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유동 이웃산타는 어려운 이웃들에게 선물을 나눠주고 그 가정에 필요한 지원을 받도록 지역의 여러 단체들을 연결하는 일을 한다. 사진은 작년 12월 22일 이웃산타 활동을 준비하는 모습.주재일
'산타'의 계절이 돌아왔다. 가족, 친구와 함께 한해를 돌아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12월, 외로운 이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미는 '산타'들이 있다.
돈을 많이 기부하는 '사장님 산타'와 결국 교회나 성당에 나오라는 '목사님 산타', '신부님 산타'도 좋다. 하지만 요즘 뜨는 산타는 사장님도 종교인도 아닌 '이웃'이다. 한 동네에 사는 삼촌과 이모, 빵집 아저씨와 슈퍼 아줌마, 공부방 선생님이 성탄절 전후 산타로 변신해 찾아온다.
그래서 산타 이름도 '이웃산타'다. 이웃산타의 특징 하나 더. 이들은 성탄절 전날 선물을 놓고 도망치든 떠나는 할아버지가 아니다. 눈이 녹는 봄에도, 더운 여름에도, 12월이 오려면 한참이나 남은 가을에도 언제든 만나 도움을 청할 수 있는 이웃이다.
산타는 먼 나라에서 빨간 옷을 입고 백마 탄 왕자님처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살고 있는 동네 아저씨, 아줌마일 수 있고, 그래야 한다는 꿈을 꾸어본 적이 있는가? 서울 강북구에는 이런 이웃산타가 7년째 출몰(?)하고 있다.
@BRI@7년 전 이웃산타 활동을 처음 시작한 단체는 '녹색 삶을 위한 여성들의 모임'(녹색여성모임)이라는 풀뿌리 시민단체였다. 공부방 운동을 하면서 정말 도움이 필요한 아이들을 만나고 싶은데 만날 수가 없었다. 또 도움이 필요한 가정이 있다는 제보를 받아도 찾아간다는 것은 실례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이웃산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성탄절을 전후해서 이런 가정을 물색하고 선물을 들고 찾아가 사는 모습도 살펴보고, 도움이 필요하지는 않은지 여쭤보고, 필요한 경우 공부방 활동도 소개해주었다. 물론 받아들이는 이들도 자연스럽게 생각했다.
녹색여성모임이 주도하여 '지역주민네트워크'를 띄웠다. 지역 주민들이 우리 동네 이웃을 돌보아야 한다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강북구 전체를 하나의 시민 단체가 속속들이 파악한다는 것은 행정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어려움이 많았다. 이런 한계는 2003년 또 다른 지역 단체인 '생명평화연대'가 함께 하면서 깨졌다.
생명평화연대는 회원 상호 간 밤 마실 다닐 정도의 거리에 살면서 마을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을 중요한 목적으로 삼고 있다. 그래서 지역의 대학생이나 후원 회원들이 지도를 들고 하나하나 전화를 해서 물어가며 방문을 하던 이웃산타와는 차원이 다른 이웃산타가 될 수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빌라 바로 옆 동의 반지하방을 방문하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의 같은 반 아이에게 선물을 전하고 사는 모습을 살폈다. 생명평화연대 이웃산타를 만나 대안학교인 아름다운마을학교에 나오는 친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