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대신 6자회담 폐기 암시?

[여기는 중국 베이징] 북 '핵군축 회담 불가피론' 파장... 회담 중반 이후 본의 드러날 듯

등록 2006.12.18 11:59수정 2006.12.19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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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nt color=a77a2>심각한 표정으로 연설듣는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북핵 6자회담 본회의에서 하고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들이 중국 우다웨이 수석대표의 연설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심각한 표정으로 연설듣는 북한 김계관 수석대표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북핵 6자회담 본회의에서 하고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들이 중국 우다웨이 수석대표의 연설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연합뉴스 황광모

[4신 : 18일 오후 6시 20분]

북, 북미 접촉은 거부... BDA 협상에 집중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이 18일 6자회담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핵군축 회담 불가피론을 들고 나온 것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비록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고자 할 경우'라는 조건을 달고 있지만, 미국이 북핵 폐기라는 목표를 수정할 가능성은 없다. 따라서 이번 북한의 주장은 6자회담을 핵군축 회담장으로 바꾸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국 정부 관계자는 초기 기선을 잡기 위한 협상 전략정도로 보고 있다.한 회담 관계자는 "북한의 기조연설은 최대한 요구한 것이고 이게 진짜 입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회담의 중반 이후에 가봐야 북한의 속내를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기조연설 주장은 이제까지 늘 해왔던 말"이라며 "미국과 일본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파장이 큰 핵군축 회담 요구를 이번에 북한이 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런 예상은 빗나갔다. 또 북한이 핵군축 회담 주장을 이전에 해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때와 지금 북한의 위상이 다르다. 이전에 북한은 '말로만' 핵보유국이었고 지금은 물리적으로 핵보유국임을 증명한 상태다.


북한의 핵군축 회담 불가피론은 실제 성사 여부와 상관없이 그 의도를 보면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일단 핵군축 회담은 6자회담을 그만두겠다는 말이나 다름없다. 핵군축 회담은 핵을 보유한 국가들이 각자의 핵무기 보유고를 감축하는 회담이다. 이 경우 핵무기가 없는 한국과 일본은 아예 참가 자격이 안된다. 자동적으로 6자회담은 의미가 없게 된다.


현재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는 최대 8개 정도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미국은 수천발을 가지고 있다. 각자 8개씩 핵무기를 줄여봐야 북한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다.

따라서 북한의 핵군축 회담 주장은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즉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에서 핵 항공모함이나 잠수함 등의 기항을 금지하자는 것이다.

이는 결국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 철폐를 요구하는 것이다. 한반도 주변 지역에 핵무기를 배치한 중국과 러시아도 대상이 되겠지만 주 대상은 미국임이 틀림없다.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에 대해 핵우산을 제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핵군축 회담을 한다면 북한은 미국의 한국에 대한 핵우산을 철폐하면 자신들도 핵을 폐기할 수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미 군사동맹을 근본적으로 수정해야 가능한 일이다. 북핵 폐기만큼이나 어렵고 지난한 문제이거니와 그 어떤 남한 정권도 현재로서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

국제문제조사연구소 조성렬 기획실장은 "사실 핵군축 회담은 힘의 관계에서 볼 때 현실성은 없다"며 "그러나 북한의 핵군축 회담 주장은 말 그대로라면 6자회담을 안하겠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핵군축 회담은 6자회담을 안하겠다는 뜻"

북한은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 합의하기 직전에도 한반도 비핵지대화를 주장했다. 그러나 결국 현실을 받아들여 북한 핵의 폐기와 북미 관계 정상화 및 경수로 제공 등을 맞바꿨다.

이번에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논의의 자리로 목표를 설정한 미국 앞에서 다시 '핵군축회담=한반도 비핵지대화'를 들고나온 것은 9·19 공동성명의 의미와 내용을 재검토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북한의 기조연설 주장은 지난해 9·19 공동성명에서 되레 후퇴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북한은 이날 기조연설에서 핵군축 회담 불가피론에 조건을 단 만큼 그렇게까지 가지 않기 위해서는 미국이 해줘야 할 것을 요구했다. 각 단계별로 꽤나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우선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조건으로 위폐 문제와 관련 금융 제재 해제 뿐만 아니라 핵 실험 뒤 가해진 유엔 제재도 해제하라고 요구했다.

