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이상 중동은 '이스라엘+기타'가 아니다"

[해외리포트] ISG 보고서, 중동서도 기대와 경계 엇갈려

등록 2006.12.10 12:13수정 2006.12.10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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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스터디그룹 보고서(ISG Report)에 대해 민감한 것은 부시 미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6일 보고서가 공개되자 이스라엘·레바논 등 중동국가들 사이에서도 기대와 경계가 엇갈리고 있다.

이라크 스터드 그룹 보고서가 나온 다음날(12/7) 백악관을 방문한
토니 블레어 총리와 함께한 부시 대통령
이라크 스터드 그룹 보고서가 나온 다음날(12/7) 백악관을 방문한 토니 블레어 총리와 함께한 부시 대통령
ISG 보고서는 미국 민주당·공화당 전직 의원 5명씩으로 구성된 스터디그룹에서 발간한 것. 이라크 스터디그룹은 지난 3월부터 8개월간 조지 부시 현 대통령 및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등 170여 명에 대한 인터뷰 및 이라크 현지 체류 조사 등을 거쳐 "이라크 현 상황 타개를 위한 79개 제안"을 내놓았다. 여기에는 미국의 대 중동정책 전반에 대한 평가와 전망도 포함돼 있다.

ISG 보고서는 의무사항이 아닌 권고사항이지만 부시 정부의 대 중동정책, 특히 이라크 개입에 문제가 있음을 미 의회에서 구성한 패널이 스스로 자인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중동은 '이스라엘+기타'가 아니다"

ISG 보고서의 대중동정책 변화의 핵심은 중동을 이스라엘과 기타로 양분하는 현재의 힘의 논리를 탈피, 중동 모든 국가의 역할이 동시에 중요하다는 다자간 협력 체제로의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ISG 보고서는 이스라엘 관련된 분쟁 해결을 위해 각각 6자 협의체(이스라엘·팔레스타인·미·러시아·EU·UN)와 7자 협의체(이스라엘·시리아·레바논·미·러시아·EU·UN)를 별도로 구성할 것을 요청했다. 그간 미국과 영국 독주 체제 대신 EU와 UN을 참여시킴으로써 국제사회로부터 정당성을 부여받음은 물론 미영의 독주로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던 국가들에 심리적 형평성도 제공하자는 의도다.

@BRI@그러나 보고서는 레바논에 대해서는 시니오라 총리가 이끌고 있는 현 정부를, 팔레스타인에 대해서는 마흐무드 압바스 현 대통령이 이끌고 있는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를 합법정부로 인정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는 레바논 최대 시아 무슬림 정치단체 헤즈볼라와 지난 총선에서 승리한 팔레스타인의 하마스에 대한 정통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으로, 향후 정통성 시비가 예상되는 부분이다.

보고서는 또 이란과 시리아의 대 헤즈볼라 군사 지원은 철폐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단, 시리아가 헤즈볼라와 하마스에 각각 레바논·팔레스타인 합법 정부를 인정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해줄 경우, 이스라엘 측에 골란고원을 시리아에 돌려주도록 독려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미국의 '이란이 핵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는 한 이란과 협의치 않겠다'는 입장에 대해서도 새로운 안을 내놓았다. 이란으로 하여금 핵 프로그램은 기존의 UN 및 IAEA 채널을 통해 그대로 진행시키되 이라크에 대한 이란의 영향력 행사와는 섞지 말 것을 주문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 이는 이란 측에 보다 유연하게 협의에 응할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과 레바논, 엇갈린 반응

2006년 6월 14일,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및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을 만나고 있는 이라크스터디그룹.
2006년 6월 14일, 백악관에서 조지 부시 미 대통령 및 딕 체니 부통령,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부장관을 만나고 있는 이라크스터디그룹.출처 백악관 홈페이지
보고서가 언론에 공개된 6일 오전 이스라엘에서는 ISG 보고서를 미 '국내용' 보고서로 간주, 부시 대통령으로부터의 공개적 내용이 전달되지 않는 한 무의미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이스라엘에 해당되는 내용을 조목조목 언론에 언급하여 향후의 추이를 면밀히 살피는 분위기다. 레바논 헤즈볼라와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경우도 비공식채널을 통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반면 레바논 최대의 일간지 <데일리 스타>는 사설을 통해 ISG 보고서를 "부시에게 부여된 마지막 기회"로 표현함으로써 부시 행정부에 대한 불만과 본 보고서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언급했다.

아랍 에미리트는 미국이 처음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였다는 점을 평가하는 동시에 향후 ISG 보고서의 긍정적 영향이 부시 행정부에 의해 무시되는 일이 없도록 각별한 주의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마드 무스타파 주 UN 시리아 대사는 미국의 이라크 침공 이전부터 공공연히 미디어를 상대로 미국은 비난해 왔던 사람으로, 이번 보고서에 대해서도 미리부터 긍정적으로 평한 바 있다.

그러나 핵심 키는 역시 부시 행정부가 쥐고 있다. 부시 미 대통령이 과연 ISG 보고서의 제안내용을 받아들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ISG 보고서가 말하는 이라크 해법

▲ 이라크스터디그룹이 6일 발표한 보고서.
ISG 보고서는 시종일관 부시 행정부의 "미국의 대 이라크 작전이 유효하지 않다"고 꾸짖는 식(Damning Report)이다. 보고서는 우선 미군의 이라크 영구주둔이 미치는 악영향을 고려해,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영구주둔하지 않을 것을 선언하라고 촉구했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무력 전 아닌 외교적 공세 전환 촉구

부시 행정부에 군사적 논리 대신 정치력과 협상력을 발휘할 것을 주문, 외교적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로의 전환을 요구했다.

또 이라크를 위해서는 아랍 리그와 같은 공동체가 이라크에서 콘퍼런스를 하되 이란과 시리아가 참여하여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각국의 갈라진 목소리를 한 목소리로 내는 상설 협의체의 구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하였다.

2) 전투 병력 2008년 3월까지 단계별 철수

2008년 봄까지 전투 부대 병력을 단계적으로 철수하는 대신 현재 3000~4000여 명에 달하는 지원 병력(훈련·병참·지원·군사 고문단 파견 등)의 규모를 다섯 배로 늘려 2만명 수준으로 유지하라라고 촉구.

3) 중동 전체가 참여하는 동시 다발적 해법 제시

게다가 이라크의 상황 악화가 궁극적으로 중동 전체의 판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점을 고려해 각각의 해당 국가가 이라크와 양자간 채널을 통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보다 관련국 모두가 동시 다발로 참여하고 분쟁을 해결하는 방식이 절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4) 이라크 원유 수입 배분, 정치 일정 등 구체적으로 제시

이라크 원유 수입은 반드시 중앙 정부가 관장하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시아·수니·쿠르드의 지역 구분에 따라 원유 수입을 배분해서는 안 되고 인구 비율에 따라 총 원유 수입을 합리적으로 배분시킴으로써 내전 갈등의 불씨를 줄이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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