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인터넷 사용, 어디까지 관리해야 할까?

'자녀 보호 기능'을 둘러싼 논란과 부모들의 고민

등록 2006.12.14 09:40수정 2006.12.14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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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윈도우 비스타의 '자녀보호 설정 화면'. 영문으로 'Family Safety Settings'로 보안기능의 확장이다.

윈도우 비스타의 '자녀보호 설정 화면'. 영문으로 'Family Safety Settings'로 보안기능의 확장이다. ⓒ Microsoft

최근 인터넷에서는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선보인 새로운 '윈도우 비스타'의 '자녀보호 기능'을 놓고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다. 부모와 자녀를 각기 다른 아이디로 설정하여 부모가 자녀의 컴퓨터 사용이나 인터넷 접속 권한을 조정하는 것은 물론 자녀의 컴퓨터 사용 이력을 조회할 수 있는 서비스로 메일과 메신저, 파일 다운로드까지 관리가 가능하도록 만든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인권침해를 중심으로 이 기능을 바라봤다. 신문 보도 역시 청소년 인권침해가 우려된다는 입장이었고, 인터넷 토론방에서도 인권침해에 대한 성토가 이어졌다. 정작 프라이버시가 중요하게 여겨지는 미국에서는 이 자녀보호 기능이 호평받았고, 인권침해로 보지는 않았다.

부모는 자녀의 인터넷 사용을 어디까지 관리할 수 있을까? 또는 관리해야 하는가?

깊어가는 부모들의 고민

@BRI@미국에서는 이 자녀보호 기능으로 자녀들의 프라이버시 보호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즉 우리가 생각한 것이 부모가 자녀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것이었고, 미국 사람들 생각은 인터넷을 통해 자기 자녀에게 접촉해 오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기 자녀를 보호하는 것을 프라이버시 보호로 생각한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새로운 사람들과 접촉할 수 있는 인터넷은 분명 좋은 점도 가지고 있지만 자녀를 키우는 부모들에겐 새로운 형태의 위험 요소이기도 하다. 어떤 친구와 사귀고, 동네 어디로 놀러 가고 하는 것들은 부모가 예측할 수 있는 범위 안에 들어있지만 인터넷을 통한 새로운 접촉은 부모가 알기 어렵다. 게다가 자녀들은 컴퓨터에 능하고 부모들은 자녀들이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경우엔 더 그렇다.

미국에서 학생들에게 권장하는 것 중 하나는 인터넷을 사용할 때 익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름, 나이, 성별, 사는 지역 등이 알려질수록 위험에 노출될 확률도 커진다. 인터넷에는 거친 말투로 모욕감을 느끼는 것들은 물론 부모의 신용카드를 사용하게 하는 금융범죄나 아동을 노리는 성범죄자들과의 접촉까지 여러 위험이 존재하고 있다. 컴퓨터 사용에 능한 아동이나 청소년은 거꾸로 가해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다면 우리나라는 어떤가? 어른들이 사용하는 메신저와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인기 있는 메신저는 대개 다르기 마련인데, 경찰청 사이버 수사대의 사례나 관련 업체들의 모니터 내용을 보면 어른이 신분을 위장하여 아동이나 청소년에게 접근하는 사례들은 이미 현실에서 발생하고 있다. 청소년들의 가출이나 성매매에 있어 메신저나 화상채팅이 주된 도구가 되고 있다.

범죄의 대상이 되는 심각한 경우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부모들에게는 자녀의 컴퓨터 사용을 조절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거리일 것이다.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 어려움은 자녀들의 생활에서 컴퓨터나 인터넷 사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반면, 정작 컴퓨터로 무엇을 하는지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부모가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사용 시간 정도지만 그것도 밤을 새우거나 PC방을 출입하는 식으로 피해가기 십상이다.


부모 세대에게 컴퓨터는 특별할 때 쓰는 도구일지 모르겠지만 자녀들에게 컴퓨터는 이미 생활환경이다. 자녀들은 신문이나 TV 없이는 지내도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다. 무조건 하지 못하게 하거나 가능하면 적게 쓰도록 하는 식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며 제대로 쓸 수 있게 하는 것과 인터넷을 통한 부작용, 특히 중독으로 인해 자기 관리가 무너지거나 범죄의 표적이 되는 것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지도해야 한다.

이미 시중에는 인터넷 사용을 제한하는 여러 서비스가 존재하며 윈도우 비스타의 자녀보호 기능도 선택 가능한 방법의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서비스를 단지 자녀의 통제하는 수단이거나 자녀를 염탐하는 기능으로 사용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예기치 못한 위험으로부터 자녀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며, 부모가 어떤 방법으로 자녀를 보호할 것인지 충분히 대화가 이뤄져야 하고 자녀와 합의로 실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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