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창
크리스마스가 코앞이다. 한국에 있을 때 크리스마스는 나에게 '특별한 휴일'이 아니었다. 미국에 와서는 더더욱 그렇다. 하지만 여기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다.
우선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부를까 설왕설래하고 있다. 기독교적 정체성을 내세워 '크리스마스'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있고, 다른 종교와의 관계를 생각해 '할리데이'라는 명칭을 사용하자는 주장도 있다. 거의 모든 방송에서 '해피 할리데이'를 말하는 걸 보면 대세가 굳어져 가는 모양이다. 또 여기저기서 세일한다고 떠드는 것을 보면 부산스러운 시기는 분명한데, 이방인으로 와 있는 내게 그런 감흥이 쉽게 전달될 리 만무하다.
@BRI@크리스마스 등 연말연시에 미국 사람들은 대개 '가족'과 보낸다고 한다. 우리는 동창들 망년모임, 회사 망년모임, 이런 저런 서클 모임 등으로 정신없는데 여기는 교회를 중심으로 한 활동들이 주로 있는 모양이다. 교회에서 개최하는 메시아 공연이나 가스펠 공연은 웬만한 공식 공연보다 보기 좋을 때도 많다고 한다. 교회 성가대에 속한 사람들은 벌써부터 연습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다른 독특한 문화도 있다. 우리의 경우 크리스마스 때면 서울 시청 광장 앞에 대형트리가 설치된다. 또 이곳 저곳 가게 앞에 대형트리들이 설치되거나 집 안에 조그마한 트리를 설치한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동네를 밝히는 빛이 곳곳에서 생겨난다.
12월 초부터 동네 한 두집이 자택을 전구로 장식하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거의 모든 집들이 각양각색으로 자신의 집을 꾸미고 있다. 내가 사는 길에는 남미계와 한인들이 많아서 인지 전구를 채색한 집이 많지 않지만, 조금만 나서보면 가로등 불빛도 약한 거리가 반짝이는 불빛들로 환하다.
형형색색으로 꾸미거나 화려하기가 마치 백화점 매장 같은 곳, 독특한 아이디어가 반짝이는 집 등 정말 여러 모양의 장식들로 요란하다. 밤길을 걷다보면 눈이 즐거워진다. 12월이면 집을 이렇게 장식하는 것은 이들에게는 중요한 일거리가 되어 있다. 가족들끼리 어떻게 집을 장식할 것인지 의논하고 장식을 사와서 설치하고 불을 밝혀 놓고 크리스마스를 맞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