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과오 인정' 발언 어떻게 나왔나

호주 2박 3일 방문 동안 나온 대통령의 말말말

등록 2006.12.08 10:07수정 2006.12.08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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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편가르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오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노 대통령이 존 하워드 호주 연방총리 내외 주최 공식오찬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는 모습.
노무현 대통령이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에서 "'편가르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과오가 있었다"고 고백했다. 사진은 노 대통령이 존 하워드 호주 연방총리 내외 주최 공식오찬에서 오찬사를 하고 있는 모습.청와대
12월 5일부터 7일까지 호주를 국빈 방문한 노무현 대통령은 말을 맛깔스럽게 하는 정치인이다. 반면 논리 정연한 말솜씨로 '청문회 스타'가 돼 대통령직까지 오른 그가 가끔 말 때문에 수난을 겪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야당으로부터 "말로 흥한 사람, 말로 망한다"는 비아냥을 들은 적도 있다.

그런 노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국빈방문 기간 중에 '열린 우리당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를 당 홈페이지에 올렸다가 논란이 일자, 그후 정치현안에 관한 말을 아끼는 모습을 보였다. 한 발짝 더 나가서, 동포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듯한 발언까지 해서 노 대통령의 최근 심사를 엿보게 했다.

@BRI@그럼에도 그는 호주에 머무는 2박3일 동안 특유의 빼어난 말솜씨로 박수갈채를 받기도 하고,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호주 정치인과 기업인, 언론을 상대로 '언어의 마술사'다운 화려한 수사를 구사했다.

한편 호주 현역정치인 중에서 '말의 달인'으로 대접받고 있는 존 하워드 총리를 상대로 완승을 거두었다고 평가받는 노무현 대통령. 그가 호주에서 언급한 말들을 정리하다보면 호주에서 얻은 정상외교의 성과도 함께 정리가 된다.

노무현 대통령이 '캥거루의 나라'호주에서 남긴 말말말… 남십자성처럼 빛나는 말들이었을까? 아니면, 안 해도 될 말을 해서 야당한테 말꼬투리나 잡힌 걸까?

말솜씨 경연장 된 호주 의사당

'말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큰 차이가 없다'라는 말은 시인들의 말장난 일까? 호주에 와서 자신의 뜻을 적극적으로 표현하지 않으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방도가 없다. '언어는 존재의 집' 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호주처럼 토론문화가 발달한 나라에서 말솜씨가 없는 사람은 큰 어려움을 겪는다. 자칫 '침묵은 금이다'라는 격언에 기대어서 묵묵부답으로 앉아있으면, 십중팔구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이로 취급받기 십상이다.

정치인의 경우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정치가 말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사당 토론(parliament debate)에서 정치생명이 판가름 나는 상황이다 보니 호주에서 말솜씨 없는 정치인은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호주의 현역정치인 중에서 존 하워드 총리의 빼어난 말솜씨는 정평이 났다. 총리직 10년 동안 5명의 야당 당수를 상대하면서 모두에게 '한판승'을 거두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오죽하면 그가 최근에 선출된 캐빈 러드 노동당 당수에 빗대어 "다음은 누구 차례냐?(Who is next)"라고 말했을까.

그런데 최근 천하의 하워드 총리가 힘에 버거운 맞수를 만나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그 상대가 바로 노무현 대통령이다. 말의 경연장으로 불리는 국회의사당에서, 노 대통령이 특유의 말솜씨로 좌중을 장악하면서 정상외교의 카운터파트인 하워드 총리를 압도해버린 것.

적재적소에 터지는 유머와 적절하게 담아내는 비유적 표현으로 대화의 분위기를 부드럽게 이끌어가는 노무현 대통령의 뛰어난 화술이 그 절정을 이룬 곳도 존 하워드 총리 초청 '노무현 대통령 환영오찬'이 열린 국회의사당이었다.

"호주 민주주의를 수입했으면 좋겠다"

노 대통령은 만찬연설을 하면서 "호주의 민주주의를 수입했으면 좋겠다"며 "돈은 얼마든지 지불해도 당장 수입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나 이 발언은 한국으로 건너가서 한나라당이 비난 성명을 발표하게 만드는 등 논란거리가 됐다.

똑같은 말이 호주에선 박수를 받고 한국에선 비난의 표적이 되는 결과를 낳은 것. 그러나 이 말을 국내 정치상황과 연계시키지만 않는다면, 방문상대국에 던진 '립 서비스'용으로 전혀 손색이 없다.

