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 경기도 부천에 있는 '별 휘트니스'는 운동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사람들이 너무 많아 몸이 부딪힐 정도였다. 트레이너 김근호(27)씨는 "'복근남'이 되기 위해 클럽을 찾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 옆에 있는 다이어트 교실의 열기는 더 뜨거웠다. 대부분 여자인 수강생은 주부에서 학생까지 다양했다. 한눈에도 뚱뚱해 보이는 사람도 있었지만, 딱 보기 좋을 정도인 사람이 더 많아 보였다. 운동을 하고 있던 대학생 박지혜(23)씨는 날씬해 보인다는 말에 "날씬하긴요, 아직 더 빼야 해요"하고 답했다.
@BRI@같은 날 밤 11시. 살을 에는 겨울추위에도 사람들은 근린공원에서 한창 운동하고 있었다. 땀에 젖은 옷을 입고 공원 주변을 쉼 없이 뛰는 사람,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 줄넘기를 하는 사람 등 운동방법도 가지각색이었다. 공원을 2시간이나 돌고 있다던 이정화(35)씨는 "주위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니 안할 수 없었다"고 말하고 "TV를 보고 있던 남편이 연예인과 비교해 핀잔을 주었던 것이 결정적 계기"라고 밝혔다.
황제다이어트, 잠자는 다이어트, 굶는 다이어트 등 안 해 본 다이어트가 없다는 김수진(27)씨는 "과도한 다이어트가 몸에 위험하다는 건 알지만 사회가 그만둘 수 없게 만든다"고 말했다.
최근 TV와 신문을 매일 장식하는 이른바 '몸짱', '44사이즈', '복근남'의 모습이 다이어트 열풍을 조장하고 있다. 주말 저녁시간대의 방송사 오락 프로그램에선 살찐 사람에 대한 '혐오'가 빠지지 않는다. 살찐 연예인에게 '3등급 돼지'라고 낙인 찍는 등 조롱을 넘어 '혐오'하는 표현이 난무한다.
연예인 정보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신문에서도 연예인의 다이어트 사실은 중요한 이슈로 자리 잡았다. '누가 어떻게 해서 살을 뺐다'는 내용이 지면이나 방송시간을 적지 않게 차지하고 그 연예인이 제시한 다이어트 방법과 상품은 불티나게 팔린다.
정윤경(신문방송학) 순천향대 교수는 7일 인터뷰에서 "요즘 미디어가 사람의 외형만 중시하는 잘못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제작진의 양심 회복과 심층보도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시청자도 이를 구분해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여성단체협의회가 지난 5월 15∼30일 10대와 미혼 여성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성의 다이어트에 대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81.8%가 자신의 체중에 불만을 나타냈고, 비만도 조사에서 저체중 여성의 55.5%, 정상체중 여성의 77.8%가 체중감량을 시도했다고 밝혀 비만도와는 관계없는 다이어트 강박현상을 보였다.
대한민국에 불고 있는 이러한 다이어트 광풍을 해결하기 위해선 외모지상주의를 지양해야 하며 이를 위해 언론이 우선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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