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 탈당 안 하는 게 가장 좋다"

[청와대 핵심에게 듣는다 ②- 정치·언론 분야] 이병완 대통령 비서실장

등록 2006.12.18 11:42수정 2006.12.18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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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이한기 황방열 박형숙 기자
- 사진 : 남소연 기자
- 동영상: 문경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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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12월 4일 인터넷에 올린 대통령의 편지 글이 여러 가지 해석을 낳았다. "열린우리당을 지킬 것이다"라고 말하면서도 "당에 도움이 된다면 탈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서로 충돌되는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당에 도움이 되는 탈당'이란 어떤 경우를 말하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게 당이 가야할 길'이라는 원칙적인 얘기였다. 당이 지향하는 가치와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가 정강정책에 나와 있고, 그걸 이루기 위해 모인 결사체가 정당 아닌가. 대통령께서 당의 정체성을 어떻게 변화, 발전시킬 것이냐 하는 노력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정통적이고 합법적인 논의를 통한 변화 과정을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편의적인 유불리로 판단하는 것은 원칙에도 맞지 않고 국민의 요구도 아니다. 대통령의 당적 문제는 차후의 문제 아니겠나."

- 현실적으로 대통령의 탈당 가능성은 어느 정도인가.
"비서실장의 위치에서 말씀드릴 건 아니다. 그런데 11월 28일 국무회의 모두 발언에서 하셨지만 '그런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뜻으로 말하셨기 때문에 탈당을 안하는 게 가장 좋은 것 아닌가. 당적을 보유하고 있는 게 책임 정치다. 하지만 정치적인 필요와 요구가 있다면 그 때는 판단할 문제겠지만 현 시점에서는 탈당하지 않는 가운데서 열린우리당이 합법적이고 질서 있게 과정을 밟아갔으면 좋겠다는 희원의 뜻으로 말씀한 것이라 본다."

- 지도부가 진행하고 있는 설문조사 방식 등이 변칙이라고 보나.
"당이 유동적인 상황인데 비서실장이 대통령의 생각을 대신해서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 당이 질서 있는 노력을 통해 합의점을 찾아 가리라 본다."

"지역주의, 내년 대선이 중대한 고비다"

- 노 대통령은 '지역주의'를 한국정치가 왜곡된 제1의 원인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러나 밖의 시각은 그렇지 않다. 이전에 비해 지역주의가 많이 옅어진 것 아닌가.
"2002년 대선 이후 전개 과정을 보면 그 전과 지역주의에 대한 체감은 많이 완화되었다.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이 영남에서 32% 가량을 득표했다. 대통령이나 열린우리당의 지역주의 극복 노력이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그런데 내년 대선이 위험한 고비다. 지역 구도가 재연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정계 움직임을 보면 벌써 그런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지역주의 극복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정치권의 구체적인 논의가 있다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 등 제도적인 보장이 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다."

- 당은 청와대의 '일방주의'에 대해 늘 불만이 많다. 최근 노 대통령이 제안하고 비서실장이 발표한 '여·야·정 정치협상'도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당시 김근태 의장쪽에선 대통령 면담 요청도 번번이 거절당했다고 하던데, 맞나.
"가십거리가 될 수 있으니 구체적인 과정 설명은 생략하겠다. 늘 의장님의 말씀은 무겁게 받아들인다. 정치협상(회의제안)의 경우, 국회 문제를 일괄적으로 풀자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전효숙 헌법재판소장 임명동의안 문제에 대한 한나라당의 요구가 법리적으로, 절차적으로 상식적으로 맞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딱 걸려 있으니…, 당에 짐을 지우기보다 대통령이 지는 게 낫다고 생각하신 것이다."


- 현재 열린우리당과 정부의 관계는 '당정 분리'가 아닌 '당정 분열'이 됐다. 리더십의 문제, 광범위한 노선 스펙트럼 등 다양한 원인이 있겠지만 노 대통령이 정치개혁의 원칙으로 내세웠던 당정 분리의 공과에 대해 평가한다면.
"새로운 실험이었다. 방향은 맞다. 그 실험 과정을 보는 대외 환경이 참 중요하다. 당정은 항상 일사분란 해야 한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대통령과 당은 늘 한 목소리, 하나의 지향이어야 된다고 생각한다면 당정 관계는 더딜 수밖에 없고 과만 남게 된다. 정책에 있어서는 당정 관계는 시스템을 더 보완하고 높은 차원으로 가야 하는데 그러려면 정부도 중요하지만 당도 정책정당으로서 체제가 좀더 갖춰 줘야 한다. 의원 개인의 역량에만 맡길 수 없지 않나.

법안이 대부분 정부안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일방주의'라고 하면 안된다. 당에서도 합리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데 정치하는 분들이 시간적인 여유가 없긴 하지만…. 정부는 정책을 도출하고 정책을 집행하는 전문집단이다. 당은 정책과 정치가 혼재되어 있고 정치가 더 크게 작용하는 측면도 있기 때문에 괴리가 있고 균형을 이루지 못한 점이 있지만 언론이 크게 부각시켜 보도한 점도 있다."


"노 대통령이 영남야당 바란다고? 곡해된 의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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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당에선 "노 대통령은 '영남 야당' 할 각오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웃으면서) 비서실장에게 물어볼 질문이 아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영남당'이라고 하는 것은 곡해된 의견이다. 지난번 대통령 편지에서도 밝히셨지만 영남당도, 호남당도 열린우리당이 지향해온 가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좋은 후보들이 좋은 정책을 가지고 정책 경쟁을 통해 지역주의가 아닌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2002년은 큰 틀에서 정책대결이었다. 지난 4년 간 여야는 참여정부의 정책에 대해 확연한 입장차를 보인 게 많다. 그 부분이 본격적으로 노출되고 국민들이 미래에 대해 어떤 해답을 얻을 것인가가 중요하다."

- 개각 관련 보도가 나오고 있다. 의원직을 가지고 있는 유시민, 정세균 장관의 사임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들 중 당으로 돌아가겠다는 의사를 대통령에게 밝힌 적이 있나.
"아직 대통령에게 보고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정치를 해온 분들이기 때문에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관심이 모아지지 않겠나. 또 열린우리당이 새로운 모색을 해가고 있는 상황이니…, 그 부분은 전적으로 당사자의 정치적 결정의 문제라고 본다."

- 유시민 장관은 "대통령에게 물어볼 문제"라고 답변을 유보했는데.
"대통령의 뜻도 중요하지만 당사자의 뜻도 중요한 게 아닌가. 정치인 각료에 대해 대통령은 당사자의 의견을 중요시해왔다."

"남북정상회담, 비밀주의로 풀 일 아니다"

- 내년 3월 남북정상회담 개최설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데.
"글쎄, 내가 모르는 무슨 움직임이 있나 해서 안보실에 물어보기도 했지만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상회담은 비밀주의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거래할 것도 없지 않나. 그런데 그 얘기가 어떻게 해서 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추론해서 '그 정도 시기가 아니겠냐'는 것 아닐까. 상황이 조성된다 해도 다른 목적으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6자회담 결과가 좋으면 정상회담 가능성도 높아지는 것 아닌가.
"지금 상황에서 6자회담에 대해 낙관도 비관도 하지 않는다. 어떻게 외교적 성과로 만들 것인가에 최선을 다 할 뿐이다. 6자 회담을 전제로 뭘 만들어낸다는 것은 앞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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