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가 올해 내건 석가탄신일에 걸어놓은 축하 펼침막.뉴스앤조이 주재일
이듬해 한신대학원 학생회가 석가 탄신 축하 펼침막을 걸었습니다. 화계사의 성탄 축하에 대한 답례였습니다. 화계사와 한신대는 화기애애한 사이가 되었지만, 주변은 냉랭했습니다. 누군가 밤에 한신대 학생들이 걸어놓은 석가 탄신 축하 펼침막을 찢어놓으면, 다음날 학생들이 새로 만들어 걸어놓기를 반복했습니다.
극성스런 기독교인들이 한신대로 항의 전화를 걸었습니다. 어떻게 신학교 학생들이 마귀의 괴수를 찬양하는 글을 공개적으로 걸어놓을 수 있느냐, 학교는 그걸 말리지 않고 내버려두느냐는 것입니다. 심지어 김경재 전 한신대 교수는 몇 년 동안 집으로 걸려오는 협박 전화에 시달렸다고 말했습니다.
한신대와 학생들은 기독교 내부의 원성을 막아내고 화계사와 '아름다운 인연'을 이어갔습니다. 한신대는 석가탄신일에 화계사를 찾은 이들에게 운동장을 주차장으로 내어주고, 화계사는 한신대에 절의 버스를 빌려주었습니다. 해마다 가을이면 화계사와 수유동성당, 송암교회가 난치병 어린이를 돕기 위한 바자회를 한신대 운동장에서 펼칩니다.
지금도 여전히 쓸데없는 짓을 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예전처럼 항의 전화를 걸거나 펼침막을 뜯는 극단적인 일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11년이라는 세월 동안 화계사와 한신대가 서로에게 보시하며 꾸준하게 신뢰를 쌓아온 것이 주변도 조금씩 변화시키고 있는 듯합니다.
화계사를 뒷마당, 한신대 운동장을 앞마당처럼 이용하는 동네 주민과 등산객들은 화계사와 한신대의 축하 펼침막 퍼레이드를 "종교라도 서로 화목하게 지내야 한다"고 환영합니다.
덧붙이는 글 | 기독교 대안언론 <뉴스앤조이>(www.newsnjoy.co.kr)에도 실린 기사입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