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오마이뉴스 권우성
좀 더 들어가자. 정균환 전 의원은 "통합을 위해 문호를 개방해 유력한 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독자생존론을 대체하는 중도개혁세력 결집의 방도다.
'문호'가 어디이고 '유력한 인물'이 누구인지는 자명하다. 고건 전 총리와 그를 따르는 세력을 받아들이겠다는 얘기다.
난제가 있다. 고건 전 총리는 기존 정당에는 들어가지 않겠노라고 했다. 고건 전 총리가 이 공언을 고수하면 열어놓은 문호로 외부 유력인사가 걸어들어오는 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집안싸움 소음만 새어나갈 공산이 크다. 비주류가 독자생존론을 폐기하면서 내놓은 중도개혁세력 결집은 공염불이 되는 것이다.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비주류, 친고건파가 당을 깨고 고건 전 총리 측에 합류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면 문제가 발생한다. 민주당 조직은 고스란히 주류 품에 안긴다. 대선 운동에 필수적인 일선조직을 잃으면 힘이 반감된다. 고건 전 총리에 합류를 하더라도 민주당 조직을 접수한 뒤 통합하는 모습을 띠어야 득이 훨씬 크다.
이렇게 보면 민주당의 분화가 행동으로 옮겨지는 기점은 내년 2월이 될 것이다. 전당대회 개최 여부, 혹은 전당대회 결과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익히 예상됐던 경로다. 관심사는 그 다음이다.
이상열 대변인이 그랬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범여권 정계개편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민주당 비주류가 주류의 독자생존론을 폐기한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선 세를 키워야 한다.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데 함께 하지 않겠노라고 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달리 읽을 여지가 있다. 이상열 대변인의 말을 이렇게 끊어 읽을 수 있다. "열린우리당이 '주도하는' 논의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이렇게 읽으면 독해 내용이 달라진다. 끝까지 함께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기선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헤쳐모이는 방식, 그래서 누군가가 주도권을 확실히 틀어쥐지 않는 방식이라면 열린우리당과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중도개혁세력 결집으로 귀착?
그럼 민주당의 분화는 고건 전 총리와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를 아우르는 중도개혁세력 결집으로 귀착되는 걸까?
다른 말이 있다. 조순형 의원이 말했다. "열린우리당 창당세력은 배제돼야 한다"고. 조순형 의원의 말이 이상열 대변인의 말보다 훨씬 유연한 것 같다. 이상열 대변인은 열린우리당 전체를 통칭했지만 조순형 의원은 열린우리당 창당주역만 특칭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니다. 조순형 의원의 말에는 구원이 묻어있다. 이상열 대변인의 말에는 타협과 조정의 여지가 숨겨져 있지만 조순형 의원의 말에는 그런 것이 없다. 더구나 열린우리당 통합신당파를 이끄는 사람들 대개가 열린우리당 창당주역이다.
민주당의 2차 분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열린우리당이 지금의 당내 대립구도 그대로 분열된다고 가정하면 민주당 비주류 내에서 다시 떨어져 나가는 사람이 나타날 공산이 있다.
열린우리당과 마찬가지로 민주당도 통합, 결집을 이루는 대가로 분화, 이탈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그것이 자연스런 귀결이든 아니든 간에….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