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 우리를 피하는 것 같아요"

[대담] 외국인 학생들이 말하는 한국, 한국인

등록 2006.12.21 01:20수정 2006.12.2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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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기숙사에서 외국인 학생들과 대담했다. 기자가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
경희대학교 기숙사에서 외국인 학생들과 대담했다. 기자가 학생들에게 질문하고 있다.차양수민
세계화는 한국의 중요한 화두 중 하나다. 취업에서 토익 고득점조차 변별력을 얻기 어려운 상황이고, 유학 혹은 어학연수 경험은 더 이상 가산점이 되지 않을 만큼 흔한 것이 현실이다. 영어 등 외국어 학습을 위해 수 조원대로 추산되는 사교육 시장이 형성되는 한국. 이곳에서 한국인들은 외국인들에 대해 얼마나 열린 태도를 보여주고 있을까? 외국인들은 한국인들의 태도를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이와 관련, 경희대학교 기숙사의 협조를 얻어 외국인 학생들과 대담했다. 대담은 필자들과 올감(러시아, 21), 레일라(카자흐스탄, 21), 하나에(일본, 23), 나디아(러시아, 21), 엘리자(리투아니아, 21), 지앙 잉(중국, 22) 등 경희대 유학생들이 함께했다.

필자들(아래 기자): 각각의 조국에서 한국의 이미지는 어떤가요? 여러분들 출신국가에 한국기업들이 진출해 있는 것으로 아는데 본국에서도 한국인들은 많이 접할 수 있었던가요? 한국으로 유학 온 특별한 이유는?

@BRI@나디아: 예, 맞아요.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죠. 전 한국에 어학연수를 위해 와 있어요. 고국에 돌아간 뒤에도 대학 졸업하면 한국계 기업에 취업하고 싶어요. 한국을 유학대상으로 선택한 이유도 그런 거고요. 한국하면 빨리 성장한 나라, 경제 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룩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강하죠.

레일라: 카자흐스탄에도 한국 기업이 많이 들어와 있어요. 저도 나중에 한국과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고 싶네요. 이미지는 친절하다라든지…, 그런 거죠.

기자: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던가요? (웃음) 어떤 면에서 그렇죠?

하나에: 도움을 청하면 잘 도와주죠. 옷 살 때 바가지 쓰거나, 택시 탈 때 한참 엉뚱한 곳을 돌거나 할 때 빼고요. (웃음)


기자: 한류열풍이라고, 특히 아시아에서 한국 연예인들 인기가 좋은데 좋아하는 연예인 있어요? 최근에 비가 엄청 인긴데.

올감: 비! 엄청 좋아해요. (웃음)
러시아에서 어학연수를 온 올감(21)씨. 대학 졸업 후 한국계 기업에 취업할 생각이라고 한다.
러시아에서 어학연수를 온 올감(21)씨. 대학 졸업 후 한국계 기업에 취업할 생각이라고 한다.차양수민



기자: 여가는 보통 어떻게 보내세요? 한국 친구들하고 만나면 보통 뭘 하세요?

나디아: 주말에 TV 보든가, 친구들하고 술을 마시든가, 클럽을 찾든가 해요. 특별히 뭔가를 찾아서 하지는 않고요.

올감: 한국 친구들하고는 주로 술을 마셔요. 잘들 마시던데요. (웃음)

기자: 한국에서 생활하다 보면, 생활비가 많이 들지 않나요? 물론 여러분들은 기숙사에서 지내니까 집세는 안 나가겠지만 음식이라든지, 옷이라든지 물가가 싼 편은 절대 아닐 텐데요.

하나에: 일본이 물가가 비싸지만, 한국도 싼 편은 아니더라고요. 옷이라든지 액세서리 등을 구입할 때 돈이 많이 나가요. 요즘엔 인터넷으로 구매하고 있어요. (웃음) 기숙사에서 지내면 밥은 사먹어야 하는데, 학교 밖에서 사먹으면 싼 곳에서도 최소한 3000원이니까 밥값이 많이 나가죠.
경희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 하나에(23)씨. 밝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많은 한국인 친구들과 사귀며 느낀 점을 전해주었다.
경희대학교에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인 하나에(23)씨. 밝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많은 한국인 친구들과 사귀며 느낀 점을 전해주었다.차양수민


기자: 본국에서 부쳐주는 돈으로만 지내기 어려울 정도로 돈이 많이 들겠죠. 아르바이트 같은 것은 하시나요? 한국인 중에도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갈등이 생기거나 하지는 않았나요?

올감: 영어지도를 해봤어요. 시간당 3만 원 가량. 과외라고 해야겠죠. 대우는 별로 나쁘진 않았는데.

잉: 여행사에서도 근무해보고, 편의점에서도 근무해 봤어요. 눈에 보이는 차별 같은 것은 없는데, 갈등 같은 것은 많이 있었죠. 여행사에서 일할 때는 제가 한국말이 좀 서툰 것도 있겠지만, 좀처럼 제게 말을 걸려하지 않더라고요. 동료 분들도 그렇고, 상사 분들도 그렇고. 답답했어요. 편의점 같은 경우는 다른 것보다 돈을 너무 조금 주고요.

