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카드'

[取중眞담] 변양균 정책실장 인터뷰가 남긴 것

등록 2006.12.13 10:32수정 2006.12.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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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변양균 청와대 정책실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지난 8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2층. 짙은 곤색 정장차림의 변양균 정책실장이 들어섰다. 표정은 밝아 보였다. '장관 때와 비교해서 생활이 어떠냐'고 물었다. 웃으면서 곧바로 답이 왔다. "장관할 땐 몰랐는데, 여기 들어와 보니까 장관 때가 훨씬 좋았던 것 같다"는 것.

왜 그러냐고 했더니, '시간 관리와 소신'을 들었다. 장관 때는 시간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었고, 소신있게 일을 처리하고 책임지면 되지만, 청와대에선 그러지 못한다는 것이다. 말 한 번 잘못하면 혼자 그만두면 되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까지 누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랐다. 그래서 그동안 언론에 나서질 않았다고 했다.

'오랜만에 나오셨으니, 뉴스거리 좀 주시라'는 기자의 농담에도 그는 손사래를 쳤다. "나에게 그런 것 기대하지 마라"면서 "오늘 이야기 하는 것도 가능한 서면 답변을 중심으로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조심스러워하는 눈치였다.

"나에게서 뉴스거리 기대하지 마라"

@BRI@변 실장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됐다. 여느 인터뷰도 그렇지만, 그와의 인터뷰는 솔직히 쉽지 않았다. 청와대 핵심 인사들로부터 참여정부 4년의 공과를 듣는 자리로 마련됐지만, 편안하게 옛날이야기만 듣고 있을 수도 없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이 오락가락한 것 아니냐', '지금 집을 사야 되느냐, 말아야 되느냐', '서민 위해 집값 잡겠다고 해놓고, 결국 투기만 조장한 것 아니냐','청와대 관료들이 강남에 거주하는 데 정책에 영향 안 끼치겠나' 등 예민하면서도, 공격적인 질문들이 이어졌다. 미리 건네준 질문엔 없는 것들이었지만, 그는 침착하면서, 적당히 에둘러 즉답을 피하는 등 노련하게 답해 나갔다.

집없는 서민을 위한 대책이 부실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선 변 실장의 목소리도 높아졌다. 이어 "다소 부작용이 많다고 하더라도 중산, 서민층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삼을 것이다"는 말을 재차 강조했다. 한나라당이 추진 중인 토지는 놔두고(40년 이상) 건물만 분양하는 토지임대부 분양(일명 반값아파트법)부터, 환매조건부 분양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곧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국민들이 잘 믿질 않는다'고 하자, 그는 부동산 근원적인 처방을 위해 획기적인 지방 2단계 균형발전 정책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학교 등이 지방으로 가겠다고 할 정도의 과감한 인센티브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솔깃한 내용들이었다. '세금 혜택이 들어있느냐,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해달라. 언제 발표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대뜸 사진기자를 향해 "웃옷을 벗어도 되느냐"며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다. 같은 질문이 재차 이어지자, 웃으면서 "지금 검토 중이고, 내년 상반기 이전에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한미FTA(자유무역협정)을 비롯해 경기침체와 재벌개혁 후퇴 논란 등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서도 그는 솔직하게 답해 나갔다. 대신 미국 쇠고기 수입재개 등 민감한 부분에 대해선 말을 아꼈고, 경제 저성장 논란에 대해선 선진국과 비교하면서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발빠른 <조선일보>의 대응과 한 경제일간지의 노골적 불만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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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PDF


당초 계획과 달리, 구체적인 현안을 두고 진행된 이날 인터뷰는 예정된 1시간을 30여분 넘기면서 마무리가 됐다. 변 실장은 인터뷰 내내 별도로 준비해 온 자료 등을 거의 보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일부 부동산이나 경제관련 수치 등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인터뷰 기사는 주말을 넘겨 지난 11일 아침에 실렸다. 독자들의 반응은 생각보다 냉담했다.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여전한 탓이었다. 한편으론 마지막 기대감을 보인 독자도 꽤 있었다. 그들은 '이젠 마지막…'이라는 단어를 빼놓지 않았다.

오후 들면서, 다른 언론들의 반응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언론들도 변 실장의 부동산 관련 발언을 주요하게 전달했다. 대신 한 경제일간지는 12일치 신문에서 변 실장의 이번 인터뷰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동안 기자들의 거듭된 브리핑 요청을 거부해온 변 실장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통해 지역균형 정책의 견해를 밝혔다는 것.

이 신문의 청와대 출입기자는 12일 청와대 공식 브리핑시간에 대변인에게 항의성(?)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가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언론에 대한 불신 때문인지 알려달라는 것이다. 윤태영 대변인은 "둘 다 아니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오히려 가장 충실(?)하게 보도한 곳은 <조선일보>였다. 신문은 인터뷰 기사 실린 11일 오후 <조선닷컴>을 통해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를 직접 링크로 걸어놓고 해당 내용을 발빠르게 전했다. 이어 청와대 출입기자를 포함해 정치, 경제부문(부동산쪽을 맡은) 기자들이 붙어 인터뷰의 내용을 분석했다.

이 내용은 다음날치 아침신문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조선일보>는 12일치 신문에서 "반값아파트, 부작용 많더라도 추진"이라는 제목의 1면 톱 기사와 함께, 4면에는 정치권과 학계, 부동산 전문가 등의 의견을 묶어 분석기사를 실었다.

특히 신문은 4면 '서민요구 수용… 땅값상승 우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번 대책을 내년 대선을 앞둔 선거용 선심정책, 치적 내세우기의 일환이라고 분석했다. 지역발전안에 대해서도 '개발 프로젝트 남발 우려'를 들면서 부정적으로 해석했다.

부동산 혁명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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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 PDF

굳이 정부의 11·15 부동산 대책이 아니더라도 국민들의 집값 걱정은 가히 폭발직전에 와 있다.

특히 중산, 서민층의 상대적 박탈감과 내집 마련에 대한 기대감도 접은지 오래다. 그럼에도 일부 국민들은 '부동산 값은 잡힌다'는 정부의 이야기를 믿고 싶어한다. 그리곤 여전히 기대하고 있다.

이번 변양균 정책실장 인터뷰에선 이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져주느냐가 중요했다. 반값아파트 공급도 하나의 방안이었다. 변 실장은 "결론 내리기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반론이 있다"면서도, "부작용 많더라도 중산서민층 주거안정을 최우선으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조선일보>도 이번 대책을 "우리 사회의 주택에 대한 인식을 소유에서 주거로 바꿔 나가는 혁명"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마지막 중의 마지막 카드"라고 했다. 신문은 "이것마저 실패한다면 부동산의 무정부 상태가 연출되는 것"이라고 할 정도다.

일리있는 지적이다. 그러면서도 신문은 혁명의 성공 가능성은 낮게 보는 듯 했다. 전체적인 논조도 그리 우호적인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면 부동산의 무정부 상태가 연출되기라도 바라는 걸까. 종합 일간지 가운데 가장 높은 부동산 광고 매출을 보인 <조선일보> 입장에선 이 역시 좋은 것만은 아닐 것이다.

이젠 정말 부동산 혁명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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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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