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밤샘 연구, '친환경농사 큰 일꾼' 탄생

예산 고덕 이길성씨, 논 풀매는 기계 발명

등록 2006.12.19 14:32수정 2006.12.19 14:58
0
원고료로 응원
a 이길성씨가 발명한 승용농기계 연결 구동용 제초기가 논의 풀을 제거하고 있다.

이길성씨가 발명한 승용농기계 연결 구동용 제초기가 논의 풀을 제거하고 있다. ⓒ 무한정보

"남들이 미친놈이라고 할 까봐 꼬박 5년동안 몰래 연구했어요. 발명에 성공하기까지 들어간 돈만해도 1억 7000만원인데 나중에 알고 보니 농업기술센터로부터 지원받아 연구하는 길이 있었더라구요. 뭐 어쩝니까? 지난 일인걸."

이앙기를 이용해 논제초기를 발명, 특허를 낸 이길성(52·충남 예산군 고덕면)씨는 사람좋은 웃음으로 그간의 고생담을 풀어놓았다.

@BRI@이씨는 1978년부터 고덕농협 기사로 일하다가 퇴직한 뒤 지금껏 농기계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다. 30년 세월을 농기계와 함께 지내온 그가 승용이앙기에 부착하는 잡초제거기를 생각해 낸 것은 너무나 자연스런 일이다.

"한대에 1650만원이나 하는 이앙기를 사나흘만 쓰고 1년내 묵히니 너무 아깝지 않습니까. 농촌 실정은 또 어떻습니까. 친환경을 해야 경쟁력이 있다고 하는데 농촌엔 죄다 노인들만 있으니 제초제 안쓰고 농사짓는 게 보통일이 아니지요. 그래서 이앙기를 이용해 힘 덜 들이고 풀을 제거할 방법은 없을까 생각하게 됐습니다."

2년동안 구상만 하다가 실제로 만들기 시작한 게 3년 전이다. 설계도를 그리지 못하니 밤새 머릿속으로 생각했다가 날이 밝으면 서울로 올라가 말로 설명을 해가며 겨우 제작한 뒤, 와서 시험해 보면 문제가 발생해 다시 만드는 일이 반복됐다. 자신이 직접 기계를 깎고 조립하며 실험하는 경우도 많았다.

수도 없는 시행착오 끝에 탄생한 작품은 지난 9월 1일자로 특허 출원을, 10월 24일자로 실용신안 출원을 마쳤다.

a 이길성씨

이길성씨 ⓒ 장선애

원리는 이렇다. 이앙기의 조간에 로터리 작업기를 달아 벼의 줄과 줄 사이를 지나가면서 잡초를 갈아엎는다. 따라서 모는 손상되지 않고, 잡초는 갈아엎은 흙 때문에 다시 자라기가 어렵다. 동력전달 방식은 유압식이고, 작업기는 쇠가 아닌 세라믹이어서 가볍기 때문에 노령화된 농촌 일손을 더는데 효과적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씨는 '농민들이 편리한 기계를 발명해 놓고 썩힐 순 없다'는 생각에 주위 친구들과 함께 주식회사를 설립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했다.

올해 시험포를 운영해 금형제작 등을 마친 이씨의 1호 발명품 '승용농기계 연결 구동용 제초기'는 이달 말 신제품이 나온다. 한대값이 300만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니 큰 돈 들이지 않고 '친환경농사 큰 일꾼'을 구입할 수 있단다.


"돈도 안되는 일에 시간낭비, 돈낭비 한다고 타박할 만도 한데 긴시간 싫은 내색 한번 않고 날 믿어준 아내가 고맙다"면서 옆에 있던 부인 송기자(49)씨를 바라보던 이씨는 앞으로도 발명특허를 내게 될 것 같느냐는 질문에 "농사일을 좀 더 편리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밤을 새게 될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예산의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예산의 지역신문 무한정보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난리도 아닙니다" 농민들이 올해 벼 빨리 베는 이유
  2. 2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러다가 대한민국이 세계지도에서 사라질지도 모른다
  3. 3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자기들 돈이라면 매년 수억 원 강물에 처박았을까"
  4. 4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지금도 소름... 설악산에 밤새 머문 그가 목격한 것
  5. 5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X은 저거가 싸고 거제 보고 치우라?" 쓰레기 천지 앞 주민들 울분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