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국인, 그들은 누구인가

인구조사국 자료를 통해서 본 미 이민자들

등록 2006.12.12 09:04수정 2006.12.13 13:40
0
원고료로 응원
a

ⓒ 일러스트레이션 이인규

미국 인구가 3억명을 넘어섰다. 청교도들이 신대륙을 밟은 지 386년만의 일이자 2억명을 넘어선 지 39년 만이다. 미국의 인구 증가 주기는 짧아지고 있어 4억명은 2043년쯤 도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굳이 전문가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이민'이 인구증가의 일등공신임은 분명하다.

전 세계 역사 가운데 미국과 같이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지고 발전한 나라가 없다. 더군다나 현재의 미국은 세계의 정치와 경제를 주도하는 초강대국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미국 역사 속에도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을 통해 아픔과 고통을 겪은 이들의 눈물이 섞여있다.

아메리칸 인디언을 무력으로 정복했던 역사 탓에 흑백 갈등은 미국의 원죄일 수밖에 없고, 이민의 나라답게 인종과 문화로 말미암은 충돌은 필연적이다. 이러한 사회적 갈등을 없애고 다양한 인종들을 '미국화'시키기 위해 제시된 이론이 인종의 '용광로(melting pot)'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에 따라 '동화'를 강조하던 해결모델은 '다양성'을 장려하는 '샐러드 그릇(salad bowl)'으로 바뀌었다. 용해되지 않고 섞여있는 샐러드 그릇이 미국의 오늘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밀레니엄을 맞아 미국이라는 '샐러드 그릇'에 찾아 들어온 이민자들은 누구인가?

영주권 취득엔 파란불, 시민권 시험엔 노란불

@BRI@지난 11월에 치른 중간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의회를 장악하면서 포괄적인 이민개혁법안이 내년에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불법 체류자도 영주권을 받을 수 있는 희망이 보이는 것이다.


<워싱턴 타임스>는 새해 1월 미 의회가 최고 2000만명의 외국인 불법 체류자에게 시민권을 주는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법사위원장을 맡을 민주당 패트릭 리이 의원은 지난 수년간 국경안보가 허술해져 생긴 불법체류 문제를 신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에 따라 민주당의 매케인-케네디 의원이 발의한 법안을 놓고 의회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법안은 불법 체류자가 임시노동 카드를 받고 6년 동안 일하면, 추방하지 않고 영주권을 받게 해주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영주권 취득에 파란불이 들어온 셈이라면 시민권 시험에는 노란불이 들어왔다. 이민국(USCIS)이 시민권 시험을 까다롭게 바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은 10개 도시에서만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것이고 시범실시지역에서도 새로운 시험 대신 기존의 시험 문제를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큰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시범 실시지역은 알바니(뉴욕주)·보스턴(매사추세츠)·찰스턴(사우스 캐롤라이나)·덴버(콜로라도)·엘파소(텍사스)·캔자스(미주리)·마이애미(플로리다)·샌안토니오(텍사스)·투산(애리조나)·야키마(워싱턴주) 등 총 10개 도시에 국한된다.

시민권 시험 절차의 형식과 기준은 기존의 방식이 유지되지만, 영어 문답시험의 경우 현재의 단답식 위주에서 다소 길게 설명해야 하는 문제들이 새로 포함되었다. 따라서 새 시민권 시험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민자들에게 현재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1월부터 1년간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새 시민권 시험은 2008년 봄부터 미 전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미국에서 백인종은 소수인종?

a

ⓒ 그래픽 이인규

이민 개혁법안이나 시민권 시험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미국 인구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10월 '3억명'이라는 역을 출발한 미국 인구 열차는 37년 안에 '4억명'이라는 역에 도달하기 위해 바퀴를 힘껏 굴리고 있다. 이 열차의 주동력 가운데 하나가 '이민'이라는 데서도 알 수 있듯, 이민으로 인해 미국 인구 구성에 변화가 오고 있다.

미국의 51개 주 가운데 하와이·뉴멕시코·캘리포니아·워싱턴 D.C·텍사스주의 주민 다수는 백인이 아니다. 인구조사국도 이미 이 다섯 개의 주를 '다수가 소수가 된 주(Majority-Minority State)'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것은 특정한 지역에 국한된 지엽적인 특성이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이들의 뒤를 이어, 메릴랜드·미시시피·조지아·뉴욕·애리조나가 줄을 서있는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곳 역시 소수계 인구가 40%를 넘어 다수계를 장악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미 인구조사국(U.S. Census Bureau)의 자료에 따르면, 새로운 밀레니엄의 시작으로 받아들여지는 2000년 이래 미국에 들어온 외국 태생의 거주자들은 800만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대략 3%에 이르는 숫자다. 이들 대부분은 아직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며 유학을 오거나 임시 고용을 위해 온 경우까지 포함되었다.

인구조사국은 그들의 체류 신분 상태가 합법인지의 여부를 발표하지 않지만, 퓨 히스패닉 센터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 동안 미국에 들어온 불법 이민자는 대략 440만명에 달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미국에 들어온 800만명의 '새로운 미국인'을 출신 국가 혹은 대륙별로 구분해 보면 멕시코(35.2%)가 단연 선두다. 그 뒤를 아시아가 잇고 있으며 유럽, 남아메리카·기타·중앙아메리카·캐리비안 국가 순이다. 이 가운데 6%만이 귀화한 미국 시민이며 94%는 시민권자가 아니다.

그렇다면, 이들 새로운 미국인은 미국 평균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 보자.

