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국립대의 대학원 교수인 세코 카주호씨.서종규
지방 국립대의 대학원 교수인 세코 카주호씨는 "명문 대학에만 사람이 몰려 지방대는 학생이 부족한 실정"이라면서 "지방에 사는 학생들 사이에서조차도 지방 국립대보다 도쿄의 사립대가 더 인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대학 사회도 "수도권 내 명문 사립대 중심"이라는 말을 듣고 적잖이 놀라는 표정이었다.
세코씨는 현재 한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국립대 법인화 방안'에 대해 "일본에서도 논의가 한창"이라고 확인한 뒤, "어떻게 가르칠까를 연구해야지, 어떻게 경영할까를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또 "한국과 일본이 닮아서는 안될 부분"이라고 충고했다.
철학, 문학 등 비인기학과의 영향력이 점차 축소되는 것마저도 한·일 모두의 문제다. 세코씨는 "소위 '돈 못 버는' 인문학, 교육학 등이 없어지는 추세"라고 밝혔다.
교실 붕괴, 체벌, 왕따... 일본은 '대안학교' 증설로 해결 모색
"일본인이 친절하고 예의바르다는 건 옛 이야기다. 요즘 학생들은 인간적인 매너가 없다. 타인의 말을 귀담아 듣는 법, 인사하는 법 등부터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가정이나 학교에서 기본교육을 소홀히 하니 때론 수업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폭력 문제는 교사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지경이라 경찰의 힘을 빌린다."
"일본에서 교실 붕괴, 왕따, 체벌 등은 오래된 문제다. 체벌과 관련해선, 칠판지우개로 맞아본 적도 있다. 체벌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현직 교사들은 체벌의 수위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하지만 교육 문제에서만큼은 너무나 '가까운' 나라인 듯했다. 한·일 시민기자들은 모두 "양국의 공교육이 무너지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대책은 없을까. 토론이 끝나갈 무렵, NPO(비영리민간단체, 한국에선 비정부단체인 NGO와 거의 동일한 의미로 쓰인다)의 대표이사이기도 한 세코씨가 '대안학교' 설립을 양측에 제안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일본엔 현재 1만 여 개의 '부등교'(등교하지 않는 학교)가 있다. 모두 NPO법인으로 등록된 학교들이다. 얼마 전 방문한 대안학교는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법'부터 가르친다고 했다. 대인공포증에 걸린 학생 등 생활 부적응자들이 모인 학교라고 한다.
'함께 하는 법'이 비단 '대안학교'에서만 필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는 한·일이 공유하고 있는 모든 교육 문제를 푸는 실마리뿐만 아니라 또 양국 간에 쌓인 오래된 앙금을 푸는 열쇠가 될 수도 있다.
| | 애국심 교육법, 일본을 두 개로 나누나 | | | 일본 교육기본법 놓고 설전 벌인 토론회장 | | | |
| | ▲ 교육기본법과 함께 일본 교육계를 흔들고 있는 자살 예고 편지. 이지메 등으로 억울진 일본 교육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 ⓒ박철현 | "기미가요(일본 국가) 제창과 히노마루(국기 게양 때 기립)를 억지로 하라고 하니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선생을 하게 되면 기미가요 제창 당연한 것 아닌가. 직업인이라면 사적인 감정을 누르고 법을 지켜야 한다."
지난 16일 오후 3시 일본 도쿄의 <오마이뉴스 재팬> 사무실에서는 열띤 논쟁이 벌어졌다. 한일 시민 친구 만들기의 교사 교류에서 만난 일본인 시민기자들의 토론 때문.
이날 만난 일본인 시민기자들은 이른바 '국기에 대한 충성' 논란에 대해 논쟁을 벌였다. 군국주의 부활을 위한 이른바 '애국심 교육법'이라고 비판받고 있는 일본 교육기본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뒤 단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다.
평화헌법이 시행된 해인 1947년 공포되고 한 번도 손질된 바 없는 교육기본법이 새로 바뀌자 일본 교육계는 술렁이고 있다. 모두 18개조로 구성된 이 법의 개정안은 국가와 전통을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미가요는 보수우익의 음모 vs 공무원은 규정 따라야
이날 법 개정에 대해 처음으로 입을 뗀 사람은 타나카 히로아키 교사(동경 실업고)였다. 그는 일본교원노동조합 회원이기도 했다.
"천황을 숭배하는 일본 국가나 국기에 대해 어떻게 충성을 맹세할 수 있겠습니까? 교육기본법 개정은 일본의 보수우익이 힘을 써서 이룬 것입니다. 일본이 자꾸 이런 방향으로 가면 학생들이 잘못된 방향으로 갈 수 있어요."
얼굴이 붉어진 타나카 교사는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아 처분된 교사가 주변에도 있는데 동경도에서만 200여 명이나 된다"면서 "자꾸 강제로 하려고 하면 잘못"이라고 덧붙였다.
타나카씨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본에서 영어학원 강사를 하고 있는 하나시마 신지씨가 반박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나카 교사 의견에 반대의견을 갖고 있다"면서 다음처럼 힘주어 말했다.
"근데 선생을 하게 되면 기미가요 제창, 이것은 규정이기 때문에 꼭 해야 합니다. 그걸 알고 취직을 했는데 따르지 않는 것은 프로페셔널이 아니라고 생각이 들어요. 학생들도 선생 따라 갑니다. 공무원이라면 사적인 감정을 자제해야 하는 게 정상입니다."
두 개의 일본 만드는 교육기본법 논쟁
순간 토론회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하나시마 강사의 발언에 대해 다시 세코 카주오 교수(일본 대학원)가 반박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누가 기미가요 제창을 하라고 하는 건지가 중요해요. 우리 스스로 하는 게 아니라 국가권력이 강요하고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때 하나시마 강사가 손을 앞으로 뻗으면서 "그 말엔 반대한다"며 제지했다. 예절을 잘 지키기로 유명한 일본인이 한국의 손님들 앞에서 상대방의 말을 끊은 것이다.
이를 지켜본 히라타 유지 <도쿄신문> 기자는 "일본에서는 교육기본법에 대해 대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오늘 모습도 그것의 하나"라면서 "교육계는 물론 언론계도 두 개조로 나뉘어서 사설로 맞대응을 하는 있는 상태"라고 일본의 실태에 대해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예를 들 수 있다. 학생들에게 "나는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지 않는다"고 말한 경기도 부천의 한 교사가 지난 8월 정직 3개월이라는 징계를 받았다. 지난 6월 <조선일보>가 '전교조 편향된 교육에 학부모 반발'이란 보도를 한 뒤 생긴 일이다.
이같은 한국 상황에 대해 이날 일본인 시민기자들 대부분 "이해를 하기 어렵다"면서 고개를 가로저었다. / 윤근혁 기자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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