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막던 거대 정당들 "민주노동당, 미안"

정기국회 끝났지만, 철야농성으로 국회의사당 지키는 민주노동당 의원들

등록 2006.12.08 20:22수정 2006.12.08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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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 많으십니다, 식사는 하셨어요?"
"밤새 추우셨죠? 힘 내세요!"


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 들어서던 여야 의원들이 노사관계 선진화 로드맵과 사립학교법 개정 등에 반대하며 본회의장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의 손을 잡고 이같이 격려했다. 이재오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영 사람 미안하게 만든다"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지난달 30일 비정규직법안 처리를 저지하려던 민주노동당 의원들을 막기 위해 몸싸움을 벌이고 고함을 지르던 여야 의원들의 모습은 온데 간데 없었다.

전날부터 3cm 정도 두께의 깔개로 대리석 바닥을 덮고 앉아 밤새 본회의장 앞을 지킨 9명의 민주노동당 의원들도 밝은 표정으로 안부를 묻는 다른 당 의원들의 손을 맞잡았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농성장 분위기와는 달리 철야농성에 나선 의원들의 심정은 절박했다.

"17대 국회는 역사상 최악 국회"

@BRI@"밤새 춥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상하게 바닥에 난방이 안 들어왔다"는 농담으로 답변을 대신한 노회찬 의원은 "몸을 던져서라도 개악법인 노사관계 로드맵을 막을 것"이라고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필수 공익사업장 확대와 대체근로자 투입을 용이하게 해서 헌법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무력화시키는 노동관계법 개악법안이 국회 환경노동위에서 다루어지고 있다"며 "노동3권을 신장하기는 커녕 그 이전 정부에서 보장되고 있는 것을 개악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노 의원은 "국회 환노위에서 이 법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켜서는 안 된다"면서 "받아 들여지지 않으면 투쟁 강도를 높여나갈 것이다, 이것은 예고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철야농성이 비정규직법안 통과에 분노한 노동자들을 달래기 위한 이벤트가 아니냐'는 지적과 관련, "힘의 열세 때문에 막지 못한 것이다, 참담한 심정"이라며 "그 울분을 가슴 한 켠에 두고 힘을 내서 싸워야 할 일이 또 생겨서 나선 것이지 이벤트는 아니다"고 밝혔다.


또한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사실상 마지막 17대 국회의 정기국회였던 이번 정기국회를 끝마치는 시점에서 노회찬 의원은 "17대 국회는 역사상 최악의 국회"라고 비판했다.

"국회가 지난 3년 동안 한 일이 뭐가 있나, 여대야소 국회였다. 이른바 개혁진영이 과반수를 차지하는 역대 가장 나은 구성을 갖고 있었지만 한 일이 없다."

"독재정권도 건드리지 않던 노동기본법을..."

권영길 의원단대표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7일 국회 본회의장앞에서 `이라크 파병연장반대``한미FTA협상 중단``노동법 개악저지`등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
권영길 의원단대표등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7일 국회 본회의장앞에서 `이라크 파병연장반대``한미FTA협상 중단``노동법 개악저지`등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에 들어갔다.오마이뉴스 이종호
심상정 의원도 "침몰 직전인 열린우리당이 노동관계법 개악으로 노동자들에게 피해를 주려고 한다"며 "철야 농성의 어려움보다 답답한 국회를 보는 게 더 힘들다"고 지적했다.

심 의원은 "독재정권 시절에도 노동탄압이라는 오명을 염려해 노동기본법을 건드리지 않았는데 오히려 참여정부가 그 경계를 허무려고 한다"며 "이런 개악을 하면서도 두려움조차 못 느끼는 정권이 어디로 튈 지 걱정된다"고 꼬집었다.

그는 "참여정부 들어 사회 양극화가 극단으로 치달았다"면서 "거대 양당은 민생경제를 신자유주의 기조로 사실상 대연정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17대 국회를 '신자유주의 정치연합 국회'"라고 규정했다.

권영길 의원단 대표는 "국회는 실패한 정치의 현장, 민생 유린의 현장이 되고 있다"며 "민주노동당은 철야농성을 통해 서민대중에게 국회의 실상을 고발하고자 했다"고 철야농성의 의미를 밝혔다.

한편 이날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밖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가운데, 국회는 '대외무역법' 개정안 등 28개의 법안을 처리하고 계류법안 2000 여건을 남겨둔 채 2006년 정기국회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100일간의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새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해 다음주부터 임시국회를 열어야 하고, 이마저도 여야의 사학법 대치로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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