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는 '이웃'이어야 합니다

수유동 삼촌과 슈퍼 아줌마, 산타로 소외된 이웃 찾아간다

등록 2006.12.09 16:58수정 2006.12.09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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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동 이웃산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그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지역의 여러 단체들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사진은 작년 12월 22일 이웃산타 활동을 준비하는 모습.
수유동 이웃산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그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지역의 여러 단체들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사진은 작년 12월 22일 이웃산타 활동을 준비하는 모습.주재일
'산타'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족, 친구와 함께 한해를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12월, 외로운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산타'들이 있다.


돈을 많이 기부하는 '사장님 산타'와 결국 교회나 성당에 나오라는 '목사님 산타', '신부님 산타'도 좋다. 하지만 요즘 뜨는 산타는 사장님도 종교인도 아닌 '이웃'이다. 한 동네에 사는 삼촌과 이모, 빵집 아저씨와 슈퍼 아줌마, 공부방 선생님이 성탄절 전후 산타로 변신해 찾아온다.

그래서 산타 이름도 '이웃산타'다. 이웃산타의 특징 하나 더. 이들은 성탄절 전날 선물을 놓고 도망치든 떠나는 할아버지가 아니다. 눈이 녹는 봄에도, 더운 여름에도, 12월이 오려면 한참이나 남은 가을에도 언제든 만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웃이다.

산타는 먼 나라에서 빨간 옷을 입고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살고 있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일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는가? 서울 강북구에는 이런 이웃산타가 7년째 출몰(?)하고 있다.

@BRI@7년 전 이웃산타 활동을 처음 시작한 단체는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녹색여성모임)이라는 풀뿌리 시민단체였다. 공부방 운동을 하면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가 없었다. 또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도 찾아간다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웃산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성탄절을 전후해서 이런 가정을 물색하고 선물을 들고 찾아가 사는 모습도 살펴보고,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여쭤보고, 필요한 경우 공부방 활동도 소개해주었다. 물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녹색여성모임이 주도하여 '지역주민네트워크'를 띄웠다.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 이웃을 돌보아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강북구 전체를 하나의 시민 단체가 속속들이 파악한다는 것은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한계는 2003년 또 다른 지역 단체인 '생명평화연대'가 함께 하면서 깨졌다.

생명평화연대는 회원 상호 간 밤 마실 다닐 정도의 거리에 살면서 마을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지역의 대학생이나 후원 회원들이 지도를 들고 하나하나 전화를 해서 물어가며 방문을 하던 이웃산타와는 차원이 다른 이웃산타가 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빌라 바로 옆 동의 반지하방을 방문하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같은 반 아이에게 선물을 전하고 사는 모습을 살폈다. 생명평화연대 이웃산타를 만나 대안학교인 아름다운마을학교에 나오는 친구도 있다.

작년 수유동 이웃산타들은 70가정으로 흩어져 어떻게 사는지,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를 조사했다. 정훈이 할머니는 8모둠 자원봉사자들에게 거듭 고맙다고 인사했다.
작년 수유동 이웃산타들은 70가정으로 흩어져 어떻게 사는지, 무슨 도움이 필요한지를 조사했다. 정훈이 할머니는 8모둠 자원봉사자들에게 거듭 고맙다고 인사했다.주재일
이웃산타 '사랑의 책 배달부'로 거듭나다

이웃산타들은 3년 전, 성탄절에 선물을 전하는 것만으로는 '이웃'산타가 되기 어렵다는 평가를 했다. 평소에도 자주 만나 이웃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모아 후속 모임으로 '사랑의 책 배달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기적으로 마을 어린이문고에 있는 책을 들고 이웃산타 활동으로 안면을 튼 마을의 한부모 아이, 할머니나 할아버지와 사는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말동무가 되어주고, 책도 함께 읽는다. 숙제하는 것도 돕고, 때로는 나들이도 함께 가며 고민을 상담한다. 사실 책은 자연스럽게 만나기 위한 매개에 불과하다. 아이가 마을에서 그늘 없이 자라도록 인생의 길동무가 되는 게 목적이다.

이렇게 이웃산타가 자리를 잡아가니 참여하는 지역 단체도 하나둘씩 늘어서 올해는 △강북 동화 읽는 어른들의 모임 △노루목배움터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 △꾸러기 공부방 △삼각산 재미난 학교 △삼산 지역 아동센터 △생명평화연대 △아름다운마을학교 △아름다운생명 등이 함께 한다. 이 지역에서 활동을 하는 웬만한 시민단체는 다 모임 셈이다. 벌써 자기 단체가 위치한 마을(동)을 거점 지역으로 정하고 활동을 시작했다.

지난 6일, 생명평화연대는 마을 입구에서 이웃산타 거리 홍보전을 펼쳤다. 지나던 이웃들이 모금함에 작은 정성을 모았다. 또 회원들이 자주 다니는 빵집, 슈퍼, 약국, 식당 등을 돌며 선전을 하고 이웃산타가 되어 줄 것을 권유하기도 했다.

12월 12일에는 이웃산타 사전 교육을 실시한다. 주의해야 할 일들이 있기 때문이다. 찾아가는 가정의 처지가 어렵다고 과도하게 동정심을 표현하는 것, "공부 잘하니?" 같은 질문을 하는 일, 집을 나오자마자 그 가정에 대한 이야기하는 행동은 삼가야 한다.

이미 아는 일이라도 무심코 뱉는 말 한마디도 조심하려는 것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그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준비된 마음으로 만나는 것은 아이들은 물론 그들을 통해 더 커질 자신을 위해 꼭 거처야 할 과정이다. 그리고 드디어 12월 19일 이웃산타로 변신해 아이들에게 달려간다.

덧붙이는 글 | 문의 : 02-903-6604(녹색삶을위한여성들의모임) 02-992-9294(생명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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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 대안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덧붙이는 글 문의 : 02-903-6604(녹색삶을위한여성들의모임) 02-992-9294(생명평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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