그뿐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어서 "대화와 타협의 민주주의, 서로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관계의 민주주의는 머릿속에만 있었는데 바로 그 민주주의를 호주에 와서 봤다"고 덧붙여서,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 한나라당과 내홍을 겪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국내사정까지 얼버무리는 화술을 보여주었다. 음미할수록 절묘한 양수 겹장의 수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이런 말을 한 동기는 다른 데 있다. 캐빈 러드 노동당 당수가 존 하워드 총리가 초청한 '노무현 대통령 환영 오찬행사'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그는 러드 당수를 향해서 "야당 지도자가 이 자리에 함께 와서 저를 만나 주고 따뜻하게 연설도 해줘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감사의 뜻을 표한 것.

한편 노무현 대통령이 호주에 도착하기 바로 전날, 호주노동당 당권경쟁에서 역전의 노장인 킴 비즐리 당수를 49 대 39로 물리치고 새롭게 당수로 선출된 사람이 바로 캐빈 러드 노동당 당수다.

러드 당수는 '노동당의 입'으로 통할 만큼 언변이 뛰어난 정치인이다. 그는 70세가 넘은 하워드 당수와 크게 비교될 만큼 젊은 49세의 3선 의원으로, 어찌나 말을 잘 하는지 '말의 달인'인 하워드 총리가 버거워할 정도로 막강한 토론능력을 가졌다.

노 대통령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발언도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시드니 인터콘호텔에서 열린 호주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지난 7일 노무현 대통령이 시드니 인터콘호텔에서 열린 호주 동포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청와대 홈페이지
노무현 대통령은 호주의 상징동물인 캥거루와 이뮤를 닮았다. 두 동물이 앞으로만 갈 수 있을 뿐 뒷걸음질을 못하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특성은 '오직 전진!'이라는 호주 군인정신의 근간이다. 그런 연유로 1, 2차 세계대전과 한국전쟁(특히 1개 대대가 중공군을 이틀 동안 막아낸 가평전투)에서 많은 희생자를 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7일 오전 동포간담회장에서 한국의 발전전략으로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 혁신, (계층간, 세대간)균형발전, 사회 및 복지투자, 능동적인 개발, 평화와 안정 구조(동북아시아의 평화) 등 여섯가지를 꼽았다.

그런데 노 대통령은 특히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해서 긴 부연설명을 했다. 관치금융 때문에 금융대란을 겪었던 사실을 상기시키면서 경제적으로 특혜가 없는 투명한 경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원론적인 경제이야기 이어서 정치 분야로 넘어가면서 목소리의 톤이 높아졌다.

상대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가운데 합의를 도출하고, 합의가 안 될 때 민주주의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한 것. 다분히 열린우리당을 향해서 던지는 메시지의 성격도 강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서 "(나도 그렇지만) 한국은 싸움을 너무 많이 한다"면서 "그게 군사독재시대부터 생긴 습관"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서 "한쪽에선 특혜나 누리면서 잔뜩 뚱쳐 놓은 사람이라고 공격하고, 다른 쪽에선 데모나 하던 사람으로 백안시 하면서 사상투쟁을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투명하고 공정한 사회에 대한 얘기를 마무리 하면서 "나 또한 정치적 역량이 부족해서 대화와 타협을 이루지 못한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앞으로도 그게 숙제다"라는 심경을 토로했다.

해석하기에 따라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는 듯한 뉘앙스가 느껴졌다. 객관적인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동안 노 대통령은 캥거루의 고집만큼이나 강하게 국정파행의 책임을 야당과 언론에 돌린 바 있다. 그런 그가 회한이 섞인 음성으로 "내 탓이오"라고 말한 것이다.

외국에서 사는 동포들을 상대로 격려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이런저런 사정을 전하다보니 "한국에 이런저런 어려움이 있는데 거기엔 내 탓도 있습니다"라고 인정한 셈이다. 그동안 호주를 방문한 대통령들이 동포간담회를 통해서 자신들의 치적만 늘어놓았던 것과 크게 비교되는 대목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말말

위에 인용한 사례 말고도, 호주에서 노 대통령의 뛰어난 말솜씨를 엿볼 수 있는 케이스는 얼마든지 있다. 2박3일의 짧은 일정 속에서 노 대통령이 남긴 '촌철살인'의 말과 청중의 웃음과 박수를 이끌어낸 흥미로운 말들을 모아보았다.

"한국의 학생들은 매년 2만 6000명씩 유학 와서 호주학교에 매년 학비를 냅니다. 관광객도 무지무지하게 오지요. 그래서 우리는 도저히 본전을 찾아갈 방법이 없습니다."
-12월 6일 의사당에서 열린 존 하워드 총리 초청 오찬행사장에서, 대 호주 무역적자가 약 60억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을 에둘러 표현하며.

