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여수에서 날아 온 갓 김치. 눈으로만 보여 드려서 죄송할 뿐이다.최육상
"아, 상큼하다. 어찌 이렇게 감칠맛이 날까."
"캬~예술이네. 안 되겠다. 라면 끓여라!"
"이건 막 지은 밥에 얹어서 먹어야 되는데, 밥 할까요?"
오늘(22일) 오후 사무실로 배달된 한 통의 소포 때문에 한창 조용하게 근무하던 사무실이 들썩거렸다. 군것질거리가 생각나는 오후 4시, 직원들은 앞다퉈 시장함을 달래느라 한동안 소란스러웠다.
내 앞으로 온 소포 상자를 보며 "뭐지? 누가 보냈지?"라고 생각한 것은 아주 잠시였다. 보내는 분의 성함 '똑순이 식품'에 이어 보낸 주소 '여수시'를 보고 바로 한 녀석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나는 어제 친구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었다. 친구는 다짜고짜 내게 "사무실 주소 좀 불러봐"라고 물었고, 난 "뭘 보내려고?"라는 당연한 물음도 생략한 채 아무 생각 없이 그에 응했다. 그런데 오늘 보내 온 것은 친구 어머니의 정성이 가득 담긴, 그 이름도 유명한 '여수 갓 김치'였다. 그것 참, 유부남이 총각을 위해서 김치를 보냈다는 거야? 지금?
연인 없는 난, 소주잔 기울이며 긴 겨울밤 이겨내야 하나?
@BRI@사흘 후면 크리스마스. 예수를 믿건 안 믿건, 서양의 기념일이든 아니든, 연말에 자리 잡은 크리스마스는 나누고 베풀 수 있어 좋은 날이다. 아이들은 장난감을 한 아름 가득 안을 수 있고, 청춘남녀들은 선물을 주고받으며 연애의 낭만을 만끽할 수 있다. 가족들은 오순도순 모여 앉아 긴 겨울밤 내내 웃음꽃을 피우겠지.
그럼, 연인도 없는 나 같은 총각은 어째? 그저 속절없이 친구들을 만나 소주잔이나 기울이면 긴 겨울밤을 이겨내야 하는 거야? 그런 거야? 그러고 보니 연애를 하지 않았던 지난 몇 년간 나는 크리스마스의 낭만과는 거리가 멀어도 한 참 멀었다. 그러니 선물은 무슨 놈의 선물, 구경 못한 지 한 참 됐다.
그런데, 오늘 그 선물타령을 멈추게 됐다. 친구가 보내 준 갓 김치 때문에. 이거 웃어야 해? 말아야 해? 친구 어머니의 정성만 아니었으면 화도 내고픈데, 참아야지 별 도리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