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학교폭력으로 제 날개를 펼치지 못하고 떠난 학생들이 6명이나 된다. 학교 폭력에 가담하는 연령은 점점 낮아지며, 뚜렷한 이유도 찾기 힘들어지고 폭력 형태도 지능적으로 바뀌고 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이들은 누구인가?
매 학기 초, 학교폭력예방센터에 걸려오는 상담전화는 100건에 이른다고 한다. 대부분 학부모들이 거는데, 자녀가 학교에서 피해를 당하는 것 같다는 낌새를 알아차려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라는 것. 부모들이 느끼는 낌새는 물리적‧신체적 폭력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금품갈취, 언어폭력, 집단 따돌림 등에서 비롯된 정신적 피해도 포함된다. 오히려 이런 정신적인 피해가 아이들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겨 준다.
학교폭력예방센터에서는 가해자와 피해자 학생의 '아름다운 화해'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가해 학생이 잘못을 뉘우치고 사과할 경우 피해 학생이 용서할 수 있으면 문제는 해결된다.
@BRI@하지만 실제 화해를 통해 해결되는 경우는 드물며 폭력의 재발률은 80%나 된다고 한다. 심지어 피해 학생들이 오히려 전학을 가거나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피해학생들과 학부모들은 믿지 못할 법과 사람들 때문에 또 한 번 벽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5월 축구선수를 꿈꾸던 박준석군이 다른 학생의 폭력으로 수업시간 중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학교의 관리소홀이 문제였지만 학교 측과 교육부, 지역교육청에서는 '책임없다'는 말로 일관했다. 억울한 죽음은 3개월 만에 형사재판으로 종결됐으며, 가해 학생은 만 12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이기 때문에 보호자의 보호관찰 처분을 받고 있을 뿐이다.
12세 이상 14세 미만인 '촉법소년'은 아직 성년이 아니기에 형사 처벌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이를 오히려 이용하는 학생도 늘고 있어 학교폭력예방센터에서는 만 12세 미만으로 하향조정해 소년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김건찬 학교폭력예방센터 사무총장은 "아이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성숙해졌고 학교폭력 피해도 갈수록 저연령화하는 만큼 자신의 행동에 책임과 의무를 다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가해 학생들을 무조건 처벌하자는 것이 아니라 경각심을 가져 폭력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학교폭력예방센터는 내년부터 '소년법 개정 천만인 서명운동'을 할 계획이다. 이밖에 학교폭력센터에서는 학교폭력예방 거리 캠페인 등도 벌이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에서는 학교폭력 발생 건수를 매년 5%씩 낮추는 것을 목표로, 2004년 학교폭력예방 대책에 관한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그 실효성은 의문이다. 한국에서는 모든 학교에서 학교폭력예방교육을 하기로 돼 있지만, 단순히 동영상을 보여주거나 이 문제에 전문성이 없는 교사가 형식적으로 강의하는 것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학교폭력예방센터에 따르면, 학교폭력 예방을 위해 편성된 예산 26억 원 중 CCTV를 설치하는 데만 20억 원이 들었지만 그렇게 해서 적발된 학교폭력은 9건에 불과하다고 한다. 학교폭력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백 번의 사후대책보다 한 번의 예방교육이 절실하다. 26억 원의 예산 중 남은 6억 원은 전문지도자와 상담사를 양성하는 데 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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