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교단의 뜻은 곧 예수 그리스도의 뜻입니까?"

[서신]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최희범 목사님께

등록 2006.12.22 14:43수정 2006.12.22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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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이 주최한 `사학수호 한국교회 목회자 비상기도회 및 십자가 행진`이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렸다. 비상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서울시청앞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이 주최한 `사학수호 한국교회 목회자 비상기도회 및 십자가 행진`이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렸다. 비상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서울시청앞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개정사학법에 대한 보수교단의 재개정 요구가 뜨거운 가운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최희범 총무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개신교단의 목사로서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사학법에 대한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기에 사학법 찬반에 대한 이야기는 이 곳에서 하지 않겠습니다.

인터넷 기독교신문 <에큐메니안>에 실린 인터뷰 내용 중에 "대한민국 주요 교단이 움직이는데 그걸 갖다가 부정적으로 얘기하면 되나. 그럼 교회를 부정하는 뜻이 된다"는 말씀을 읽고는 제목에 뽑힌 대로 "사학법 재개정 비판=다수 교단 부정=교회부정"의 등식으로 이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결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다수결이 반드시 진리는 아니라는 점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역사적으로도 다수가 항상 진리가 아니었으며 기독교도 처음에도 소수종파에 불과했습니다.

다수가 무조건 진리라고 소수의 의견을 무시한다면 그것은 기독교정신에도 부합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다수의 의견이기 때문에 반대의 의견이 있으면 안 되며, 반대의 의견은 곧 다수가 신봉하는 것을 부정하는 것이라도 도식은 참으로 위험한 발상인 것입니다.

@BRI@성서적으로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목사님의 논리대로 전개를 해보면 사학법 재개정을 반대하는 목사나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를 부정하는 것이라는 뜻과도 통합니다.

예수님께서 이 땅에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셔서 하나님 나라의 복음을 전하자 그 당시 다수였던 종교지도자들은 하나님을 욕되게 하는 자라고 예수를 비난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은 산헤드린을 통해서 다수결로 예수를 십자가형에 처하는 결정을 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다수결에 의한 결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옳았을까요? 율법주의에 빠져있던 바리새인들이나 사두개인들 대다수가 예수를 죽이려고 음모를 꾸미고, 죄목을 씌우기 위한 질문공세들을 하고, 그런 과정들 속에서 민중들과 예수를 이간질 시키고 결국은 십자가에 못을 박고는 승리자처럼 환호합니다. 그런데 정말 그들이 승리를 한 것이며, 진리를 위해 그 일을 한 것인가요?


그들은 하나님의 이름으로,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예수를 십자가에 달았다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더러운 음모가 그 속에는 들어있습니다. 물론 자신들도 철저하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그 일을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지요. 이것이 그 당시 종교지도자들의 비극이었던 것입니다.

자신 이익 위해 싸우며 '하나님' 이름 들먹이지 말라


a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이 주최한 `사학수호 한국교회 목회자 비상기도회 및 십자가 행진`이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렸다. 비상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서울시청앞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한국기독교총연합(한기총)이 주최한 `사학수호 한국교회 목회자 비상기도회 및 십자가 행진`이 지난 1월19일 오후 서울 저동 영락교회에서 한국기독교총연합 주최로 열렸다. 비상기도회를 마친 참석자들은 십자가를 앞세우고 서울시청앞 광장까지 행진을 벌였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그런데 오늘 날 한국교회가 물량적으로 큰 교회와 큰 교단 중심으로 작은 교회와 소수교단의 목소리를 경첨하지 않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냅니다. 그것까지는 좋은데 마치 그 목소리가 절대진리인 것처럼 착각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싸우면서도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고, 교회의 이름을 들먹입니다. 하나님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라고 하셨는데 오늘날 한국교회는 자기의 입장과 이익을 대변하는데 너무 쉽게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입니다. 이것이 기독교 선교에 얼마나 막대한 손실을 끼치는지 생각해 보셨는지요?

이런 행동이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예수님도 종교적인 이유에서 십자가형을 당했지만 결국 당시의 정황을 살펴보면 정치적인 죽음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기총이 시국 사안들마다 대규모 기도회를 통해서 우리는 종교적인 집회를 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다분히 정치적인 면들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이번 인터뷰에서도 밝히셨듯이 최희범 목사님께서 "한기총은 정치 안 하려고 한다"고 분명히 말씀하셨지만 "교회가 민주국가에서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무기는 표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과연 이 모순 된 두 가지 말씀 중에서 우리는 어떤 것을 선택해야 할까요? 최 목사님,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개인이든 공동체든 어떤 집단이든 간에 정치적인 것과 관련 없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없습니다. 스스로 비정치적이라고 하는 것조차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70~80년대 진보적인 교단과 교회에서 민주화를 부르짖을 때 현재 한기총에 속해있는 많은 분들이 줄기차게 요구했던 것이 무엇입니까? 종교가 정치에 관여하지 말라는 것 아니었습니까?

정교분리의 원칙을 말하면서 비난의 손길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당시 군부를 위해서 조찬기도회를 열거나 그들의 방패막이로 자처하는 집회 등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것이 아니라고 했었습니다. 기가 막힌 논리지요. 당시 대정부 투쟁을 하면 무조건 정치적인 것이라 몰아붙이고, 정부편을 드는 것은 종교활동이라고 하면서 정교분리를 말했으니 얼마나 비상식적인 논리였습니까?

한기총 대규모 집회 중 '정치'와 관련 없는 것 있었나?

한기총이 대규모 집회를 통해서 이슈화했던 내용들 중에서 정치와 관련 없는 것이 있었던가요? 보수우익의 이익을 대변하는 것은 비정치적인 것이고 그 외의 것은 정치적인 것입니까?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것은 비정치적인 것이고, 사학법 재개정요구를 반대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입니까?

결국 정치적이다 아니다는 당사자들이 판단할 몫은 아닐 것입니다만 우리의 현실은 종교가 정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결국 "한기총은 정치 안 할란다"고 하셨지만 작금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것 자체가 이미 정치적인 것입니다.

사학법 재개정 요구를 하고 있는 다수교단의 뜻, 그것은 분명 예수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뜻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주요교단'이라는 말도 단순히 물량적인 것만으로 그렇게 이야기하면 안 됩니다. 소수라도 '주요'가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말꼬리를 잡으려고 이 서신을 올린 것은 아닙니다.

인터뷰하신 내용들의 면면에 마치 이번 사학법 재개정요구를 반대하는 목소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뜻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는 것처럼, 사학법 재개정을 요구하는 것이 마치 예수 그리스도의 지상명령인 것처럼 들려졌기 때문에 이런 서신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 땅에 오셔서 활동하실 때 단 한 번도 다수의 지지를 받아보신 적이 없습니다. 아니, 무지렁이 민중들이 예수를 따르니 예수를 잡으려는 자들이 어찌하지 못했던 적이 있으니 '단 한 번도'는 아니겠지요. 그러나 단 한 번도 가진 자들의 편에 서서,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하나님의 이름을 들먹이지는 않았습니다. 주요교단의 뜻, 그것이 곧 교회도 아니며 하나님의 뜻도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 솔직해 져야 합니다. 자신의 이익에 하나님의 이름을 도용하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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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을 소재로 사진담고 글쓰는 일을 좋아한다. 최근작 <들꽃, 나도 너처럼 피어나고 싶다>가 있으며, 사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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