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교육 투사로 변신한 '웰빙 교수'

[보수 대해부 1부 - 인맥지도] ⑥ 교육 - 조전혁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공동대표

등록 2006.12.26 15:25수정 2007.01.02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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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조전혁 인천대 교수(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조전혁 인천대 교수(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 오마이뉴스 남소연

"나는 완전 웰빙 교수였다. 93년 3월부터 인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는데, DJ 집권 말기부터 슬슬 열받기 시작했다. 내가 믿는 자유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가 자꾸 거꾸로 간다고 생각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뉴라이트 싱크넷에 참여했고,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도 만들게 됐다."

조전혁(47·인천대 교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공동대표는 말을 빙빙 돌리는 체질은 아니었다. 인터뷰만 아니었다면 걸쭉한 입담도 들을 수 있었을 것 같다. 전형적인 경상도 말씨.

스스로 '나는 확실한 우파'라고 밝힌 조전혁 대표를 지난 19일 서울 용산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사무실에서 만났다. 전형적인 학자풍의 옷차림을 한 그는 인터뷰 도중 자주 자리를 떴다. 한 '고푸'의 커피와 담배 한 개비를 위해서다. 그는 자주 마시고, 자주 피웠다.

조전혁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뉴라이트전국연합에 대해 비판했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뉴라이트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의 지론은 뉴라이트 운동이 정치권과 엮여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시민단체 출범식에 정치권 빅3가 다 출동하는 식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한나라당 이중대 비난 자유롭지 못해"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조 대표는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굉장히 정치적인 단체"라고 못 박고 "그래서 한나라당의 이중대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고 진단했다.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출범행사 등에 정치인이 온다는 것도 만류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2007년 대선을 맞이하는 뉴라이트의 정치노선에 대해서는 "반좌파, 비한나라당"이라고 밝혔다. 뉴라이트 전체를 대표할 수는 없으나 뉴라이트의 정치노선이 이 정도로 정리됐다는 점을 밝혔다.


내년 2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사학법에 대해서는 "사학을 규제하는 법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며 "사학비리는 교육비리특별법을 제정해 처리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국내 사학비중이 높은 것은 오히려 축복이라는 조 대표는 "학교정보공개법을 만들어 시장경쟁에서 도태되는 학교들이 많아져야 한다"며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진입과 퇴출이 일어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실 사립학교는 부실기업과 같다고 보는 조 대표는 "관치금융으로 부실기업을 살려줘도 결국 죽게 마련"이라며 "부실기업이 관치금융 덕에 죽지 않고 살아남게 만드는 것은 죄악"이라고 비판했다.

교과서포럼 사태와 관련, 조전혁 대표는 "4·19단체가 민주화정신을 계승하는 단체지만 정작 사고 당일 민주주의는 없었다"며 "거창한 가치를 내걸면서도 정말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건지 의심이 들 정도"라고 비판했다. 이같은 모습은 좌파나 우파 모두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다음은 조전혁 대표와 나눈 인터뷰 전문이다.

뉴라이트 정치노선은 반좌파 비한나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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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은 왜 만들게 됐나.
"뉴라이트 싱크넷에서 만난 학자들끼리 뒤풀이 도중 술을 먹다가 각자 자기 전문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운동단체를 만들자고 했다. 뉴라이트 싱크넷에서도 주로 경제교육 분과에서 활동했던 터라 교육단체를 만들었다. 경제학자가 웬 교육단체냐? 시간 빼고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경제변수가 교육이다.

92년 노벨경제학상 받은 게리 베커 교수에 따르면 현대 선진국가 국부의 3/4이 인적자본이다. 그 정도로 교육이 중요하다. 또 하나, 우리나라의 교육비 지출이 세계 최고다. GDP의 10% 이상을 교육에 투자하고 있다. 돈을 많이 쓰는데 국민들은 불행하다. 이건 굉장한 역설이다. 교육에 비합리적 요소가 있는 거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

- 활동 목표가 뭔가.
"교육정책 관련이다. 사학비중 높은 게 문제라는데, 오히려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의 거대공룡조직 같은 공립학교에서 혁신이 일어났다는 것을 들어본 일이 없다. 또 우리나라는 유래 없는 교육국가독점시스템이다. 교과서도 교실도 모두 규격화 돼 있다. 책상 높이, 의자 사이즈 다 똑같다. 전국의 교실은 모두 20평이다. 획일적인 공간구조다. 우리 교육이 1등~40만등까지 한 줄 세우기 한다고 비난하는데, 이런 획일주의에서 당연한 것 아닌가."

