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받아 든 시즈오까 조선학교 아이들다음카페 뜨겁습니다
'뜨거운' 사건의 시작은 이러하다.
최준혁(38·LG화학 과장), 김종호(36·이지스효성(주) 전자결제사업부팀장) , 김기백(36·ING생명 FC). 이 세 사람은 2003년 휴가차 방문한 일본에서 2명의 아리따운 여교사와 조우한다.
일견 여느 일본의 젊은이들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그녀들은 시즈오까 조선초중급학교에 재직 중이던 재일조선인 3세. 4,5세 아이들에게 우리말을 가르치는 것을 천명으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재일조선인 사회에 대한 편견 때문이었을까. 세 사람은 당시를 회상하며 재일조선인에 대한 신비감이 녹아내리는 카타르시스를 경험했었노라 고백한다. 또 서른 중반을 넘기고 있는 자신들에게 '당신들도 뜨거운 사명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까?'라고 질문 하는 것 같아 느낌이 남달랐다고.
미혼이던 3명의 남한 총각과 아리따운 2명의 재일조선인 여교사. 그들 사이에 한창 이야기꽃이 피어날 때 즈음 한 여선생님의 고백이 있었다.
"이렇게 남한 사람들과 얘기하고 있으니, 마음이 뜨겁습니다."
'뜨겁습니다'. 그것은 감동스러운 감정이나 상황의 재일조선인식 표현이었다.
동화책 150권, 무사히 조선학교에 도착하다
@BRI@흔히 재일조선인들에게는 3개의 조국이 있다고 말한다. 태어난 일본, 대다수 할아버지들의 고향인 남한, 그리고 정신적 고향인 북한. 한반도가 전쟁으로 인해 분단된 후 재일사회는 민족학교의 설립을 결정, 남한과 북한 양측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손을 내민 것은, 당시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었던 북한뿐이었다. 이때부터 조선 학교와 북한이 친밀한 관계를 맺게 됐다.
재일조선인 교사들은 교류가 끊기다시피 했던 남쪽 사람들과 '우리말'로 대화할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일 수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재일조선인 여 교사들과의 만남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은 세 사람은 한국에 돌아와 조선학교와 교류할 방법을 생각한 끝에 책을 보내기로 결정한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인터넷 서점 '알라딘'에서 기증본으로 들어온 책들을 모아 국내외 필요한 곳으로 보내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덕분에 2003년 9월 초·중·고학생들이 보는 150권의 동화책이 무사히 조선학교에 도착할 수 있게 됐다.
창단 멤버인 김기백씨는 돈이나 비품이 아닌 '책'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전쟁 이후 재일조선인 사회는 우리말 교육과 함께 정체성을 유지해왔습니다. 우리말과 글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된 공간인 민족학교야 말로 재일사회의 중심이자 마당(場)이였죠. 민족학교 아이들은 북한과 일본에 대해서는 이미 열려있습니다. 남은 것은 '한국'입니다. 이를 위해서도 한국어 교육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멤버들이 체계적으로 책을 보내기 위해 위해 필요했던 것은 두 가지로,돈을 구하는 것과 책을 선정하는 것이었다. 일단 초창기 멤버 3명이 낸 회비와 지인들을 통해 200여 만원의 지원금이 마련됐다.
자금 확보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책 선정이었다. 이 때문에 책을 선정해줄 사람을 수소문했고, 당시 사단법인 '어린이와 도서관' 이사이던 김소희씨를 만나게 된다.
현재 행당동에서 '책 읽는 엄마, 책 읽는 아이'라는 어린이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는 김씨는 이들의 뜻에 공감, 적극적으로 책 선정에 동참해줬다. 김소희씨도 지인들로부터 책 후원을 받아 2개월에 한 번 꼴로 안정적인 책발송이 기여했다. 이로 인해 2004년 8월의 두 번째 시즈오까 방문까지 대 여섯 차례 책을 발송할 수 있었다.
책 발송, 조선학교에 큰 반향 일으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