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타협의 기적' 이번엔 일어날까

[6자회담 재개] 북·미·중 외교무대... 한국 소외는 '씁쓸'

등록 2006.12.16 09:26수정 2006.12.16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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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19일 중국 댜오위타이에서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지난해 9월 19일 중국 댜오위타이에서 2단계 제4차 6자회담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연합뉴스 성연재

18일부터 제5차 6자회담 2단계 회의가 시작된다. 그러나 한국 6자회담 대표단은 16일 베이징에 간다. 18일 본 회담 시작전에 참가국 사이에 다양한 형태의 사전 접촉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6자 회담은 북한과 미국 사이에 1년 넘는 극한 대립 끝에 열린다.

@BRI@지난해 9월 19일 4차 6자회담에서 공동성명이 나왔다. 북한은 핵을 폐기하고 NPT(핵무기비확산조약)와 IAEA(국제원자력기구)의 보장 감독에 복귀하며, 미국은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이루기로 했다.

이것으로 북핵 문제는 끝난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이 북한의 위폐 문제를 들어 금융제재를 실시하면서 상황은 뒤바뀌었다. 지난해 11월 9~11일 9·19 공동 성명 이행을 위한 5차 1단계 6자회담을 끝으로 1년 넘게 공전됐다.

북한은 올 10월 핵실험을 했고 곧바로 유엔은 대북 제재 결의를 했다. 남아있는 것은 사실상 전쟁밖에 없을 것 같은 상황에서 다시 반전을 이뤄 이번 6자회담이 열리는 것이다.

6자회담이 다시 열린 것은 반갑지만, 우리로서는 북·미·중이 6자회담의 주역으로 나선데 비해 한국은 들러리로 전락한 면이 있다는 것이 씁쓸하다.

워낙 깊은 북·미 불신... 비관론 많아


많은 전문가들은 이번 6자회담 결과에 대해 대단히 신중하거나 비관적이다. 지난 1993년 북핵 위기부터 10년 넘게 진행된 북핵 위기 과정에서 북·미 양쪽의 대립과 불신은 갈수록 깊어져 몇장의 성명서를 낸다고 해서 해소되기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북·미는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를 했고, 지난해 9·19 공동성명을 냈지만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다시 충돌하는 과정을 되풀이 했다.


단적인 예로 노무현 대통령이 '한국 외교목표 100% 달성'이라고 칭찬했던 9·19 공동성명을 보자. 9·19 공동성명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모든 내용이 들어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 9월 20일 마카오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을 북한이 제조한 위폐를 세탁해 준 은행으로 지목했다. 사실 북한의 위폐 제조 문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언급됐던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위폐 문제를 제기했을 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북한이 9·19 공동성명 뒤 먼저 경수로 제공 확약을 요구하자 이에 대해 맞불을 놓기 위한 협상 전략 정도로 봤다. 위폐 문제가 9·19 공동성명 자체를 거의 무효화시킬 것이라고 본 사람은 거의 없었다.

더구나 지금은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상황이다. 북한은 한반도 전체의 비핵지대화와 6자 회담의 핵군축 회담화를 주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미 행정부의 방침이다. 북한이 쉽사리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6자회담은 '시간끌기' 양상으로 발전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 숫자는 계속 늘어 더 위험한 상황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교통상부 관계자도 15일 "사전 협의가 거의 되지 않은상태에서 이번 6자회담이 열리기 때문에 제반 여건이 상당히 어렵다"고 설명했다.

"6자 회담 성과 있을 것" 예상도

손 맞잡은 6개국 대표단 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지난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다.
손 맞잡은 6개국 대표단 2단계 제4차 6자회담 이레째인 지난 2005년 9월 19일 낮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한반도 비핵화 원칙 등 6개항의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회담을 성공리에 마친 6개국 대표들이 회담 직후 손을 맞잡고 이를 축하하고 있다.연합뉴스 성연재

지난달 18일 한·미 정상회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전 종료를 선언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당시 토니 스노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한국전의 종료를 선언하고 경제 협력과 문화, 교육 등 분야에서의 유대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전에는 상상도 못했던 파격적인 발언이다. 바로 이런 미국의 태도 변화를 들어 이번 6자회담이 성과가 있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백학순 세종연구소 남북관계연구실장은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 실패, 중간 선거 참패 등에 영향을 받아 대북 접근 방법을 달리하고 있다"며 "요즘 미국은 북한이 핵을 포기할 경우 안전보장·관계정상화·에너지 경제 지원 등을 제안했는데 이는 부시 행정부 최초의 포괄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 회담은 양쪽이 진정성과 해결의지가 있는지 확인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며 "이전과는 질적으로 다른 상황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지난 11월 28~29일 크리스토퍼 힐 미국 6자회담 수석대표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15시간 넘게 만나 회담을 벌였다. 내외신 보도를 종합해보면 이 때 미국은 ▲2008년까지 북한이 핵을 폐기할 경우 부시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만나 한국전쟁 종전 선언문에 서명을 하고 ▲경제·에너지를 지원하며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행정부는 원래 북한과의 양자 직접 대화를 극력 거부해왔다. 그러나 최근에는 6자 회담 전에 양자 직접 대화를 한다. 이것 자체도 부시 행정부 태도 변화의 구체적인 징표로 볼 수 있다.

사실 지난해 9.19 공동성명 때도 원래 처음 분위기는 꽤나 비관적이었으나 뜻밖에 성과를 냈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6자회담에서 대타협의 기적이 발생하지 말라는 보장은 없다.

한국 6분의 1 이상의 지분을 행사할 수 있을까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실장.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외교통상부 외교정책홍보실장.오마이뉴스 권우성
회담 결과는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번 6자회담에서 또 다른 관전 포인트가 있다. 이미 한반도 문제의 국외자로 전락한 한국이 이번 회담 결과에 상관없이 얼마나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정부는 '북핵 문제의 주도적 해결'을 내세워 왔다. 그러나 지난 7월11~13일 19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끝으로 남북당국 간 대화는 완전히 끊긴 상태다. 남북당국 간 대화도 못하는데 당연히 주도적 역할을 할 능력도 조건도 없다. 북한의 6자 회담 참가 결정도 결국 중국을 통해 들어야 했다.

정부는 지난 7월 5일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뒤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을 중단했다. 당시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핵 문제의 국제적 출구가 마련될 때까지"로 조건을 달았다. 당시 그는 국제적 출구를 6자회담 재개로 꼽았다.

그런데 6자회담이 재개된 지금 쌀과 비료의 추가 지원은 언급도 못하고 있다. 쌀과 비료의 추가지원 여부는 미사일 상황 때 나온 것으로 북한이 핵 실험을 했기 때문에 재개 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한 외교안보 전문가는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비판했다. 그는 "북한이 6자 회담 참가를 선언했을 때 이 장관이 총대를 메고 쌀과 비료 지원 재개를 공론화해야 했다"며 "이런 것은 하지도 않고 임기 마지막 며칠 전에 개성공단과 금강산을 다녀온 것에 그친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비난했다.

핵실험까지 한 마당에 쌀과 비료 지원을 재개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아무튼 답답한 것은 한국이다. 지난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때 협상 과정에는 끼지도 못하고 46억달러의 경수로 비용가운데 70%를 부담했던 '덤터기'를 이번에도 쓸 수 있다.

과연 한국이 이번 6자회담에서 참가 6개국에게 당연하게 주어지는 지분 1/6을 넘어서는 역할을 할 것인지, 아니면 북한과 같은 언어를 사용해 서로 통역없이 대화할 수 있다는 수준에 그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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