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항 제2부두의 모습. 이곳에는 컨테이너뿐 아니라 포클레인, 각재, 철 구조물 등 각종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고, 25톤 화물차들이 물건 싣기만을 기다리고 있다.선대식
오전 7시 30분, 김씨는 다시 운전석에 앉았다. 3시간 수면 후 바로 출발이었다. 씻을 겨를이 없었다. 김씨는 1시간을 달려 부산 사하구 구평동에 있는 ㅎ사의 화물터미널에 화물을 내려놓았다.
10분 만에 아침을 후딱 해치우고 혼잡한 부산 시내를 거쳐 오전 10시, 부산항 제2부두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컨테이너뿐 아니라 포크레인, 목재, 그리고 철 구조물 등 각종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었다. 부두 곳곳에는 25톤 화물차들이 물건 싣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낮 12시, 김씨는 목재 23톤을 싣고 다시 인천으로 운전대를 돌렸다. 오후 1시 30분, 청도휴게소에서 점심을 먹고는 계속해서 달렸다. 신대구-부산, 경부, 중부내륙, 영동 고속국도를 이용했다. 긴 시간동안 지난 운송 거부 때 화물연대가 주장한 표준요율제, 주선료 상한제, 노동자 인정 문제 등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 서울에서 부산까지 화물을 운송하면 얼마의 운임을 받나요?
"오늘같이 목재 23톤을 부산에서 인천까지 옮기면 45만원 정도 돼요. 여기에 매달 내는 보험료(20~30만 원), 지입료(15~25만 원), 알선료(30여만 원), 세금 등을 제외하면 한번 왕복에 20~30만원 남아요.
화물차만 30년 몰았는데 한달 평균 수입이 150만 원이죠. 노동 강도까지 생각하면…. 이것도 수리비, 화물차 할부금을 뺀 거죠. 초등학교 4, 5학년인 딸과 아들이 있는데 학원도 못 보내고 있어요."
- 한달 수입이 150만 원이면 생활이 많이 힘들 것 같은데요?
"힘들죠. 15평짜리 월세 살고 있어요.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가 35만원이에요. 외식, 문화생활을 거의 못해요. 일이 피곤해서 일주일에 한번 쉬는 날이면, 하루 종일 잠만 자요. 그래서 전 외출복이 없어요. 양복도 없어요. 항상 작업복만 입죠. 아이들 옷은 2,3년 만에 한번씩만 사줘요. 작아서 못 입을 때까지 입히죠. 그렇지만 예전에는 더 힘들게 살아서 지금 크게 어렵다는 생각은 안 해요."
- 가족들은 화물차 운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가족들이 항상 화물차 운전 하지 말라고 해요. 위험한 직업이다 보니 조마조마하죠. 아이들도 아빠 보고 싶다고 말하고요. 그리고 집사람을 생과부 만드는 일이라 집사람에게 많이 미안하죠. 아이들 가정교육 챙기지 못해서 미안하기도 하고요."
- 화물운송노동자들이 어려운 현실에서 일하게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다단계 때문이에요. 중간에서 알선한다는 명목으로 다 잘라먹고 우리가 받는 운임은 계약 금액의 60~70%밖에 안돼요. 목욕탕 주인보다 때밀이가 더 버는 거예요.
또한 알선사끼리 경쟁이 심한데 덤핑하는 곳이 많아요. 그런데 중간에서 알선료는 그대로 챙겨가니 그 덤핑 피해가 화물노동자한테 와요. 지입제도 문제예요. 화물노동자들은 지입회사들에게 넘버(번호판)만 빌리는데 15~25만 원의 지입료를 내야해요."(지입제란 5톤 이상의 영업용 화물차는 개별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화물차주가 운수업체에 돈을 지불하고 운송사업 면허를 빌리는 것)
"표준요율제·주선료 상한제 도입되면, 노동 여건 개선될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