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깨자는 것에 맞서 싸우겠다"

안희정, '1219' 4주년 기념강연회서 신당파 정면 겨냥

등록 2006.12.20 08:48수정 2006.12.20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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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참여포럼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4주년을 기념해 19일 저녁 서울 국민일보빌딩 1층 강당에서 1219 4주년 기념강연회를 열었다. 안희정씨는 4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아무런 원칙없이 당 깨자는 것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참여포럼은 노무현 대통령 당선 4주년을 기념해 19일 저녁 서울 국민일보빌딩 1층 강당에서 1219 4주년 기념강연회를 열었다. 안희정씨는 4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아무런 원칙없이 당 깨자는 것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무현 대통령 당선 4주년을 맞은 19일, 친노진영의 핵심키워드는 '신당반대, 열린우리당 사수'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동업자' 안희정씨는, '참여포럼 준비모임' 이 저녁 7시 국민일보 사옥 1층 메트로홀에서 연 '1219 4주년 기념 강연회' 강연자로 나서, "아무런 원칙없이 당 깨자는 것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했다.

대선자금 사건으로 구속됐다가 사면·복권된 뒤 이날 처음으로 공개석상에 등장한 안씨는, '1219정신의 계승과 발전'이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길을 찾기 위해 똑같이 헤매는 처지이기 때문에 누구를 비난하거나 공격하고 싶음 마음은 없다"고 전제한 뒤, "어떤 선진국이 선거 앞두고 정당 만들었다 깨졌다 하느냐"면서 "기업 같으면 주주총회할 때마다 사장 바꾸고, 기업 이름 바꾸는 것"이라고, 열린우리당내 신당파를 겨냥했다.

안씨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에 대통합이나 민주세력 대통합을 이야기 한다"면서 "그런데, FTA, 이라크 파병 등 무수히 많은 정책들과 국가운영과제에 대해 어떻게 합의할까는 이야기하지 않으면서 민주세력 대단결을 하자는 이유가 뭐냐"고 지적했다.

또, 고건 전 총리를 겨냥해 "햇볕정책은 괜찮은데, 포용정책은 수용 못하겠다는 것은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안씨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안타까운 것은, '역사의 명분'이라는 태풍의 눈을 건들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태풍은 그 눈이 없으면 저기압성 소나기일 뿐"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역사적 명분이라는 핵심기치를 지키면 커지는 것은 순식간인데, 역사의 힘을 받는 원칙을 (열린우리당) 지도부가 간과하고 있어서 걱정"이라면서 "어떤 논리를 갖다 붙여도, 낡은 정치의 회귀"라고 비판했다.

"당이 포복해서 나가지는 않고 작전회의만 하고 있다"


안씨는 계속해서 "우리 헌법이 (대통령을) 국가 전체이익의 수호자라고 앉혀놨기 때문에 미국처럼 대통령이 화끈하게 자신을 보고 표 찍어 달라고 할 수 없다"면서 "그럼 당이 해줘야 하는데, 포복해서 나가지는 않고 참모부에서 작전회의만 하고 있는 거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열린우리당의 보수화'도 지적했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사이렌 전설을 언급한 뒤 "여의도 들어올 때는 멀리 정상이 잘 보인다"면서 "그런데 막상 들어가면 무수히 많은 사이렌 소리가 들리고, 발목과 어깨를 잡는 사이렌 소리와 싸우다보면 어느 새 자기 원칙과 신념은 멀리 사라지고, 오로지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존의 소리만 남는다"고 꼬집었다. 제 잇속만 챙겨왔다는 비판이다.


노 대통령과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이 바닥상태인 원인도 "정책패배와 도덕적 부패에서 나온 게 아니라, 정치적·대중적 지지를 담아낼 수 있는 정당의 지지기반이 취약성이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정치에서 실패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안씨는 FTA, 종부세, 방폐장, 용산기지 이전, 공공기관 지방 이전 등의 문제들을 거론하면서, 참여정부의 '업적'도 적극 옹호했다. "

노 대통령이 이달 4일까지 열린우리당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통해 '통합신당 반대'의사를 밝힌 뒤 침묵중인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운신이 자유로운 노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안씨가 나선 모양새다.

정치웹진'서프라이즈'와 'MOVE ON 21', 생활정치네트워크'국민의 힘' 등 각 단체에서 추천한 토론자 10명 대부분도 안씨에 앞서 한 '3분 발언'에서, 열린우리당이 "지역주의로 회귀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노 대통령의 당선을 위해 뛰었던 초심으로 돌아가자고 호소했다.

