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전구' 구경하실래요?

[하승창의 뉴욕리포트] 해피할리데이를 위한 가족들의 독특한 잔치

등록 2006.12.22 18:19수정 2007.02.0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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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승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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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한국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특별한 휴일'이 아니었다. 미국에 와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다.

우선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부를까 설왕설래하고 있다. 기독교적 정체성을 내세워 '크리스마스'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있고,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생각해 '할리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거의 모든 방송에서 '해피 할리데이'를 말하는 걸 보면 대세가 굳어져 가는 모양이다. 또 여기저기서 세일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면 부산스러운 시기는 분명한데, 이방인으로 와 있는 내게 그런 감흥이 쉽게 전달될 리 만무하다.

@BRI@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에 미국 사람들은 대개 '가족'과 보낸다고 한다. 우리는 동창들 망년모임, 회사 망년모임, 이런 저런 서클 모임 등으로 정신없는데 여기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들이 주로 있는 모양이다. 교회에서 개최하는 메시아 공연이나 가스펠 공연은 웬만한 공식 공연보다 보기 좋을 때도 많다고 한다. 교회 성가대에 속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다른 독특한 문화도 있다. 우리의 경우 크리스마스 때면 서울 시청 광장 앞에 대형트리가 설치된다. 또 이곳 저곳 가게 앞에 대형트리들이 설치되거나 집 안에 조그마한 트리를 설치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동네를 밝히는 빛이 곳곳에서 생겨난다.

12월 초부터 동네 한 두집이 자택을 전구로 장식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모든 집들이 각양각색으로 자신의 집을 꾸미고 있다. 내가 사는 길에는 남미계와 한인들이 많아서 인지 전구를 채색한 집이 많지 않지만, 조금만 나서보면 가로등 불빛도 약한 거리가 반짝이는 불빛들로 환하다.

형형색색으로 꾸미거나 화려하기가 마치 백화점 매장 같은 곳,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집 등 정말 여러 모양의 장식들로 요란하다. 밤길을 걷다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12월이면 집을 이렇게 장식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중요한 일거리가 되어 있다. 가족들끼리 어떻게 집을 장식할 것인지 의논하고 장식을 사와서 설치하고 불을 밝혀 놓고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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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면 온 가족이 한 집에 모여 선물을 나누고 파티를 연다. 집을 장식하는 것 자체가 가족과 함께 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미국가정에서 이 작업은 나름대로 중요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집을 어떻게 장식하는가에 대한 조언과 매뉴얼이 넘쳐 흐른다. 관련 제품을 파는 광고도 홍수이고, 쇼핑몰에 가보면 가족들이 장식물 사러 나온 경우가 많다. 말하자면 이렇게 자기 집을 장식하는 것이 곧 가족과 함께 보내는 과정이고 일상이다.


타운마다 이렇게 꾸며진 집들에 대한 콘테스트를 한다. 크리스마스 전에 발표하는 타운도 있고 크리스마스 다 와서 심사를 시작하는 타운도 있다. 타운에는 이 심사를 위한 위원회도 있다. 콘테스트 우승자가 된 집에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러 온다. 경쟁적으로 집집마다 꾸며대니 관련 시장은 이맘 때 그야말로 시즌이다.

이렇게 연말 자기 집을 장식하는 문화에서 미국 사람들이 가족이라는 가치를 소중히 여긴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가 단지 누군가를 경배하는 차원을 넘어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문화가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왜 여기라고 흥청망청하는 사람이 없겠는가? 대도시에는 마약과 술로 세월을 보내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가지고 있고, 그걸 자치단체가 나서서 격려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물론 관련 업체들의 상업적 이해와 맞물리면서 해마다 시장을 부추기고 있겠지만, 가족들이 모여 이렇듯 연말과 연시를 즐기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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