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북아트를 배우게 된 이유

덜렁거리는 내 성격 꼼꼼해지기를 바라면서

등록 2006.12.15 08:12수정 2006.12.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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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트 만드는 재료들
북아트 만드는 재료들정현순

“뭘 그렇게 열심히 해? 오리고 부치고.”
“숙제하는 거야.”
“숙제? 무슨 숙제.”


퇴근한 남편이 들어와도 미동도 하지 않고 무언가 열심히 부치고 앉아있자 물어본다. 난 두 주전부터 북아트 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그렇게 잔손이 많이 가는 것을 배우게 된 이유가 있다. 지난번 친구들하고 여행 갔을 때의 일이다. 평소 난 좀 덜렁거린다.

@BRI@그러나 친구들 눈에 비친 내 모습은 보통이상으로 덜렁거리는 것으로 보였나 보다. 시나이산을 새벽에 올라갈 때는 춥다고 하기에 조금은 두꺼운 잠바를 가지고 갔었다. 하지만 그렇게까지 두꺼운 것이 필요 없었다. 난 비행기 안에서 잠바를 벗어 잘 개고 있었다. 모자가 달린 잠바가 워낙 두꺼워 부피를 작게 만들기가 쉽지 않았다. 잘 개서 작은 비닐봉투에 넣으려고 하면 한쪽이 삐져나오고 또 다른 한쪽을 집어넣으려면 또 다시 다른 쪽이 삐져나오기 일쑤였다.

옆에서 보고 있던 친구가 “어머나 언니가 이렇게까지 덜렁이는 줄 정말 몰랐다. 이리 줘 봐. 내가 좀 나을라나?”하면서 그가 해주었다. 그는 한번에 잠바를 잘 개서 작은 비닐 속에 쏘옥~~ 집어넣는 것이 아닌가. 그 모습을 보고 나도 내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뿐 아니었다. 2인1조가 같은 방을 쓰는데 다른 친구가 짐을 싸 가지고 온 것을 보니 정말이지 놀라웠다.

나도 필요한 것만 가지고 간다고 했는데 그와는 게임이 되지 않았다. 그는 머리 드라이기 까지 가지고 왔는데도 큰 배낭 하나였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짐을 잘 꾸려왔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솔직히 얄미운 생각도 조금 들었다. 난 그의 짐 싸기를 배우고 싶어 배낭 안을 들여다봤다. 빈틈이라고는 하나도 없이 알뜰하게 잘 사용했다.

평소 난 내 지갑에 돈이 얼마가 있는지도 잘 모른다. 어떤 때는 빈 지갑을 그대로 가지고 나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친구들 중 본인지갑에 돈이 얼마가 있는지도 정확히 알고 있는 친구들도 있다. 나도 어느 때는 지갑에 돈이 얼마 있다고 확인도 하지만 그것도 금세 잊어버리기가 허다 한 것이다. 하여, 나도 이제부터라도 좀 꼼꼼해지고 싶었다.


그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하고 있었는데 마침 시흥시 어린이 도서관에서 주부들을 대상으로 북아트 교실을 연다고 했다. 난 그것이 기회다 싶어 얼른 등록을 했다. 첫날 수업을 듣고 실전에 들어갔다. 역시나 난 꼼꼼하지 못 한 티가 나고 있었다. 가위로 오리고 색연필로 색칠을 해도 색칠이 겉으로 삐져나오기가 일쑤, 그려져 있는 선대로 오리지도 못했다.

그래도 난 잘 해보려고 애쓰고 있다. 내가 그런 모습에 옆에 앉았던 짝궁이 “정말 열심히 하시네요”한다. 그럼 뭐해. 그런 그들을 따라가려면 맨발벗고 따라가도 바쁜 것을. 세심한 작업이지만 재미있다. 두 번째 시간, 남들은 수업이 끝날 시간이 되자 거의 다 마쳤는데 나는 아직도 멀었다. 꼼꼼하지도 못하면서 꾸물거리기만 했나 보다. 그래서 집에 가지고 오자마자 와서 숙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완성 된 북아트
완성 된 북아트정현순
그것을 나중으로 미루면 다음 시간까지 손도 안대는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내 마음대로 생각해서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어 그것은 다행 중 다행이다. 책표지를 만들 때 아주 얇게 잘라서 겉 표지를 만들었다. 그런데 얇게 자르는 부분에서 표가 날 정도로 잘 못 부치고 말았다.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 꽃을 오려 부치고 싶어서 남편에게 “여기 이거 부치는 것이 나을까? 아님 안부치는 것이 괜찮을까?”라고 물어봤다.

한동안 쳐다보더니 “부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한다. 나도 부치는 것이 조금 나을 것 같아서 그 위 부분을 부치니 그런 대로 괜찮아 보였다. 아마 그전 같았으면 잘못된 부분을 떼어내려고 애를 썼을 테고, 떼어 낸 부분이 더 잘못되어 겉 표지를 다른 종이로 바꾸어서 처음부터 다시 했을 것이다.

이젠 제목만 부치면 된다. 자세히 보니 겉 표지가 마치 크리스마스카드 같이 보인다. 썩 잘한 것은 아니지만 다음 시간에 ‘잘 해왔다’는 선생님의 칭찬을 듣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직은 서툴고 힘들지만 그것이 덜렁거리는 내 성격을 조금이라도 고쳐줄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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