"해일이 몰려올 때 짐승들처럼 살기 위해..."

a 4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이기명 후원회장, 김형주 우리당 의원, 안희정씨, 강금원 회장(앞줄 오른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웃고 있다.

4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이기명 후원회장, 김형주 우리당 의원, 안희정씨, 강금원 회장(앞줄 오른쪽부터)이 나란히 앉아 웃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나라당보다 더 화나고 분통나는 대상은 열린우리당", "참여정부 옳게 갔음에도 국민 이해를 얻는 데 어려웠던 것은 하나는 언론 때문이고 또 하나는 탄핵 덕에 얼떨결에 된 개념 없는 국회의원들 때문"(박수), "통합신당이 뭘 하려는 건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면 퇴행적인 것밖에 될 수 없어", "해일이 몰려올 때의 짐승들처럼 살기 위해 몸을 내닫는 것처럼 보인다"는 발언들에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기명 전 노무현 후원회장도 자작시 '가시밭길 멀고 험해도 역사는 간다'를 낭송하면서 "152석 다 까먹고 외면당하면 신당 만들고, 욕 먹으면 노 대통령에게 책임 미루고, 탄돌이들 핑계가 많아 행복하구나. 수출 3천억불도 노무현 탓인가"라고 공격했다.

"화환하나 없는 행사장 보면서 부끄러운 날인 것 같은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나라당을 막기 위해서는 또 포장마차를 끌고 전국을 돌겠다"는 다짐도 나왔고, "지지율 얘기하는데, 우리는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올라가 봤다. 바람이 없으면 우리가 바람이 되면 된다"고 격려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날 강연회에는 사회를 본 명계남씨와 이기명씨외에, 노 대통령의 오랜 후원자인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정청래 의원 등 250여명이 참석했으며, 김형주 참여정치실천연대 상임대표는 '새로운 전진을 위한 성찰, 이해와 소통'이라는 주제로 강연했다.

친노파 전열정비

이밖에도 19일은 당 사수파들이 다수인 신당파에 맞서 전열을 정비한 날이다. '당 정상화를 위한 의원모임'은 '당의 혁신과 전진을 위한 의원모임'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의원 14명이 참여하는 조직으로 커졌다. 지난 10일 영등포 당사에서 집회를 열었던 '당 정상화를 위한 전국 당원대회 준비위원회'도 비대위 해체를 요구하면서, "당헌당규에 따라 중앙위 산하에 전당대회 준비위를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a 4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이기명 후원회장, 김형주 우리당 의원, 안희정씨, 강금원 회장이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4주년 기념강연회에서 이기명 후원회장, 김형주 우리당 의원, 안희정씨, 강금원 회장이 나란히 앉아 박수를 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왜들이러나, 장동건이 왔나 했네, 명계남도 있는데.

안희정씨가 강연장에 들어서자 취재진이 몰리는 것을 보고, 사회자인 명계남씨가 한 말이다. 앞서 안씨가 국민일보 1층 행사장 입구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도 카메라가 몰리면서 플래시가 집중됐다. 그는 "(당선된 지) 4년 지났는데, 이런 자리에 참여한 것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이 '동업자'라고 호칭한 그는, 노 대통령 당선의 핵심 주역이면서도, 당선 직후부터 나라종금 사건과 뒤 이은 대선자금으로 노 대통령 곁에 가까이 가지 못 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 나선 것도 얼마 되지 않았다. 현 정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큰 그가 대통령의 위기 상황에서 등장했다는 점에서 더욱 관심의 대상이 됐다.

이날 강연회도 그런 그를 상당히 배려하는 모습이었다. 안씨에 앞서 강연한 김형주 참정련 대표도 "저보다 안희정씨가 무슨 말 하나 궁금해서 기자들이 밥도 안 먹고 기다리는 것을 안다"면서 "정말 중요한 얘기는 안희정씨가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현역의원이면서도 한 발 물러서주는 모습이었다. 안씨의 등장때 "오늘의 장동건입니다"라고 소개했던 명계남씨는, 안씨가 강연 말미에 "원칙없이 당깨자는 것에 맞서 싸우겠다"고 '선언'하고 발언을 끝내자, "결국 안씨가 맨 마지막에 (기자) 여러분에게 제목을 줬습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씨는 강연에서 "1년 남았는데 뭔가 하고 싶고, 뭔가 확인하고 싶고, 뭔가 힘내자고 얘기하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 오늘 나왔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선언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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