- 국가의 교육독점시스템이 깨져야 한다는 건가.
"독점구조를 깨고 자율, 창의, 다양성으로 가야 우리 교육이 제대로 된다. 우리 교육이 정말 제대로 되려면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이 돼야 한다. 한 줄에서 경쟁하지 말고 줄끼리 경쟁하자는 거다. 지금 학교는 무경쟁인데, 학생은 무한경쟁하고 있다. 애들은 지금 안 틀리려고 반복적으로 암기하고 있는데, 이 짓으로는 우리나라의 미래가 없다고 생각한다."

- 최근 뉴라이트 이름이 붙은 온갖 단체가 만들어지고 있다. 대선용 아닌가.
"내가 이 단체의 실질적 리더인데, 내가 별로 정치권에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니다. 논리적으로 설명하기 힘든 걸 반박하기 더 힘든데, 뭔가 대선용으로 하려고 했다면 교육운동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교육보다 훨씬 섹시한 이슈를 잡아서 할 게 더 많다. 교육운동 말고도 표를 몰아줄 수 있는 운동 주제는 많다."

- 뉴라이트 이름이 붙은 단체가 급속도로 퍼지는 이유가 뭐라고 보나.
"우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뉴라이트가 아니라고 본다. 뉴라이트 단체는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 지난 7월 1주년 기념행사 때 우리는 정치인 한 명도 안 불렀다. 온다는 걸 오지 말라고 요청했다. 시민단체 출범식에 '정치권 빅3' 다 오고, 요란하게 치르는 것 자체가 시민단체 성격에 맞지 않는다. 뉴라이트전국연합은 굉장히 정치적인 단체다. 그래서 한나라당 이중대라는 비난으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 뉴라이트는 보수의 틀로 한 데 묶이는 것 아닌가.
"나는 확실히 우파가 맞다. 그러나 보수주의자는 아니다. 뉴라이트의 이념이 뭘 지키겠다는 게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개인의 자유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바꿀 게 있다면 과감히 기득권 버리고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게 뉴라이트다."

- 내년 대선을 바라보는 뉴라이트의 입장은 뭔가.
"반좌파, 비한나라당이다. 뉴라이트의 정치적 노선이 그렇다."

"사학법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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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한나라당의 사학법 재개정에 대해 어떻게 보나.
"사학법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 사학을 규제하는 법 자체가 없어야 한다. 사학비리는 특정경제가중처벌법처럼 교육비리특별법으로 처리하면 된다. 사회에서 용인할 수 없는 수준의 비리나 범죄를 저지른 경우에는 재단 이사 전체를 해임하고 전원 관선이사나, 개방형 이사로 채워도 좋다고 본다. 더 극단적으로는 아예 학교를 국가가 인수해서 공립화 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그러나 사학법은 헌법정신과 맞지 않는다고 본다."

- 헌법정신과 맞지 않는 이유가 뭔가.
"개방형 이사제 때문이다. 학교법인은 민법상 재단법인 성격이다. 재단법인은 사법인이다. 일부 전교조가 주장하는 것처럼 공법인이 아니다. 재단 출연 목적에 맞는 사람들로 이사회를 구성하는 게 맞다. 사립학교를 마치 사회에 공여된 공적 자산이라고 주장하는데, 맞지 않다. 학교나 교육이 공공재인가. 그렇다면 사립학교제도가 왜 필요한지 이유를 대야 한다."

- 사학은 사유재산인데 왜 감내라, 배내라 하느냐… 이런 비판인가.
"그 측면도 있고, 자유시장 경제체제 하에서 사유재산권이 인정되지 않으면 안 된다. 큰 포인트 중 하나다. 정말 우려하는 바는 앞으로 더 많은 다양한 학교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교육에 뜻이 많아진다.

이런 분들이 재산을 쾌척해서 학교를 지어야 하는데, 이런 사학법이 있으면 진입이 가능하겠나. 그런 게 가장 걱정된다. 사학비리를 잡아야 한다는 것을 누가 반대하겠나. 공립이든 사립이든 광정해야 할 문제점이 많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방법은 아니다."

- 비리뿐만 아니라 사학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경우도 있다.
"돈벌이 하려고 학교 지었다면 반드시 부정비리가 나오기 마련이다. 부정비리 없이 깨끗하게 학교를 운영했는데 거기에 규제의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옳지 않다. 아이들이 학교를 잘 선택할 수 있도록 광범위한 정보공개가 돼야 한다. 수능 성적 정보공개 청구도 이같은 일환으로 했다. 학교가 졸업생 취업현황이나 재학생들에 대한 평가 등을 공개해야 한다."