기자: 학교생활 중에도 그렇고, 일을 하면서도 그렇고, 한국인들 행동이나 성격 중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점들은 없었나요? 한국인들이 문화적인 차이에 민감해서 외국인들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외국인과 소통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한 경우가 많아서, 영어를 많이 접하는 젊은 사람들도 대화를 피하려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것들도 느끼나요?

하나에: 글쎄요. 사람마다 다 다른 거니까요. 굳이 지적하자면, 밥을 같이 먹을 때 사주는 경우를 들 수 있죠. 더 친해지려고 그러는 건 아는데, 그럴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각자 먹은 만큼 계산하면 되는 건데. 또 같이 술 마실 때. 한국 친구들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 같더라고요. 2차, 3차는 기본? 힘들어요.

나디아: 처음 대하는 사람들도 친절하게 대해주는 게 좋아요. 그런데 깊이 있는 친분을 쌓기가 어려워요. 처음에 다들 친해지기는 쉬운데, 계속 만나서 많은 얘기를 주고받지는 못하겠더라고요. 그러니까 밥 한번 같이 먹자고 해놓고는, 실제로 만나기는 어려운 거죠. 술 한 잔 하자면서 연락도 없는 뭐 그런 거.

레일라: 그리고 사람들이 너무 급한 거. 저는 아직 산 지 두 달 밖에는 안 되었는데, 지하철을 타거나 할 때 너무 힘들더라고요. 특히, 사람 많을 때. 다들 빨리빨리 움직이고, 그래서 계단 같은 데서 다칠 뻔한 적도 있고요.

하나에: 이런 것도 기피하는 거라고 해야겠죠? 뭐냐면, 우리 학교 기숙사 같은 경우인데, 원래는 외국인들하고 한국인들이 방을 같이 썼어요. 그런데 이번 학기부터는 방을 따로 배정하고 있어요. 한국학생들이 외국학생들하고 방을 같이 쓰는 것이 싫다고 학교 측에 불만을 많이 제기한 것 같더라고요. 우리들은 상당히 섭섭하죠. 한국 사람들과 더 밀접하게 생활하는 게 우리 바람인데요.
어학연수를 마치고 곧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러시아인 나디아(21)씨.
어학연수를 마치고 곧 고국으로 돌아간다는 러시아인 나디아(21)씨.차양수민


잉: 한국인 친구들이 많이 있긴 하지만, 대체로 여유가 없는 것 같아요. 항상 바쁘고, 늘 뭔가를 준비하고 그런 것 같아요. 같이 모이면 보통은 술을 마시는데, 그것 말고는 다른 것을 할 만큼 시간적, 경제적 여유를 누리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은 것도 같고요. 사람들은 친절하지만,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둘 만큼 여유가 있는 것 같진 않다는 느낌이 드네요.

기숙사 측이 허용한 시간이 다 지나 더 깊은 이야기는 나눌 수 없었다. 경희대학교에서 외국인 유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 사이에서 친목단체를 운영하는 지앙 잉(22)씨를 만나 별도로 이야기들을 들었다.

기자: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지앙 잉(이하 잉): 이름은 지앙 잉. 현재 경희대 컨벤션경영학과 1학년이며, 한국에서 생활한 지는 10여 개월 되었다. 또 경희대 IFCC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IFCC는 International Friendship Culture Club의 약어로 외국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의 친목단체다.

기자: 친목단체라면 어떤 일을 추진하고 있는가? 학생들이 스스로 결성한 모임인가?
잉: 학교 국제교류처에서 만들어 놓은 것이긴 하나, 실질적으로는 학생들이 운영하는 것이다. 올해 초 본격적으로 외국인 학생들 중심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외국인 유학생들 사이의 교류, 한국인 학생들과 외국인 학생들 사이의 교류를 위한 친목 도모가 목표다. 학교 측에서 예산을 지원하고 있으나, 굵직한 계획들은 별도로 구상중이다. 외국인과 한국인을 모두 포함하여 회원은 80명 가량이다.

기자: 외국인 유학생들이 경희대에 어느 정도 되는지 알고 있는가? 경희대 주변의 업소들에서 아르바이트하는 학생들 중 상당수가 중국 학생들인데, 이들은 얼마 정도 되나?
잉: 전체 유학생 수는 나도 모르지만, 중국인 학생들은 800명 가량 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조선족 출신의 중국인 지앙 잉(22)씨. 경희대학교 재학 중이며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의 친목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조선족 출신의 중국인 지앙 잉(22)씨. 경희대학교 재학 중이며 외국인 학생들과 한국인 학생들의 친목단체를 운영하고 있다.차양수민
기자: 800명이면 경희대 재학생 10명 중 1명꼴인데, 이들은 어디서 거주하고 있는가?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가 상당히 좋지 않은 나라인데, 아르바이트와 주거 및 학교생활에서 차별받는 부분들은 없는가?
잉: 대체로 학교 인근에서 전월세 생활을 하거나 고시텔, 하숙집 등에서 생활한다. 우리 신분이 학생이기 때문인지 특별히 차별을 경험하진 않는다.

