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평택미군기지확장터에 설치한 철조망범대위
이에 대해 팽성대책위 송태경씨는 "현재 남아있는 대추리 주민들은 대부분 일제와 미군정에 의해 이미 쫓겨난 경험이 있으신 분들로 또 다시 미군기지에 의해 쫓겨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하고 있다"며 "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현재 마을들판에 처진 철조망을 걷어내고 다시 예전처럼 농사지으며 사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정부가 주장하는 주민과의 대화에 대해서도 "150여 차례의 대화는 대부분 찬성주민과 기존 이주민을 대상으로 이뤄진 것일 뿐 미군기지이전에 반대하는 지역주민과의 대화는 극히 일부였으며 팽성대책위와의 대화도 공식적으로 이뤄진 것은 십여 차례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이에 정부는 "2005년 5월 이후 외부단체들이 대추리에 상주하면서 정상적인 대화가 어려워 졌다"며 "주민들이 기지이전자체를 반대하고 있어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부가 지난 2000년 3월부터 미국과 미군기지 시설 재조정계획을 협의한 이래 한미 협의 과정에서 기지이전에 대한 지역주민의 의견수렴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방부는 "사업추진 전에 외교부 등 관련 부처와 해당 지방자치 단체들과 실무협의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밝혔지만 팽대위 송태경씨를 비롯한 주민 대부분은 2002년 3월 평택지역 24만평 등을 제공하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 ) 협정이 체결되어 2002년 10월 국회에서도 비준될 때 "24만평의 위치가 정확히 어딘지도 몰랐다"고 회고했다.
주민의견수렴의 배제는 연합토지관리계획(LPP) 개정논의가 진행될 때도 마찬가지 였다. 팽성대책위 송태경씨는 "2003년 4월부터 제1차미래한미동맹회의가 개최되어 2004년 7월 제10차 회의에서 오산 평택지역의 349만평을 제공하기로 합의되기까지 단 한 차례도 지역주민 의사 수렴 과정이 없었다"고 말했다. 주민 의견 수렴과정이 배제된 한미 간 합의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온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한미 협의 과정에서 주민의견수렴이 이뤄지지 않은데 대해 국방부 관계자는 "국가 간 안보조약에 관한 내용은 국회비준이 되어야 공론화할 수 있는 사안으로 주민 동의가 필수적인 사항이 아니었다“며 "군사 안보시설관련 논의가 공개적으로 진행됬을 때 기지이전 반대논란이 확산되면 기지이전 협의에 차질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협의과정에서 논의 사항을 공개 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팽대위 송씨는 "주민 의견 수렴 배제 과정에서 법적문제야 없을 수도 있겠지만 살고 있는 주민들의 입장을 무시하고 미국과의 조약만 우선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주민 의견 수렴 과정이 전제됐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기지이전 확정이 가시화된 2004년 1월 팽성주민대책위와 서탄주민대책위가 국방부장관 면담을 요청했지만 2004년 2월에 "평택시장, 시 의회 의장, 지역 국회의원과 면담했으므로 면담을 거절한다"는 답신을 받았다.
평화네트워크의 이준규 정책실장은 "일본의 경우 미일 양국의 주일미군 재편 협의는 '전략적 목표 공유, 역할분담 합의, 개별 기지 재편' 단계로 진행된다"며 "가장 민감한 사안인 기지 재편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또 일본의 경우 "지역주민의 반발을 협상과정에서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실장은 "오키나와의 후텐마기지 이전의 경우 미국의 해상안에 반발하는 일본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어 타결되었다“며 일본이 이렇게 주민의견수렴이 원활한 이유로 "강한 지자체의 전통을 배경으로 하는 일본에서 반미군기지투쟁을 해오던 지방의원들이 나서서 미군기지 재편에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후텐마비행장이 있는 기노완시 시장은 오키나와 현내(縣內) 이전반대를 분명히 하며 시청 옥상에 '우리 도시 위를 날지 마라, 미군 헬기는 당장 나가라"는 구호를 새기고 미군기지의 미국 본토 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덧붙여 이 실장은 미일 협상의 기조 면에서도 "기지부담경감을 내걸고 협상을 진행하는 일본과 우리의 협상은 출발선부터 다르다"고 지적하며 "일본의 경우 미군기지 개편논의과정에서 미국 쪽 의사가 일방적으로 관철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러한 한미 협상과정의 문제제기에 대해 지난 5월 국방부는 정례브리핑을 통해 "평택 등 대지의 신규제공 대신에 5167만평의 기지를 돌려받기로 했으며 용산기지 이전사업의 경우 우리 측이 꾸준히 요구해오던 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주한미군재배치는 그간 서울, 부산 등 도심 한복판에 있던 미군기지를 이전해 그간의 주민불편해소하며 지역개발을 촉진하여 국가균형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며 미군기지이전의 순기능을 강조했다.
이어 기지이전지역으로 평택지역을 선정한 이유에 대해서는 "국가안보를 위한 전략 및 작전적 측면과 군수지원 등 경제성을 고려한 최선의 선택"이라며 “기존기지를 확장할 경우 부지소요 및 소요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도 고려되었다"고 밝혔다.
이에 평택범대위 정책위원장 유영재씨는 "정부는 안보를 명분으로 기지이전을 추구한다지만 이 같은 미군기지 이전은 대북선제 공격이나 중국 봉쇄를 통해 동북아 긴장을 고조시켜 오히려 안보를 헤치고 있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의 보호라는 안보'를 위한다면서 정작 그 안보를 누릴 서민의 기본적 주거권을 침해하는 것은 이율배반적"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다.
평택범대위는 지난 13일 내놓은 성명서를 통해 전면재협상을 요구하면서“기존 기지로의 축소 통폐합"을 촉구했다. 평택범대위는 재협상의 법적 근거로 "용산기지 이전협정에 명시된 재협상 사유인 '주한미군 시설과 구역의 소요에 현저한 변화'가 주한미군 추가감축, 이전비용, 기지 사용 목적 등을 통해 구체화되고 있다"며 "이를 근거로 기존 기지로의 축소통폐합을 위한 재협상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