이전에 북한은 금융제재가 해제되어야 6자회담에 나갈 수 있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6자회담에서는 UN 제재 해제라는 또 다른 조건을 붙였다. 금융제재를 실시중인 미국 뿐 아니라 유엔 결의안에 찬성한 중국과 러시아 등에게도 행동할 것을 요구한 셈이다.

금융제재 문제와 관련 북한이 지난 16일 이후 계속 미국과의 양자 접촉을 거부하고 있는 점이 주목된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수석대표는 지난 15일 "내일(16일) 북한과 양자접촉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지만 실제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또 한국 대표단의 한 관계자는 "17일 북미 접촉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으나 역시 북·미 만남은 성사되지 않았다. 본회담 개시일인 18일에도 역시 북·미 양자 접촉은 없었다.

미국은 북한과의 양자접촉을 원하고 있으나 북한이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에 양자접촉을 강하게 요구해왔던 북한이 태도를 바꾼 것은 왜일까?

19일부터 금융제재 문제 논의를 위한 북·미 간 실무그룹 회의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9·19 공동성명과 관련되는 북미 간 양자접촉은 거부하는대신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그룹회의에는 집중함으로써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다른 문제는 절대 논의할 수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이고 있는 셈이다.

아무튼 북한의 핵군축 회담 불가피론이 단순한 협상 초기 기선 제압을 하기 위한 협상용인지, 아니면 핵무기 보유국임을 전 세계에 입증한 뒤에 실제로 가기 위한 수순인지는 이번 회담 중반 이후에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3신 : 18일 오후 4시 28분]

북한 "핵 군축 회담 불가피"... 미국 "비핵화 안되면 모든 것이 불가능"


북한이 18일 오전 열린 6자회담 본회의 기조연설에서 "현단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고자 할 경우 핵군축 회담의 진행 요구가 불가피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북한은 금융 제제 뿐 아니라 지난 10월 핵실험 뒤 실시된 유엔의 대북 제재도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 불가시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이번 6자회담을 북한의 핵폐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국이 북핵폐기라는 목표를 수정할리가 없기 때문에 여러 전문가들이 우려했던대로 북한이 핵군축 회담을 요구할 경우 이번 회담에서 북미간의 정면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전 기조연설에서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며, 북한의 최종목표"라면서도 "단, (조건이 성숙되지 않은) 현 단계에서 핵무기 문제를 논의하고자 할 경우 핵군축 회담의 진행을 요구하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미국이 금융 제재 해제 및 9·19 공동성명 이후 시행된 유엔제재 등 대북 제재를 해제해야 공동성명 이행 방안의 논의 개시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이것 역시 이번 회담을 대단히 복잡하게 만드는 주장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금융제재 문제는 자국의 재량권에 속한다. 그러나 지난 10월 북한의 핵실험 뒤 실시된 대북 제재는 유엔결의 1718호에 의한 것으로 미국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북한은 유엔제재 해제 요구로 미국 뿐 아니라 중국과 러시아에도 역시 먼저 행동할 것을 촉구한 셈이다.

김 부상은 "조건이 성숙할 때 현존 핵 프로그램의 포기 논의가 가능하다"면서 사전 조건을 달았다. 즉 ▲미국안 대북 적대시 법률적·제도적 장치 철폐 ▲유엔제재 등 모든 제재 해제 필요 ▲현존 핵프로그램의 포기를 위해서는 경수로 제공과 완공시까지 대체 에너지 공급 필요 등이다.

김 부상은 "제재 압력을 강화하고 지속할 경우 핵 억제력 강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제2의 핵실험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편 6자 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미국은 9·19 공동성명에 따라 미북 관계정상화를 추진할 준비가 되어있으나 이는 완전하고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 달성시에만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 회담 에서 9·19 공동성명의 이행 논의에 주력하고 실무그룹을 만들어 향후 수주 또는 수개월간 활동 계획을 수립할 것을 기대한다"며 "(북한의) 비핵화시 모든 것이 가능하지만 비핵화를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힐 차관보는 "현재 인내의 한계를 초과했다며, 이제는 행동이 필요할 때"라고 덧붙였다.


