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장타령등 서울 재담소리 보존 시급"

궁중배우 박춘재의 재평가 토론회

등록 2006.12.18 14:31수정 2006.12.1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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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 왼쪽부터 이장열 박사,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 사진실 중앙대 교수, 손태도 문화재전문위원
토론회에 참석한 발제자들. 왼쪽부터 이장열 박사,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 사진실 중앙대 교수, 손태도 문화재전문위원(사)경서도창악회
지난 15일 오후 2시부터 서울중요무형문화재 전수회관 공연장에서는 국악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토론회와 공연이 있었다. 해방과 함께 전승이 단절된 것으로 알려진 고 박춘재 명창의 재담소리의 전승과 복원에 관한 '서울지역 재담소리의 전승과 보존을 위한 대 토론회'가 그것이다.

서울재담소리보존회와 (사)경서도창악회가 공동주최하고 이장열 성균관 석전교육원 교수가 사회를 주재한 이날 토론회에서 제1주제 발제자로 나선 이보형 한국고음반연구회 회장은 "일찍이 '장대장타령'같은 서울 재담소리의 소중함을 알고 서울출신 명창들에게 이를 적극적으로 복원, 전승할 것을 과거 수차례 제안했으나 이를 심각하게 듣는 소리꾼이 없어 무척 안타까웠다"며 "90년대 후반 백영춘 명창이 이를 복원하여 무대화하는 등 적극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려 노력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BRI@ 2주제 발제자로 나선 사진실 중앙대 교수는 "박춘재는 조선말 공길과 같은 경중우인이자 궁정배우였으며 20세기 초 공연환경이 변화하면서 생긴 근대적인 상업극장에서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활동한 배우로 조선시대 배우와 근대 이후 배우의 맥을 잇는 교량의 역할을 수행한 연예인이었다"고 평했다. 또한 그는 "박춘재는 보편적인 소재를 끌어 재담소리 또는 재담극의 전통을 계승하되 극장의 무대예술로 혁신한 성과를 내었으며 근대 이후 대중적인 만담으로 이어지는 한편 근대 희극형성과정에도 기여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기형 고려대 교수는 "재담소리, 재담극, 창우희 등 재담과 관련된 용어가 혼용되어 쓰이는 데 재담은 말과 행동의 익살을 모두 포함하는 총체적인 공연물이라는 식의 개념규정은 지나치게 포괄적이며 재담은 어떤 갈래의 구성요소를 지칭하는 용어이자 일정한 갈래를 가리키는 명칭으로 사용된다"고 지적하면서 재담의 개념과 범주를 구체적으로 설정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3주제 발제자로 나선 손태도 문화재 전문위원은 "재담소리는 재담극, 판소리등 광대들의 일반적 공연물과 공연사적 면에서 상호 관계될 수 있는 공연물로, 정확하게는 광대들의 공연사적 시각에 의하면 후에 판소리로 발전될 수 있는 공연물"이라며 "판소리 12마당 이전에 재담소리의 시대가 있었고, 일회적이고 즉흥적인 재담소리를 넘어 보다 지속적으로 향유할 만한 작품들이 성립되자 점차 재담소리 시대를 넘어 판소리 시대로 넘어갔으며 판소리 12마당에서 재담소리적 성격이 강한 작품들 예를 들면 배비장타령, 강릉매화타령, 무숙이타령, 옹고집타령 등 '실전(失傳)7가'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탈락되고 남은 작품들이 오늘날 판소리 5마당이 되었다"고 주장해 많은 관심을 끌었다.

이에 이진원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재담소리와 판소리에 선후관계를 논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무가에서 긴 서사무가가 존재하듯, 판소리도 길고 짧은 사설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으며 따라서 재담소리와 판소리는 평행관계의 공연물일 수도 있다"고 반론을 폈다. 또한 "줄광대가 악사와 재담을 주고받고, 유성기 음반에 녹음된 박춘재와 문영수가 재담을 함께 진행하는 점등에 미뤄볼 때 재담소리는 1인의 예술이라고 정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현재 유일하게 장대장타령을 복원해 전승하고 있는 백영춘 명창이 장대장타령을 비롯해, 장님타령, 개넋두리 등의 재담소리를 사사하게 된 과정을 증언했다.


현재 1급 시각장애인인 백영춘 명창은 중학생 시절 원예농을 하던 부모를 도와 시장에 파를 내다 팔면서 익힌 파 단 세는 소리가 알려져 천재소리꾼 칭호를 받은 케이스. 우연찮은 기회에 나간 한 라디오 프로그램 민요 백일장에서 명창 이창배의 눈에 띄어 정식으로 사제관계를 맺고 시조와 가사, 경서도잡가를 배웠으며 또 명창 정득만에게서 박춘재의 재담소리장대장타령을 사사했다.

뒤이어 열린 종합토론에서는 그동안 학계에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박춘재 명창의 친 손자 박진홍씨가 나와 박춘재에 대한 일화를 들려줬으며 발탈 명인 박해일씨도 고준성, 박천복씨등 재담소리 명인들에 대한 회고를 통해 재담소리의 중요성과 가치를 설파했다.


특히 박진홍씨는 "조부 박춘재의 업적이 재평가되고 재조명 되는 것은 가족의 한명으로서 매우 고무적인 일이며 일실된 서울 천년문화의 대표적인 종목인 재담소리의 복원과 전승이 개인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제한 뒤 "박춘재의 예맥을 잇는 백영춘 명창을 도와 재담소리가 일제강점기에 누렸던 영화를 다시 찾는데 기여하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해 참석자들의 큰 갈채를 받기도 했다.

토론회에 이어 열린 재담소리 공연에서는 백영춘 명창이 박춘재의 대표적인 서울재담소리 '장대장타령'을 40분간 공연했고, 역시 박춘재의 대표적인 재담소리인 '개넋두리'를 들려줬으며 명창 최영숙과 '장님타령'을 공연해 관객들의 재담소리에 대한 이해를 높였다.

백명창은 공연이 끝난 뒤 "이틀에 한번씩 신장투석을 할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아 혼자서 한시간 공연하는 게 쉽지는 않았지만 오늘만큼은 무대에서 죽을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며 "재담소리에 대한 학계, 문화예술계의 관심이 일회성에 그치지 말고 전승기반이 제도적으로 잘 마련되어 오롯하게 전승되길 바란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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