기자: 한국인들은 문화적인 차이에 상당히 민감한 편이다. 한국 이외의 문화에 대해서 상당한 배타성을 보이기도 한다. 전 세계에서 화교들이 유일하게 성공하지 못한 나라가 한국이라는 말 들어봤나? (웃음) 물론 세계화로 사람들의 의식이 개방되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이방인으로서 한국인들에게 느끼는 아쉬움 같은 것은 없나?
잉: 한국 사람들의 배타성을 이야기했는데, 물론 경험한다. 우리를 "짱께", "짱꼴라"라고 부르지 않나? (웃음) 어쨌든 별로 좋은 소린 아니다. IFCC 사업 중 홈스테이가 있었다. 올 여름 추진했다가 결국 실패했는데, 한국학생들이 너무 비협조적이었다. 한국인 학생들도 해외로 많이 나가고 홈스테이를 많이 이용하지만, 정작 외국인들이 한국 가정에서 생활하는 일은 정말 드물다. 한국인들은 좀처럼 가정을 우리에게 열어주지 않는다. 특히 명절 같은 때 외국인들은 정말 외롭다. 외국인 유학생들은 명절도 체험해 보고 싶지만, 한국 학생들은 단 며칠도 그들의 가족과 우리가 함께 보내도록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면에서 한국인들의 폐쇄적인 면을 느낀다.

기자: 하긴 한국은 30살이 넘은 아들, 딸도 부모 허락이 있어야 결혼하고 부모가 집과 혼수까지 장만해주는 것이 아직도 대세인 나라다. 이런 부모가 계신 가정에는 한국친구들도 그냥 가면 실례가 된다. (웃음)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지적이다. 한국인 학생들은 친해지기 쉬운 편인가? 개인적으로 대하는 한국인들은 어떤 것 같은가?
잉: 많은 외국인들은 한국 사람들이 친절하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래서 친구로 다가가는 것이 어렵지는 않다. 그런데 깊이 있는 친분을 나누는 것은 어렵다. 물론 사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친해지려 할수록 거리를 두려는 사람들이 많다. 또 같이 어떤 일을 하거나, 곤란한 일에 닥쳤을 때 잘 나서려고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이가 많을수록, 군대 갔다 온 사람일수록 더 그런 것 같다. 뭐, 이것도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기자: 어떤 경우에 그런 것을 느끼나?
잉: 사소한 것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 도서관에서 크게 떠들 때, 누군가 길에서 행패를 부릴 때 나서서 제지하는 사람이 없다.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수업 중 팀별 발표에서 한국말도 짧은 내가 발표를 맡은 적도 있다.

기자: 한국이라는 사회를 제대로 겪어보려면 일을 해보면 된다. 혹시 아르바이트를 비롯해 일을 해본 경험은 있는가?
잉: 지난 여름에 여행사에서 근무해 본 적이 있다. 대우는 한국인들과 같은 조건이었고, 담당한 일도 큰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같이 일하던 분들과 잘 지내긴 했지만, 상사와 주변 사람들을 만나며 긴장감을 느꼈다.

기자: 한국은 빠르게 변해온 사회다. 불과 10년 사이에 전 국민이 휴대폰을 갖고 있고, 모든 집에 인터넷이 설치된 나라다. (웃음)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여유를 잃고 살고 있기도 하다. 학생들에게서 그런 것을 느끼나?
잉: (웃음) 한국 사람들은 친절하다. 표정은 냉랭해도 낯선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푼다. 내게도 정말 친한 한국인 친구들이 많다. 내 친구들에게서도 쉴 새 없이 뭔가를 준비해야 한다는 불안감 같은 걸 느낀다. 정말 한국 학생들은 참 열심히 공부한다. 자기 앞길을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는 것을 느낀다. 간혹 지나치게 개인적인 모습, 이기적인 모습을 발견하지만 그들의 앞날이 만만치 않은 것을 알고 있다.

대담과 인터뷰에 응한 학생들 중 러시아 출신의 나디아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중국, 리비아. 터키, 영국 등 다양한 나라에서 체류한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나디아는 다른 나라들에 비해 한국엔 외국인이 적은 편이라며 "한국엔 한국사람 뿐인 것 같다"는 독특한 감상을 전했다. 한국인들이 이방인들과 그들의 낯선 문화에 대해 아직 이해의 폭을 넓히지 못하면서, 외국인들에게 한국이 여전히 적응하기 어려운 곳으로 남아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일이다. 진정한 세계화의 경쟁력은 다른 세계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적극적인 수용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덧붙이는 글 | 경희대학교 사학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입니다. 기사 '또 다른 마이너리티, 중국인 유학생'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경희대학교 사학과에 재학중인 학생들입니다. 기사 '또 다른 마이너리티, 중국인 유학생'과 비슷한 주제를 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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