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혁
@BRI@첫 아이도 아닌데 예정일이 일주일이 되도록 소식이 없단다. 더 이상 늦추면 산모와 아이가 위험하니 유도분만을 시도하자고 한다.
"오늘은 일이 있으니 오늘 저녁에 입원하여 내일 낳을 수 있도록 하자."
첫 아이를 자연분만으로 낳고 이틀을 병원에서 간호하였으니 2∼3일 정도 일을 못나갈 것을 생각하여 하루라도 더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제안해본다.(현재 일당을 다니고 있다.)
흔쾌히 그러자고 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니 누워있다. 대충 이것저것 챙기고 큰애를 부모님께 맡기고 병원에 갔다. 애가 나올 기미가 조금 있다고 한다. 굳이 유도분만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다행이다.'
아프다고 한다. 첫아이 때는 이렇게까지 아프지 않았다고 한다. 금연건물이다. 3층 분만실과 건물 밖을 들락날락하며 애꿎은 담배연기만 뿜어댄다. 아프다고 한다. 무통 분만을 요청한다. 그래도 아프다고 한다. 입원수속을 하자고 한다.
6인 실은 본인부담 금액이 없다고 한다. 1인 실은 8만원인데 현재 빈 병실이 없다고 한다. 특실은 10만원인데 빈 병실이 있다고 한다. 내일이면 1인실 병실이 빌지도 모르고 아직 산모가 아이를 낳지 않았으니 지금 입원하기는 그렇고 내일 입원수속을 하는 게 어떠냐고 해본다.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한다. 자정을 넘어 가족 분만실에 들어갔다. 아프다고 한다. 잠들면 안 되는데 계속 잠이 온다. 불쑥 불쑥 아내가 선잠을 깨워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한다. 자기는 아파서 죽겠는데 자꾸 꾸벅 꾸벅한다고 투정이다.
미안하다. 졸면 안 되는데…. 새벽녘에 고통이 심한 것 같다. 얼마나 졸다 깨다 졸다 깨다 했는지 더 이상 잠도 졸음도 오지 않는다. 아침 9시면 담당의사가 오니 그때까지 좀 버텨보자는 식으로 야간당직 간호원이 권유한다.
그러자고 했으나 아프다고 한다. 아침 동틀 녘이 되어서 모든 조건이 되었다고…. 당직의사가 오더니 분만을 시도한다. 가족분만이 징그럽다고 적극적으로 만류하던 주위 분들과는 달리 그 달리 어색하지 않다. 시골사람이고 돼지가 새끼를 낳을 때 받아본 경험이 있어서이다.
어쨌든 순산이다. 아이는 첫째 때보다 훨씬 몸무게도 많이 나가고 키도 크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가 나이가 들어서인지 첫아이 때보다 힘들었다고 한다. 간호원과 아이의 발과 팔에 인식표를 채우고 발도장을 찍는 등 정신이 없다. 앵~~~앵~~~ 울어대는 아이의 울음소리를 등뒤로 아내의 흠뻑 젖은 옷과 침대시트를 바라보며 어깨가 한없이 무겁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