 수입 관세와 시장 진입규제로 중국 내수산업이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 전망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전혀 다르다. 그 중 눈부신 성장을 구가하는 중국 자동차의 발전상과 내포하는 문제점, 중국차에 도전에 직면한 한국차의 현지 상황 및 중국 자동차 산업의 전망 등을 4회에 걸쳐 내보낸다. <편집자주>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은 차 가운데 하나로 꼽힌 현대자동차의 '투스카니'. 현지 베이징현대차에서 만드는 차량과 더불어 한국에서 직수입된 현대차도 인기이다.
중국 젊은이들이 가장 갖고 싶은 차 가운데 하나로 꼽힌 현대자동차의 '투스카니'. 현지 베이징현대차에서 만드는 차량과 더불어 한국에서 직수입된 현대차도 인기이다.모종혁
지난 11월 17일 중국 재정부와 환경보호총국은 '그린조달(綠色采購)제도'를 마련, 공포했다. 이날 중국 정부는 자동차, 건자재, 가구, 컬러 TV, 복사기 등 14개 분야 100여 종의 제품과 이를 공급할 81개 정부조달 구매대상업체, 856개 환경마크 취득제품을 함께 발표했다.

앞으로 중국의 모든 정부기관과 산하단체는 그린조달제도에 따라 성(省)급 지역에서는 내년부터, 전국적으로는 2008년부터 지정된 정부조달업체의 '녹색제품'을 조달물자로 우선 구매해야 한다.

이제는 관용차까지... 현대자동차의 중국공략

@BRI@이중 자동차 분야에 선정된 업체는 띠이(第一)폭스바겐, 덩펑(東風)닛산, 덩펑시트로앵 등 5개 자동차 업체의 9개 브랜드. 여기에 현대자동차의 중국합작법인 '베이징현대(北京現代)'도 포함됐다.

그동안 중국 관용차 시장을 휩쓸었던 상하이폭스바겐과 상하이GM, 텐진도요타, 광저우혼다 등 일본과 미국 자동차 업체들을 제친 것. 또 중국에서 생산되는 NF쏘나타, 엘란트라, 투싼 등 5종의 현대자동차 차량이 모두 녹색제품에 지정됐다.

이에 앞서 10월 18일에는 중국 공안부가 공식 경찰차량으로 '아반떼XD'(중국명 엘란트라) 2032대를 사용키로 베이징현대와 계약을 체결했다. 2003년 12월 중국시장에 출시된 아반떼XD는 2004년 10만2749대, 2005년 17만6589대가 팔리면서 현재 중국시장의 전 차종 판매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 9월에는 투싼 42대가 중국 무장경찰 차량으로 납품되기도 했다. 한 나라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중국정부 관용차가 한국자동차로 대체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대륙에서도 통한 현대자동차의 '속도'

오마이뉴스 고정미
이처럼 현대자동차의 중국시장 공략이 고속질주를 거듭하고 있다. 지난 2002년 10월 설립된 베이징현대자동차는 같은 해 12월부터 EF쏘나타를 생산했다.


2003년 5만2128대, 2004년 14만4088대, 2005년 23만3668대 등으로 매년 급증해 온 판매량은 올해에는 30만대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2003년 12위로 시작한 중국 내 자동차 브랜드별 판매순위에서는 작년 상하이GM, 상하이폭스바겐, 띠이폭스바겐에 이어 4위까지 올랐다.

올해 8월에는 베이징현대차의 누적 생산량이 60만대를 넘어섰다. 중국에 진출한 지 3년 9개월 만에 달성한 것으로, 종전 광저우-혼다차가 지니고 있던 4년 3개월을 훨씬 앞당겼다. 공장 설립을 시작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차량 생산을 시작, 중국 언론매체의 찬사처럼 '현대속도'(現代速度) '현대기적'(現代奇蹟)의 급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현대의 합작사인 둥양(董揚) 베이징자동차 사장은 중국 CCTV와의 인터뷰에서 "현대차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능과 가격 면에서 뛰어난 장점과 특징을 지녀 중국 소비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면서 "베이징현대의 고속성장은 중국 자동차산업의 발전방향을 제시한다"고 말했다.

지난 11월 30일 충칭(重慶)시 홍진루(紅錦路) 현대자동차 판매전시장에서 만난 주스민(諸時敏, 여)씨는 "현대차는 동종 외국 브랜드 차량 중 가격이 가장 저렴할 뿐더러 품질이나 디자인도 뛰어나다"면서 "일본차에 비해서는 선호도가 뒤처지긴 하지만 가격이 터무니없이 비싼 미국, 유럽 차보다는 구매 우선순위에 둔다"고 말했다.

