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논문 20분만에 완성하는 대학생들

논문· 과제물 베끼는 대학생들...."짜깁기 잘하는게 능력"(?)

등록 2006.12.11 09:41수정 2006.12.12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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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온라인에는 리포트와 논문을 유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많다.

온라인에는 리포트와 논문을 유료로 다운받을 수 있는 사이트가 많다.

Q. "졸업논문을 내야하는데 취업을 해서 논문을 쓸 겨를이 없었습니다. ㅠㅠ 기존에 있는 논문을 살짝만 바꿔서 제출하면 교수님이나 조교가 알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비슷한 논문이 있는지 검사하고 확인하나요? 정말 급합니다"

A. "제가 알기로는 졸업논문 다들 해피캠퍼스 같은 곳에서 다운 받아서 살짝 바꾸고 짜집기하고 그러더라구요. 논문은 졸업하기 위해서 내는 거니까 냈는지 안냈는지가 중요하다고 들었어요. 졸업반인 선배님이 그러시더라구요. 그 많은 학생 중에 내용이 안 겹치는 사람이 한명도 없을리가 없잖아요"


위 글은 지난 11월 30일 네이버 지식인에 올라온 '졸업논문 검사하나요?'라는 질문과 그에 대한 답변이다. 현재 대학교 4학년 2학기를 다니고 있는 학생들은 기말시험 외에 또 다른 관문인 졸업논문 제출을 마쳤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졸업논문을 제출기한 내에 작성하지 못하고 기한이 임박해 온라인 사이트를 찾곤한다.

이들은 온라인 사이트에서 자신이 찾고자 하는 관련 논문이나 문서를 검색한 뒤 유료로 다운로드를 받는다. 그리고 다운 받은 각각의 논문들 중 필요한 내용을 발췌해 이어 붙여 하나의 논문을 만든다. 이 과정에서 구성을 변형시키거나 글자체를 통일하는 것은 기본이다.

단 20분 만에 졸업논문 완성

a 이경석씨(가명)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받아 짜깁기해 제출한 졸업논문

이경석씨(가명)가 온라인 사이트에서 받아 짜깁기해 제출한 졸업논문 ⓒ 김현수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한 대학 법학과 이경석씨(가명)는 온라인 레포트 중계사이트에서 다운 받은 자료를 글씨체만 바꿔 졸업논문으로 제출해 심사에서 통과됐다. 이씨는 "선배나 친구들 중에서 직접 논문을 쓰는 사람은 흔치않다"며 "지금까지 걸려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실제로 단 몇 시간 만에 4,50페이지에 이르는 졸업논문을 작성해 제출하기도 한다.


박연아씨(가명.신방과 3학년)는 "동아리 선배가 단 20분만에 논문을 작성하고 제출했는데, 결국 통과됐다"며 "자신을 속이면서 까지 그렇게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유연지(가명.신방과 4학년)씨는 마감에 쫓겨 하루만에 짜깁기 논문을 제출했는데 교수님께 걸려 다시 작성해야 했다. 그는 "다른 친구들은 괜찮았는데 나만 재수없게 걸렸다"고 하소연했다.


졸업 논문 뿐 아니라 과제물을 사이트로부터 다운 받아 짜깁기해서 제출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들에게 짜깁기는 자연스러운 일이 돼 버렸다.

대학생 김희연씨(가명.사학과 2학년)는 "처음 짜깁기를 하던 1학년 때는 마음이 좀 불편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요즘은 오히려 과제나 논문 쓸 때 짜깁기를 잘 하는게 능력으로 인정 받는다"고 말했다.

또 대학생 이명진(가명.행정학과 4학년) 씨는"짜깁기 해서 내도 성적이 잘 나오는 편"이라며 "전공보다 중요도가 덜한 교양 과목은 자주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학점·취업준비가 면죄부?

많은 학생들은 논문이나 과제를 스스로 작성하지 않고 짜깁기 하는 이유가 좋은 학점과 취업 때문이라고 말한다.

대학생 김현우(가명.경제학과 2학년)씨는 "솔직히 내가 4학년이라도 논문을 쓸 시간에 토익이나 취직공부를 더 할 것"이라며 "논문 때문에 취업에 영향을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런 짜깁기 문화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가진 대학생들도 물론 있다.

대학생 이재훈(경영학과 3학년)씨는 "1학년 때 짜깁기를 몇 번 해봤지만, 머리에 남는 게 없고 과제 자체의 완성도도 떨어진다"면서 "과제를 스스로 해보는 것이 좋은 글쓰기 기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최원영씨(가명. 경영학과)는 "여유를 가지고 미리 시작하면 논문작성 시간은 충분하다"며 "토익이나 취업준비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것이 면죄부가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학생의 자발적인 정화 노력이 우선돼야

a 조교들은 학생들이 제출한 논문과 온라인 사이트에 나온 논문의 '목차'와 '서두', '참고부분'을 대조한다.

조교들은 학생들이 제출한 논문과 온라인 사이트에 나온 논문의 '목차'와 '서두', '참고부분'을 대조한다. ⓒ 김현수

그렇다면 학생들의 논문이나 과제를 받아 표절, 짜깁기 여부를 판단하는 조교나 교수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이들 대부분은 학생들의 짜깁기를 알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적발에는 한계가 있다는 입장이다.

각 대학의 조교들은 짜깁기 과정을 거친 논문을 찾기 위해 나름대로 검열 작업도 하고 있다. 학생들이 제출한 논문과 온라인 사이트를 검색해 나온 논문의 '목차'와 '서두', '참고부분'을 대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고 논문의 목차를 재구성하는 학생들이 많아 현실적으로 짜깁기를 잡아내기는 쉽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국문과의 한 조교는 "한학기에 100여명이 제출한 논문을 정해진 기한내에 검토해야한다"며 "솔직히 짜깁기 논문을 완벽히 걸러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알고 있는 일부 학교 학과에서는 자체적으로 졸업시험을 보기도 한다.

한 대학의 교수는 "학생들의 인식과 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베끼기 까다로운 과제를 내고 있다"며 "인터뷰를 병행하게 해 인터넷 검색이 아닌 현장 경험을 동반하게 하는 방법이 이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조교들과 교수들은 이구동성으로 "우선 학점에 모든 것을 거는 문화가 사라져야 하고, 여기에 학생들이 자발적인 정화 노력이 뒷받침돼야 이런 베끼기나 짜깁기에 폐해가 극복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김현수·이상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덧붙이는 글 김현수·이상욱 기자는 <오마이뉴스> 인턴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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