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군축 카드 꺼내들까?

[6자회담 쟁점, 전망, 해법-(2)] 진정한 '비핵화'를 위하여

등록 2006.12.16 18:13수정 2006.12.20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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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9일 중국 댜오위타이에서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지난해 9월 19일 중국 댜오위타이에서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성연재

18일부터 열리는 회담 전망과 관련에 초미의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 있다. 핵실험까지 강행한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요구하면서 "앞으로 6자회담은 핵군축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올 것인가의 여부가 바로 그것이다.

만약 북한이 이러한 주장을 들고 나온다면, 오랜만에 열리는 회담은 또 다시 결렬되고 말 것이다. 중간선거에서의 패배와 네오콘의 퇴조로 위상을 회복한 미국 내 협상파들의 입지는 또 다시 위축되고, 부시 행정부는 북한의 핵포기 의지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면서 대북 제재와 봉쇄를 더욱 강화하려고 할 것이다.

@BRI@이러한 우려를 뒷받침하듯, 재일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6자회담 참가국들 가운데 핵무기 보유 여부를 기준으로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4 대 2'로 규정하면서 북한도 엄연한 핵보유국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연합뉴스가 인용보도한 것에 따르면, 조선신보는 지난달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책임과 의무를 미국이 다하지 않는다면 조선도 핵을 포기하지 않는다"며, "(북미) 두 나라 사이의 총포성 없는 전쟁은 필연적으로 동시행동원칙에 기초한 군축과정으로 이행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핵군축 주장하면 회담 결렬 가능성

위성에 바라본 북한 영변 핵 시설단지.
위성에 바라본 북한 영변 핵 시설단지.2003 몬테레리 연구소
그러나 북한이 6자회담에서 이 문제를 강하게 제기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우선 11월 1일 북한의 외무성 대변인은 "6자회담의 틀안에서 조미 사이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해결한다는 전제 아래 회담에 복귀한다"는 방침을 확인하면서도,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나 핵군축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았다.

또한 최근에도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공식 매체를 통해 '앞으로 6자회담은 자신의 핵무기 보유를 전제로 한 핵군축 회담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북한의 과거 행태를 보더라도 이러한 기대를 뒷받침해준다. 북한은 이미 작년 2월 10일 핵보유 선언에 이어 3월 31일 발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6자회담은 핵군축 회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막상 회담이 열렸을 때에는 이러한 입장을 관철하려고 하지 않았다. 진통 끝에 9·19 공동성명이 채택될 수 있었던 것도 북한이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와 이에 따른 핵군축 의제화를 강하게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한이 핵실험까지 강행했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다른 맥락이 있더라도, 이를 근거로 핵보유국으로서의 인정과 핵군축 의제화를 6자회담 장(場)에서 관철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이 이런 고집을 부릴 경우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 러시아 등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로부터 따가운 시선을 받을 것이 분명하고, 이에 따라 "더 얻을 것이 많다"고 공언했던 6자회담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은 핵포기 단계를 크게 '동결'과 '폐기'로 나누고 폐기는 추후로 미루려고 할 것이다. 이는 두 가지 의도에서 추측할 수 있는데, 첫째는 핵포기의 대가를 높이려고 하는 것이고, 둘째는 미국의 약속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물리적인 담보물이 있어야 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내부 통치 이데올로기 차원에서도 북한의 궁극적인 승리, 즉 미국의 적대정책철회가 확실히 보장되지 않은 상태에서 핵을 포기할 경우, 주민들에게 심어온 '강성대국'의 이미지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게 될 것이다.

진정한 비핵화를 향하여

이처럼 북한의 핵군축 카드가 6자회담의 근본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제는 남아 있다.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개념 규정이 바로 그것이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 한미 양국은 '북한의 핵포기'와 '남한 내 핵부재'로 규정하고 있는 반면에, 북한의 개념 규정은 훨씬 광범위하다. 남한의 핵 투명성도 검증을 통해 입증되어야 하고, 미국의 핵우산도 제거되어야 하며, 한반도 밖에서 미국의 핵위협도 해소되어야 한다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한미 양국은 과거 남한의 핵개발 의혹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통해 말끔히 해소되었고, 1991년 남한 내 미국 핵무기도 모두 철수되었다고 주장해왔다. 또한 미국은 핵무기와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공격하거나 침공할 의사가 없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 비핵화'가 자신의 핵무기를 남한에 다시 배치하는 것까지 금지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왔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북핵 문제의 영구적인 해결과 진정한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쟁점에 대한 이견 해소도 대단히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크게 두 가지 내용이 한반도 비핵화에 포함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는 한미 양국이 미국의 핵무기를 다시 반입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것이다. 미국은 다양한 중장거리 투발 수단을 갖고 있기 때문에, 굳이 남한에 핵무기를 배치하지 않더라도 충분한 핵 억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러한 공약은 북한의 핵포기 약속 확인과 동시에 제시되어야 할 것이다.

둘째는 미국의 핵우산 문제이다. 기실 이 문제는 미국의 세계 핵전략의 근간일 뿐만 아니라, 북한 이외에도 핵강대국인 중국과 러시아도 한국의 잠재적인 위협국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풀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한반도 비핵화는 절름발이 신세를 벗어날 수 없고 북핵 문제도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

결국 이 문제는 '동북아 비핵지대'라는 보다 포괄적이 맥락에서 풀어야 할 것이다. 우선 6자회담 공동성명에 "핵보유국은 비핵국가에게 핵무기 사용 및 사용 위협을 가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근거로 북핵 문제가 해결 국면에 접어들면, 6자회담의 의제로 동북아 비핵지대 창설을 본격 추진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비핵지대없는 한반도 비핵화는 공평하지도 안정적이지도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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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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