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른 마이너리티, 중국인 유학생

날로 늘어나는 중국인 유학생들, 곤란한 일이 생겨도 도움 청할 곳 마땅치 않다

등록 2006.12.21 00:41수정 2006.12.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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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수업 시작 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의 한국어강의. 수강생은 대개 중국인 학생들이다.

수업 시작 전 경희대학교 국제교육원의 한국어강의. 수강생은 대개 중국인 학생들이다. ⓒ 조석근

서울시 동대문구 회기동, 휘경동, 이문동 일대에 외국인 거주자들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 거주자들은 대개 경희대학교와 한국외국어대학교의 유학생들로, 중국인들이 다수다.

외국인 거주자의 규모를 정확하게 가늠할 수는 없으나, 회기동 일대의 공인중개인들의 말에 따르면 많을 때는 하루 10건 이상 외국인 학생들의 문의와 계약이 이루어지기도 한다.

인근의 한 고시텔의 경우 100여명의 거주자 중 25명이 외국인인데, 대체로 중국인·일본인 학생들이라고 한다. 대학 주변의 음식점, PC방, 편의점 등 업소들에서 심심치 않게 외국인 아르바이트 학생들을 만날 수 있는데, 역시 중국인 학생인 경우가 가장 많다.

이 일대에서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은 최근 2~3년 사이에 급증했는데 경희대학교의 어학연수, 교환학생, 입학자들이 대다수다.

외국인 학생을 대상으로 한국어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이들의 학교 생활을 관리하는 경희대 국제교육원의 이정희 교수는 "경희대로 오는 유학생은 연간 3000명 가량"이라고 말하고 "전체 4학기(한 학기 기간이 10주) 중 한 학기당 평균 800여명의 유학생들이 등록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올해 통계로 가을학기에 900명, 겨울학기에 800여명이 등록하였는데 중국인 학생들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고 말하고 "전 세계적으로 중국인의 외국 유학이 급증하는 추세에 더해 몇 년 사이에 일어난 한류열풍도 적잖이 작용했으며 중국 등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의 영향이 큰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이른바 '선진국' 출신 유학생 비중은 매우 낮아, 학교차원에서 유학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지적했다. 비용은 한 학기에 약 135만원 정도 드는데, 경희대의 한국인 학생들 중에서 어학 도우미를 지정하여 유학생들을 보조해주고 있다. 해외에 자매결연 학교(현재 190여개)가 다른 대학에 비해 많은 경희대가 유학생을 상대적으로 많이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BRI@유학생의 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학생들에게 한국의 주거비, 일반 소비 비용, 교통비와 식비는 중국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주거비만 하더라도 회기동 일대의 경우, 10평 미만의 지상 한 세대가 전세 4000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중국인과 일본인이 많이 거주하는 고시텔의 경우에도 시설에 따라 35~40만원의 월세를 지불해야 한다.


생활을 위해 적극적으로 아르바이트를 해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중국인 유학생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들은 한국인들과 부딪히며 상당한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다. 더구나 아시아계 이주자들에게 냉담한 한국 사회에서, 중국에서 건너온 많은 중국인 노동자들과 조선족들처럼 중국인 유학생들도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경험하고 있었다.

필자들은 경희대 내 유학생 중 비교적 한국 체류기간이 긴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중국 산동 출신인 려붕(23)씨와 해남 출신인 장계홍(25)씨는 모두 경희대학교 경영학부 2학년에 재학 중이다. 각각 2003년 1월과 6월에 한국에 들어와 지금까지 학부생활을 하고 있는 이들은 필자들에게 한국생활에서 겪는 많은 고충을 털어 놓았다.

a 인터뷰에 응해준 중국인 유학생 려붕(23)씨

인터뷰에 응해준 중국인 유학생 려붕(23)씨 ⓒ 임영진

졸업 후, 중국에 진출해 있는 한국계 기업에 취업할 계획인 이들은 경험을 쌓기 위해 다양한 직종에서 일해 보았다고 말했다. 이들은 "눈에 띄는 차별은 없었으나 대체로 고용주들이 외국인 아르바이트생들에게 고압적인 자세로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하고 "대체로 서툰 한국어에 대한 불쾌감을 표하거나, 대화를 기피하려는 성향을 많이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한 "편의점과 음식점 등 학교 주변 업소들의 경우 아르바이트 시급이 대체로 3000원~3500원 사이로 낮은 편인데, 최저 임금수준인 3200원보다 낮은 시급을 받아야 할 경우 불쾌감을 느끼기도 했다"고 밝혔다. 낮은 임금과 높은 생활비 때문에 유학을 와서도 본국의 집에 손을 벌려야 할 때 답답함을 느낀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한국생활에서 특히 아쉬운 것으로는 일상생활이나 학교생활에서 외국인으로서 느끼는 곤란한 문제들을 호소할 만한 기관이나 단체가 좀처럼 없다는 점을 들었다. 자신들을 비롯한 외국인 학생들은 불편한 감정들을 대개 그대로 삭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들은 이러한 점이 자칫 앞으로 더 많은 대학들 간에 이뤄질 인적 교류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표시했다.

인터뷰에 응한 중국 학생들은 주로 한국인들의 외국인들에 대한, 특히 중국인을 비롯한 아시아인들에 대한 태도에서 서운함을 느낀다고 전했다. 좀처럼 도움을 구할 수 없는 닫혀 있는 태도나, 깊이 있는 친밀감으로 이어질 수 없는 거리감, 기피하는 시선 등에서 소외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세계화라는 구호 속에서 유치원 어린이들까지 외국어 사교육 시장의 소비자가 되는 오늘날 정작 한국인들이 외국인들을 대하는 자세는 얼마나 열려 있을까? 세계화의 참뜻은 외국어 습득보다는 외국인들과 소통하려는 자세에 있는 게 아닐까?

덧붙이는 글 | 경희대학교 사학과 재학생들입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급증했습니다. 학교 주변 편의점, 술집, 식당 등의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중국인들입니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대체로 중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잘 안 씻는다, 시끄럽다, 스타일이 촌스럽다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혹시 그들이 생활하며 차별 혹은 소외를 경험하지는 않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함께 취재했습니다.

덧붙이는 글 경희대학교 사학과 재학생들입니다. 최근 2~3년 사이에 중국인 유학생들이 급증했습니다. 학교 주변 편의점, 술집, 식당 등의 아르바이트생 대부분이 중국인들입니다. 한국 학생들의 경우 대체로 중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잘 안 씻는다, 시끄럽다, 스타일이 촌스럽다 등 갖가지 이유를 대며) 혹시 그들이 생활하며 차별 혹은 소외를 경험하지는 않는지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함께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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