미국의 새 식구들들, 평균과 다른 삶

a

ⓒ 그래픽 이인규

가족 구성을 살펴보면, 결혼한 부부로 구성된 가족의 미국 평균이 49.7%, 그렇지 않은 가족이 50.3%인 반면, 새 이민자는 60.8% 대 39.2%로 결혼한 부부의 가족 구성도가 높다. 또 미국의 평균 가족수가 2.6명인 데 반해 이민자 가정은 3.6명이다. 그렇지만 가족의 평균 연령은 미국 전체가 36.4세이지만 이민 가정은 27.6세다.

결혼하지 않은 미혼의 미국 평균이 28.1%이지만 이민자는 38.4%에 달한다. 결혼해서 같이 생활하는 비율은 미국 평균 53.4%, 새 이민자 54.2%로 비슷하다. 이혼이나 별거는 미국 평균(12.4%)이 새 이민자(5.5%)보다 높고, 사별한 경우도 미국 평균(6%)이 이민자(1.9%)보다 높게 조사되었다.

a

ⓒ 그래픽 이인규

주거형태도 미국 평균과 새 이민자 간에 다른 점을 보여주고 있다. 자기 집을 소유한 미국 평균이 66.9%인 데 반해 집을 소유한 새 이민자는 17.6%에 불과하다. 가계 수입의 30% 미만을 주택비용으로 내는 평균이 71.7%이지만 이민자는 51.3%이고, 30% 이상의 경우에는 이민자(48.7%)가 평균(28.3%)를 앞선다.

집을 렌트한 경우는 이민자(82.4%)로 미국 평균(33.1%)보다 압도적으로 높고, 렌트비가 총 수입의 30%보다 낮은 경우와 높은 경우 이민자가 평균과 큰 차이가 없다.

a

ⓒ 그래픽 이인규

자동차 소유 비율은 미국 평균이 91.1%에 달하지만 새 이민자는 79.6%에 그치고 있다. 가정에 전화가 없는 경우도 미국 평균이 5.2%인 데 비해 새 이민자는 13.1%에 달하고 있다.

가장 많은 사람들을 고용하는 상위 6개의 산업을 비교한 직업 분포 역시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 전체의 고용창출 상위 직업을 순서대로 보면 1위 교육·의료·사회복지분야(20.7%), 2위 제조업(11.9%), 3위 소매업(11.6%), 4위 전문직·경영·과학 분야(9.9%), 5위 예술·연예·숙박·요식업(8.5%), 6위 건축업 (7.7%)이다.

이에 비해 새 이민자들이 종사하는 상위 직업은 1위 건축업(17.1%), 2위 예술·연예·숙박·요식업(14.7%), 3위 제조업(12.9%), 4위 전문직·경영·과학 분야(12.7%), 5위 의료·사회복지분야(12.4%), 6위 소매업(9%)으로 정반대의 양상을 띤다.

a

ⓒ 그래픽 이인규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처럼, 외국에서 건너온 이민자들은 가정에서 사용하는 언어도 대부분 영어가 아니다.

평균적인 미국 가정의 80.6%가 집에서 영어만 사용하고, 19.4%가 영어 아닌 다른 언어를 사용하며, 8.6%는 완벽하지 못한 영어를 구사한다. 반면, 새 이민자의 89.5%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집에서 쓰고 있으며, 23.7%만이 집에서 유창한 영어를 사용한다.

교육 수준은 좀 복잡하다. 고졸 이하 학력의 경우 미국 평균이 15.8%인 데 비해 새 이민자는 30.6%로 높지만, 고졸은 미국 평균(29.6%)이 새 이민자(22.5%)보다 높다.

초급대학 수준의 교육은 미국 평균이 27.5%로 새 이민자 14.2%보다 월등히 높지만, 대졸은 새 이민자(19%)가 미국 평균(17.2%)보다 높고 대학원을 졸업한 인원도 새 이민자(13.8%)가 미국 평균(10%)보다 높다.

전임(full-time)으로 일하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미국 평균과 새 이민자의 연봉 격차는 크다. 남자의 경우 미국 평균 연봉이 $4만1965이지만 새 이민자는 $2만2656에 불과하고, 여자의 경우에도 미국 평균이 $3만2168인 반면 새 이민자는 $2만485이다.

연봉이 $2만5000에 못 미치는 경우는 미국 전체 평균 50.7%이지만, 새 이민자는 57.7%에 달하고 $7만5000을 넘는 고액 연봉은 전체 평균 9.5%인 데 반해 새 이민자는 7.3%에 이른다.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극빈층은 미국 전체 평균 10.2%이지만 이민자는 25.6%에 달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한인 주간지 <코넷>의 제휴기사입니다. <코넷>의 인터넷판인 '코넷닷컴'(www.thekonet.com)에도 실렸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국 텍사스주 달라스의 한인 주간지 <코넷>의 제휴기사입니다. <코넷>의 인터넷판인 '코넷닷컴'(www.thekonet.com)에도 실렸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경남, 박근혜 탄핵 이후 최대 집회 "윤석열 퇴진"
  2. 2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V1, V2 윤건희 정권 퇴진하라" 숭례문~용산 행진
  3. 3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집안일 시킨다고 나만 학교 안 보냈어요, 얼마나 속상하던지"
  4. 4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한국 의사들의 수준, 고작 이 정도였나요?
  5. 5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윤 대통령 답없다" 부산 도심 '퇴진 갈매기' 합창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