[2신 : 18일 오후 3시 10분]

우다웨이 "북한 기조발언서 3가지 공통점 발견"


6자회담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18일 "북한은 오늘 오전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요구할 수 있는 최대치를 백화점식으로 나열했다"며 "그동안 나왔던 모든 얘기들이 망라되어 있다"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여러가지 대북 제재 해제,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폐,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있는 모든 법과 제도의 철폐 등 평소 우리가 들어봤던 모든 얘기를 다 가지고 나와서 되풀이했다"고 전했다.

한편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오후 1시 30분께 브리핑을 통해 북한의 요구에 대한 중국의 반응을 전했다.

천 본부장에 따르면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는 "북한의 기조발언에서 3가지 공통점을 밝견할 수 있다"며 "대화와 협상을 통한 평화적 방식으로 한반도 비핵화, 9.19 공동서명을 진지하게 이행하고자하는 의지의 표명, 이번 회담에서 실질적인 성과를 이룩하려는 의지 등은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긍정적인 공통점과 동시에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이견도 존재하고 있음을 알게됐다"며 "이는 매우 자연스럽다"고 말했다고 천 본부장은 전했다.

우다웨이 중국 수석대표는 기조연설에서 "이번 회의기간 동안 두가지를 다뤄야 한다"며 "하나는 9·19 공동성명의 전면적 이행을 위한 구체적 조치를 토론해 확정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9·19 공동성명 이행의 초기단계에서 각자 해야할 일을 토론해 확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가 토론할 문제는 복잡하고 심각하다"며 "나는 각 대표단이 지혜를 발휘해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 조화로운 동북아 구도에 새롭게 이바지하기를 충심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기조연설에서 "이번 회담에서는 핵폐기를 위한 초기조치와 이에대한 상응조치만을 논의하자"며 "이외의 문제는 당분간 제기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북간 금융문젠느 미북간 합의된 바와같이 별도의 채널에서 논의되고 해결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각국 대표단은 이날 오전 9시~9시30분 사이에 회담장인 댜오위타이 팡페이위안에 도착했다. 북한 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가장 늦게 들어왔다.


[1신 : 18일 오전 11시 55분]

"금융제재 해결안되면 6자회담 의미없다"


제5차 6자회담 본회담 시작을 하루 앞둔 12월 17일 회담장인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살수차가 청소를 하고 있다.
제5차 6자회담 본회담 시작을 하루 앞둔 12월 17일 회담장인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살수차가 청소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김태경

[베이징=김태경 기자, 공동취재단] 제5차 2단계 6자회담이 공식 시작되는 18일 회담장인 댜오위타이에서 만난 한 북한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금융제재가 기본"이라며 "이게 해결되지 않으면 이번 회담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하면서 자신을 '실무자'라고만 밝힌 이 북한 관계자는 "우리는 제재의 모자를 쓰고 6자회담에 나갈 수 없다고 해왔고 결국 핵 보유국이 됐다"며 "크리스토퍼 힐 미 6자회담 수석대표가 6자회담 틀 안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해서 이번 회담에 나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BRI@그는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는 대표단은 19일에 올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북한 대표단은 애초 예정과는 달리 19일 베이징에 들어오며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북미 접촉은 하루 늦어졌다.

이 북한 관계자가 6자회담의 대표는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이번 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를 다시 한번 보여준 것으로 생각된다.

미국은 이번 6자회담에서 북핵 폐기를 기본 내용으로 하는 지난해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북한은 금융제재 해제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

한편 6자 회담 각국 대표단은 오전 11시부터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을 시작으로 한국, 일본, 러시아, 미국, 중국 등의 순으로 10분씩 기조연설을 한다.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8일 아침 숙소인 중국대반점을 나서면서 "오늘 북쪽의 기조연설을 들어보면 향후 6자회담의 풍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어제 북미 사전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며 "방코델타아시아(BDA) 은행 문제는 북미 두 나라의 의지에 달려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인 힐 차관보는 이날 아침 숙소인 국제구락부를 나서면서 쏟아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나중에 얘기하겠다"는 한마디만 하고 곧 자리를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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