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특사 파견해 남북관계 풀어야
미국·중국도 핵 폐기해야 북핵 해결"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 13일 민화협 강연서 주장

등록 2006.12.13 14:38수정 2006.12.13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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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 13일 오후 4시 15분]

오마이뉴스 김태경
햇볕정책 전도사인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현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13일 "필요시 (남북한 사이에) 특사를 교환하고 정상회담을 개최하여 의사소통을 해야 한다"며 "현재의 경색된 남북관계를 돌파구 마련하기 위해서는 대통령 특사를 (북한에) 파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핵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미국·중국·러시아 등) 핵무기를 보유한 국가들도 모두 핵무기를 폐기하고 핵실험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전 장관은 이날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이하 민화협)가 주최한 '2006년 정당·종교·시민사회단체 공동회의'에 나와 '북한 핵문제와 대북정책 방향'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오랜만에 공개 강연을 한 임 전 장관은 조지 부시 미 행정부의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러나 동시에 현 정부의 대북 정책도 미온적이라고 간접적으로 질타했다.

임 전 장관은 대북 대통령 특사를 파견해야 하는 이유로 "최고 당국자(김정일 국방위원장)만이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북한체제의 특수성 때문에 북측 최고당국자와의 직접 대화가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위로부터의 변화를 추구하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핵 문제는 북-미 적대 관계의 산물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나라들이 해결을 도와 줄 수 있지만 미국을 대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안보위협을 제거해 줄 나라도 미국이고, 경제 제재를 해제해 줘야 할 나라도 미국 이라는 것이다.


임 전 장관은 "한국이 주도적으로 해결한다거나 핵문제가 해결되어야 정상회담을 하고 남북 경협을 확대할 수 있다는 주장은 북핵문제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데 기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무현 정부는 북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내세웠다. 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자 쌀과 비료 지원을 끊었다. 또 올해 중반까지만 해도 북핵문제 해결의 확실한 보장없이 남북 정상회담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임 전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현 정부의 대북 정책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으로 보인다.

"포용정책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

그는 북한의 핵보유 이유를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 달성을 위한 협상용으로 봤다.

공산권이 붕괴되면서 북한은 생존을 위해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지상과제로 삼았고 1990년대 초반 김용순 당시 비서를 미국에 보내 외교관계 수립을 제안했었다는 것이다. 물론 거부당했다.

임 전 장관은 "북한은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핵 카드'를 사용하는 길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며 "미국과의 관계정상화가 되기 전에는 핵개발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내가 수차례 북한의 최고당국자(김정일)와의 대화를 통해 느낀 것은 그는 미국을 두려워 하고 불신한다는 것"이라며 "그러나 동시에 그는 미국과의 관계정상화를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의 이날 강연에서 주목을 끈 대목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미·러·중 등의 핵무기도 폐기해야 한다고 한 점이다.

임 전 장관은 "핵무기를 보유한 나라가 핵무기가 없는 나라들을 위협하는 한 핵 확산을 방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인도가 핵무기를 보유하니 파키스탄도 보유하게 되고, 이스라엘이 핵무기를 보유하니 중동국가들이 핵개발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따라서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도 '핵무기 없는 세계' 실현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며 "핵무기 보유국들은 핵무기를 모두 폐기하고, 핵실험을 전면적으로 금지(CTBT)함으로써 핵확산을 방지(NPT)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원래 NPT는 핵무기 보유국이 핵무기 비보유국을 위협하지 않고 이들 나라의 평화적 핵 이용을 보장하는 전제로 성립됐다. 그러나 현실은 이와 다르다.

임 전 장관은 부시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강하게 비판했다.

"클린턴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를 통해 핵개발을 동결시켰고 미사일 개발 및 발사 유예를 이끌어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제네바 합의를 파기해 플루톤늄 보유량이 크게 늘어 핵폭탄을 6~8개 만들 수 있는 40~50㎏으로 늘었다. 클린턴의 포용정책은 성공했으나 부시의 적대정책은 실패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네오콘이 주도한 '북한 정권 교체를 통한 대담한 해결'이라는 비현실적인 접근방법을 버리고 '페리 프로세스'를 교훈삼아 한반도에서 탈냉전의 평화 프로세스를 추진하면서 북핵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핵문제는 안보위협이 해소되어야 해결 가능하다. 핵무기를 필요로 하지 않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이웃나라 앙골라에서 소련·쿠바군이 철수하고 안보위협이 해소되자 자진해서 핵무기를 폐기했다. 상대방을 제거해야할 사악한 정권이며, 군사적 선제공격의 대상이오, 핵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위협 한다면 핵무기 개발을 포기시키기 어렵다."


그는 지난 2002년 10월 부시 정부가 제기한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개발 의혹과 관련 "미국은 별다른 근거도 없이 HEU 계획 의혹을 왜곡·과장하여 제네바 합의를 파기했다"고 비난했다.

임 전 장관은 기조 강연의 마지막 부분에서 "포용정책(화해협력정책)은 유화정책이 아니다, 강자만이 추진할 수 있는 것이 포용정책"이라며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면 화해협력을 추구하는 포용정책 이외의 다른 대안이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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