"호주산 LNG가 한국 사람들의 아파트를 따뜻하게 해주고 있습니다. 호주에서 철광석을 보내주지 않으면 철강을 만들 수 없으며, 따라서 자동차를 수출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가 매년 60억 달러 무역적자를 보고 있는 것은 불만입니다"
-12월 6일 같은 행사에서, 역시 무역적자에 대해 언급하며.

"한국은 군사독재를 끝내고 부정부패 청산에는 성공했지만 그게 최종 목표는 아닙니다. 대화와 타협의 성숙한 민주주의 목표를 향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12월 6일 같은 행사에서, 대연정을 연상하게 하는 발언.

"2014년 평창 동계올림픽과 2012년 여수박람회에 여러분들이 오셔서 돈 좀 뿌려주시고 가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12월 6일 같은 행사에서, 한국의 두 행사 유치노력에 호주의 협조를 당부하며. 하워드 총리는 이날 여수박람회 지지를 약속했다.

"내가 요즘 힘이 좀 빠진 것 같지요? 여러분의 힘찬 박수 덕분에 힘이 납니다."
-12월 7일 시드니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동포간담회장에서, 연설을 시작하면서 분위기를 띠우기 위해 던진 말. 그러자 한 동포가 "힘내십시오!"라고 화답했다.

"북한이 설사 핵무기가 있더라도 한국에 치명적 상처를 입힐 수는 있어도 한국을 결코 정복하지 못할 것이다. 지배할 수 없는 나라를 공격하지 않는다."
-12월 7일 동포간담회장에서, 북핵문제를 거론하면서.

"중국의 빠른 발전을 걱정하지만 중국은 한국의 기술혁신 속도를 따라잡지 못합니다."
-12월 7일 동포간담회장에서, 한국의 미래를 언급하면서.

"외교통상부가 나에게 시드니 체류시간을 2시간 30분만 허용했습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도시에 왔는데 너무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만 내년에 시드니에서 APEC이 열리니 그때를 기대하겠습니다."
-12월 7일 동포간담회장에서, 연설마치며 질의응답을 서면으로 하겠다고 양해를 구하면서.

"그동안의 동포간담회 중에서 가장 수준 높은 연설을 했습니다."
-12월 7일 동포간담회장에서, 뉴질랜드로 떠나는 시간 때문에 연설을 충분하게 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PSI 참여문제로 하워드 총리와 가시 돋친 설전

그렇다고 노무현 대통령이 유머감각을 살린 발언만 한 것은 아니다. 몇몇 사안에 대해서는 단호한 언급을 했고 가시 돋친 발언도 사양하지 않았다. 12월 6일 캔버라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노무현-존 하워드 정상회담과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을 요약한다.

▲한국-호주 자유무역협정(FTA) 및 무역역조 개선방안 2007년 상반기부터 한·호 자유무역협정(FTA)의 타당성 조사를 위해 양국 민간연구기관이 공동연구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FTA는 호주가 더 원한다. 민간연구기관을 통해 나온 구체적 이해관계 결과를 토대로 쌍방의 이익을 검토해보고 방법과 시기 등을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노대통령은 민간차원의 연구와 관련하여 "이미 민간차원에서 여러 나라와 연구 중"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하워드 총리는 "민간연구기관에 대해 내가 먼저 말한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역역조 개선에 대한 한국 기자의 질의에 대해 하워드 총리는 "국가무역수지는 개별적이 아닌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호주는 관세장벽을 점진적으로 낮추고 있다"면서 "상품·서비스관계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고 답변했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노무현 대통령은 PSI 참여와 대북제재에 소극적이라는 호주와 국제사회의 불만을 분명하게 반박했다. 노 대통령은 호주기자의 PSI관련 질문에 “한국은 PSI를 원칙적으로 지지한다”면서 “다만 북한과 한국이 직접 무력충돌 하는 상황을 피하겠다는 것이며 그 외 부분에서는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충답변에 나선 하워드 총리는 회견에서 “양국 정부 입장에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서 "핵확산방지도 중요하고 핵 폐기도 중요하지만 이것은 미래의 위험을 예방하자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남북간에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은 피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면서 "북한과 한국이 바로 충돌하는 것은 현재의 위험이기 때문에 미래의 위험을 막기 위해 현재에 발생할 수 있는 일을 한국이 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강한 어조로 답변했다.