- 사학을 규제하는 법이 아예 필요 없다는 건가.
"굳이 법이 필요하다면, 학교정보공개법을 만들 수도 있다. 시장경쟁에서 도태되는 학교들은 빨리 시장에서 빠지도록 하는 게 옳다.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도태되도록 하는 게 훨씬 더 효율적이다. 부실 사립학교는 부실기업과 같다. 관치금융으로 부실기업을 살려줘도 결국 죽는다. 나는 이런 기업들이 죽지 않고 살아남게 만드는 것은 죄악이라고 생각한다. 진입과 퇴출이 학교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 너무 시장위주로 말하는 것 아닌가. 교육의 공공성은 필요 없나.
"교육의 공공성이 분명히 있지만 교육이 공공재는 아니다. 교육은 공공성이 큰 사적 재화다. 산업화 시기에는 공공재적 성격에 치우쳐 있으나, 지식기반사회로 갈수록 사적 성향으로 축이 이동한다. 기존의 교육정책도 관점이동이 필요하다. 70~80년대 생각으로 현재의 교육정책을 세우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우리 교육을 공공재로 취급한다면 효율은 효율대로, 형평은 형평대로 잡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경제학계의 정설이다."

- 학교의 기업화를 주장하나.
"학교로 돈벌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주 극형에 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주장은 학교를 기업화하자는 게 아니다. 잘하는 학교는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공간을 더 많이 마련해주자는 것이다. 시장경제 한다니까 오해하는 게 뭐든 기업, 이윤 이런 걸로 얘기하는 사람 취급하는데 그것은 아니다."

- 교육의 시장화가 아니라면 뭘 말하고 강조하고 싶은 건가.
"내가 교육과 관련해 가장 가슴 아프게 생각하는 것은 교육이 부익부 빈익빈의 주 통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걸 깨야 한다. 학교교육이 피폐해지면서 가난한 집의 똘똘이 아이들이 부잣집 띨띨이와 경쟁조차 못하는 상황이 되고 있다. 이것은 형평에도 맞지 않고 효율성도 떨어지는 것이다. 똘똘이들이 이 사회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고 자라 똘똘한 일을 해야 하는데, 지금은 그 상황이 아니다. 평등교육을 내세우면 내세울수록 교육을 통한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될 것이다."

- 평등교육이 돼야 가난한 아이들에게도 균등한 교육기회가 돌아가는 것 아닌가.
"학교에 교육기회가 많지 않으니까 대부분 과외로 충당한다. 과외로 가는 순간 모든 교육은 '머니게임'이 된다. 그럼 이런 과외시장을 없앨 것이냐, 이것도 한 방법은 되겠으나 헌법에 위배되는 일이다. 과외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스템을 고치는 방법적 대안이 바로 학교가 다양해지는 것이다. 각 광역시도에 가난한 아이들을 위한 민족사관고 수준의 정말 괜찮은 학교를 짓고 중산층 이상의 아이들이 누리는 교육수준의 혜택을 주자는 거다."

"나는 전교조가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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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마이뉴스 남소연

- <전교조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는 책을 낼 정도로 전교조에 비판적이다. 신임 전교조 위원장은 시민사회와의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데, 함께 활동할 의향은 없나.
"나는 전교조가 두렵다. 전교조의 성장배경에는 우리 교육계의 어두운 측면이 있다. 교육계에 널리 있던 불합리, 비효율, 부정, 비리가 전교조의 자양분이 됐다. 그걸로 세를 확장했다. 그렇다면 전교조는 한국교육의 미래를 위한 가치창출을 했나, 아니라고 본다. 투쟁방식이 온건해지든, 그 어떤 옷을 갖다 입히든 교육계가 점점 깨끗해지면 전교조의 자양분이 없어지게 된다.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전교조의 미래는 결코 밝지 않다."

- 전교조가 왜 두려운 존재인가.
"이들의 운명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나온 '빨치산 교사의 블로그'에 가보라. 그 교사의 생각이 180명 아이들의 머리에 스펀지처럼 녹아 있다는 게 느껴진다. 교사 한명의 위력이 그렇게 큰데, 8만~9만명 넘는 교사집단인 전교조에 대해 두려움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전교조 우산 속에 숨어있는 비겁자도 많을 것이다. 교육계의 권위주의에 대항하기 위해 이념과 상관없이 가입한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아마 참교육 노선에 충실한 교사는 채 1만명도 안 될 것이다. 그러나 한 교사가 많은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두렵다고 느낀다."

- 무엇이 전교조의 근본적인 변화인가.
"추구하는 가치가 민족·민주·인간화는 아니어야 한다. 이게 교육선진화에 도움이 될 수 있겠나.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세계무대에서 생산적이고 경쟁력 있는 인간으로 키울 것인지 등에 대한 고민을 하지 않는다면 전교조의 미래는 힘들 것이라고 본다. 프로는 결과로 승부하지만 아마추어는 '좋은 의도였다'는 둥 의도만 강조한다. 전교조에서 내세우는 여러 정책들이 이처럼 의도만 강조하는 게 아닌가 싶다.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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