올해 4월 베이징현대의 엘란트라를 구입한 후셩원(胡勝文, 변호사)씨는 "중국 토종 자동차는 잔고장이 심하고 브랜드 가치도 떨어져 품질과 브랜드를 중시하는 자영업자나 전문직 종사자에게는 그리 매력적이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대의 중형차는 가격, 브랜드, 품질 모두 그런대로 만족스럽다"면서 "중형차 부문에서는 일정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송에 자진리콜까지... 까다로워진 중국 고객들

'아반떼XD' 조립이 한창인 베이징현대자동차 생산라인(현대자동차 제공).
'아반떼XD' 조립이 한창인 베이징현대자동차 생산라인(현대자동차 제공).
하지만 현대의 중국 질주가 모두 순탄한 것은 아니다. 지난 8월 액센트를 구입한 소유주 100여 명은 베이징현대차를 사기혐의로 고소했다. 그들은 베이징현대가 출시 4개월 만에 가격을 대폭 인하해 피해를 입었다면서 개인당 8000위안(약 96만 원)씩 배상하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노재만 베이징현대차 대표가 한 중국 포털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출시 후 2년 반 동안은 가격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한 것이 화근이었다. 이에 대해 베이징현대측은 "해당 사이트가 인터뷰 내용을 잘못 번역했다"고 부인했지만, 지금은 상호간에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그리고 지난 10월 17일 베이징현대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3월까지 생산한 엘란트라와 쏘나타 차종 9만8559대를 자진 리콜하기로 발표했다. 점화장치의 결함 문제로 인한 이번 리콜은 소송사태에서 볼 수 있듯이 까다로워진 중국 소비자들을 의식해 내린 결정이다.

올 상반기에만 해도 중국시장에서는 베이징현대뿐만 아니라 폭스바겐, GM, 도요타, 혼다, 닛산 등 18개 업체 28개 차종에서 '리콜 도미노' 현상이 일어났다. 이제는 중국이 그리 호락호락한 시장이 아님을 반증한 것이다.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 토종 회사들의 공세도 큰 부담이다. 아직은 잦은 고장과 불안한 내구성, 미약한 끝마무리에서 한국 브랜드와 큰 격차를 보이지만 세련된 디자인과 깔끔한 내부 인테리어를 갖춘 중국 차량이 늘어나고 있다. 1300cc 이하 소형차 부문에서 한때 큰 인기를 끌었던 기아자동차의 '액센트'(중국명 천리마)는 지금 중국차에 밀려 경쟁력을 상실한 상태다.

그리고 모기업인 한국 현대자동차의 경쟁력도 문제다. 주력차종이 중소형차인데다 어중간한 브랜드 가치를 지닌 한국자동차의 고민에서 현대자동차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유명차와 중국차에 좁아지는 한국차의 입지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상하이자동차의 한 판매전시장. 영국 MG 로버사를 인수해 생산하는 '롱웨이 750'는 상하이차가 중국시장에 처음으로 내놓는 독자모델이다.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인 상하이자동차의 한 판매전시장. 영국 MG 로버사를 인수해 생산하는 '롱웨이 750'는 상하이차가 중국시장에 처음으로 내놓는 독자모델이다.모종혁
더불어 품질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중국자동차의 노력도 만만치 않다. 작년 쌍용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는 영국의 MG로버마저 사들였다. 세계 2위의 외환보유고를 밑천삼아 세계 자동차기업 쇼핑에 나선 덕분이다.

그리고 상하이차는 지난 11월 27일 막을 내린 베이징국제모터쇼에서 처음으로 독자모델인 '롱웨이(榮威, Roewe) 750'을 선보였다. 앞서 8월에는 BMW로부터 '로버75' '로버25' 등 두 개 모델의 브랜드 사용권까지 인수했다. 브랜드 네임을 중시하는 중국 중산층 이상 고객의 소비성향을 착안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베이징모터쇼에서 필립 머터우 상하이차 부사장은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쌍용차를 중국에서 생산할 것"이라고 언급해 논란을 낳았다. 그동안 암암리에 진행됐던 한국자동차 기술의 중국 유출이 현실로 다가왔음을 알렸기 때문이었다.

기술력과 브랜드 가치를 지닌 세계 유명 자동차, 저가에 갈수록 경쟁력을 갖춰가는 중국 자동차의 공세 속에 한국 자동차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빛의 속도로 쫓아오는 중국 자동차의 질주를 비웃음으로 넘긴다.

세계 2위의 판매시장과 세계 3위의 생산시설을 갖춘 중국 자동차. 돈과 시장을 앞세워 오늘도 호시탐탐 한국을 추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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