노 대통령은 답변을 마무리 하면서 "한국이 북한을 가장 잘 알고 이해관계가 절실한 만큼 한국의 의견이 국제사회의 논의과정에서 매우 중요하게 고려해야 되고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북 군사력 비교에서 한국이 우월적 균형

노무현 대통령은 2박3일 간의 호주일정을 마치고 12월 7일 오후 다음 순방지인 뉴질랜드로 떠나기 전에 시드니에서 동포간담회를 가졌다. 300여명의 한인동포들이 간담회장을 가득 메운 가운데 권양숙 여사와 함께 모습을 나타낸 노무현 대통령은 백낙윤 시드니한인회 회장의 환영사를 듣고 고희진 민주평통 대양주협의회 회장의 제의로 건배를 한 다음, 30분 정도 선채로 연설을 했다.

▲ 국내문제 한국이 요즘 정치·사회적으로 좀 시끄럽다. 그러나 전보다 월등하게 좋아졌다. 앞으로도 잘 될 것으로 확신한다.

▲수출실적 유가가 폭등하고 환율이 지속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수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06년에 3천1백억 달러를 기록했는데 예상치보다 초과달성한 것이다. 세계 11위이지만 중계무역을 주로 하는 두 나라를 빼면 9위에 해당된다. 나쁜 환경에서 이룬 성과라서 앞으로도 잘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는다.

▲남북 군사력문제 노무현 대통령은 간담회 중간쯤에 "북한이 전쟁을 하더라도 한국을 이길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남-북 군사력 관계는 한국이 충분히 우월적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서 "설령 북한이 핵무기를 가졌다하더라도, 한국에 치명타를 줄 수 있지만 한국을 결코 정복하지 못한다"라면서 "지배할 수 없는 나라를 공격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핵 억지력에 관해서도 노 대통령은 “미국이 확실하게 보장하고 있으며 한국과 미국 관계를 잘 관리해 나가고 있다"고 자신감 있게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 비난하는 전단 나돌아

동포간담회가 열리는 동안 호텔 밖에서는 한인동포 노동운동가 3명이 노무현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을 간담회 참석자들에게 배포했다. 진보신문인 <한누리> 발행인 황재성 씨, 호주노동단체에 근무하는 강병조 씨, 시드니대학교에서 노동문제로 박사학위 과정을 밟고 있는 신준식씨가 그들이다.

그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호주 방문에 즈음하여>라는 타이틀의 전단에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전단의 일부를 요약해서 소개한다.

우리의 조국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이 12월 5일 호주를 국빈 방문했다. 우리는 현 노무현 정권의 수구적 정책들로 인해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는 한국의 서민대중의 삶을 지켜보면서, 노무현 대통령의 호주 방문을 마음으로부터 환영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하며 우리의 입장을 다음과 같이 밝힌다.

1. 노무현 정권은 주지하다시피 일반 서민 대중의 상당한 지지로 탄생했다. 그러나 집권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기득권층에 대한 무익한 눈치 보기와 서민 대중 이익에 반한 정책으로 일관해왔다. 급기야 현재 한국은 소득 계층 상위 20%의 가구 소득이 최하위 20%의 소득의 8.22배에 달해, 빈부의 격차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으며, 서민 대중의 삶은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이 같은 위기 상황을 외면한 채 아직까지도 그 문제인식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우리는 단호하게 그 책임을 묻는다.

2. 노무현 정권하에서 발생한 각종의 노동자 탄압에 대해 우리는 분개한다. 특히 지난 7월 포항에서 일어난 건설노동자들의 기본적인 생존권 투쟁에 대해 폭력 경찰을 동원하여 살상을 일삼은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 될 수 없다. 이제 우리는 기층 민중들의 온 힘을 모아 노무현 정권의 반 노동정책을 규탄한다.

3. 우리는 한국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비인간적 대우에 대해 깊은 우려와 분노를 느낀다. 같은 직장에서 일하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 격차가 2배 이상 벌어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비정규직과 관련한 악법을 제정함으로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는 노무현 정권에 대해 참으로 크나큰 배신감을 느끼고 있음을 밝힌다.

4. 마지막으로 노무현 정권 내내, 주체적이지 못한 대외정책으로 발생한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인해 수많은 농민들은 삶의 기반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으며, 이라크에 한국군 파병 등으로 국가의 이익과 위신을 떨어뜨린 것은 역사의 준엄한 꾸짖음이 있을 것이며, 반민중적인 정책으로 인해 민중 생존권을 짓밟은 책임은 반드시 물어야 함을 내외에 천명한다.

5. 노무현 정권은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기간이나마 이 같은 문제인식을 분명히 하고 한국의 서민대중이 원하는 바를 바로 깨달아 정책의 일대 전환을 꾀할 것을 요구한다. 그 길만이 역사에 오점을 최소화하는 마지막 일임을 분명히 해둔다.

- 시드니 민족교육문화원, 일하는 한인들(KOREANS AT WORK), 홀리 크리스천 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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