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A 역풍에 6자회담 표류하나?

다음 회담 날짜 못잡아... 크리스마스 결국 빈손 귀국

등록 2006.12.22 18:04수정 2006.12.22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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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체 : 22일 밤 9시 06분]

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
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오마이뉴스 김태경
지난 18일부터 열린 제5차 2단계 6자회담이 다음 날짜를 잡지 못한 채 22일 휴회했다.

천영우 한국 6자회담 수석대표는 지난 20일 "참가국들이 크리스마스 때 빈 손으로 귀국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결국 다음 회담 날짜도 잡지 못함으로써 참가국들은 '선물 보따리' 없이 돌아가게 됐다.

단 BDA 문제와 관련해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와 다니엘 글래이저 미 재무부 부차관보가 19~20일 총 8시간에 걸쳐 양자 협상을 열었고, 6자회담 북미 수석대표도 4차례 이상 양자 협상을 벌인 것은 다소 긍정적이다.

북한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이날 오후 연 기자회견에서 강경 발언을 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앞으로 미국의 동향을 주시해보겠다"며 비교적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우다웨이 수석대표는 22일 발표한 의장 성명을 통해 "각국은 (이번 6자회담을) 휴회하고 본국 정부에 보고하기로 했으며, 가장 빠른 기회에 회의를 속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우 대표는 "각국은 6자회담 관련 상황의 변화와 진전사항을 재검토하고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한반도 비핵화 달성의 공동목표와 의지를 재확인했다"며 "각국은 9·19 공동성명상 의무를 성실하게 이행해 나갈 것임을 재확인했으며,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단계적인 방식으로 가능한한 조속히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조율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우 대표는 "9·19 공동성명을 이행하기 위한 수단과 초기 단계에서 취할 행동에 대해 유용한 토론을 가졌고 초기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다"며 "각국은 집중적인 양자 협의를 통해 각자의 우려에 대한 솔직하고 심도 깊은 견해를 교환했다"고 전했다.

북미 6자회담 놓고 '동상이몽'


북-미 양자간 'BDA(방코델타아시아)' 계좌동결 문제를 실무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실무접촉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 나가고 있다.
북-미 양자간 'BDA(방코델타아시아)' 계좌동결 문제를 실무협의하기 위해 중국을 방문한 오광철 조선무역은행 총재가 19일 오전 실무접촉 전망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베이징 서우두 공항을 급히 빠져 나가고 있다.연합뉴스 황광모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의장 성명 발표가 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회담은 차기 회담에서 실질적 진전을 이루기 위한 정지작업을 하는 일종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거의 사례를 보면 북한과 미국은 다음 회담을 기약하고서도 상당 기간 동안 만남을 갖지 못한 경우가 많다. 단적인 예로 지난해 11월 제5차 1단계 6자회담이 열려 9·19 공동성명의 이행방안을 논의하고 다음 회담을 기약했으나 결국 13개월이나 열리지 못했다.

이번 회담이 별다른 성과없이 끝난 것은 북한과 미국이 베이징에 온 목적부터 달랐기 때문이다.

북한은 핵무기를 보유한 것은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때문이며 따라서 9.19 공동성명에 따라 핵폐기 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전제조건은 대북 적대시 정책의 전환이었다. 그리고 이를 물리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증거로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북한이 이번에 6자회담에 나왔던 것은 오직 BDA 협상을 하기 위해서였다. 북한이 6자회담에 참여해야 BDA 관련 협상을 할 수 있다는 조건을 미국이 걸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6자 회담장에 나타난 북한의 관심은 오직 BDA에만 있었다.

6자회담 북한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22일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금융제재를 해제하는 대신에 우리의 핵활동 중단을 요구했다"며 "그러나 금융제재 해제 대 9.19 공동성명 이행의 첫단계 조치, 이렇게 도식이 붙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바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은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신뢰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금융제재를 해제한다고 바로 9.19 공동성명에 따라 북한이 핵폐기의 첫 단계 조치에 들어갈 수는 없으며 9.19 공동 성명 이행을 위한 논의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회담 소식통은 "미국은 나름대로 생각할 때 파격적이고 포괄적인 제안을 가지고 나왔는데 북한으로부터 기대하는 반응을 얻지 못해서 실망했다"고 전했다.

김계관 "미국 동향 주시하겠다"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북핵 6자회담 본회의에서 하고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들이 중국 우다웨이 수석대표의 연설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
18일 오전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개막된 북핵 6자회담 본회의에서 하고 김계관 북한 측 수석대표를 비롯한 대표단들이 중국 우다웨이 수석대표의 연설을 굳은 표정으로 듣고 있다.연합뉴스 황광모

중국이 의장 성명을 발표한 뒤 북한 김계관 대표가 오후 7시에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일부 기자들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혹시 2차 핵실험을 하겠다고 선언하는 것 아닐까?"라고 말했다. 북한은 이전에도 깜짝 기자회견을 열어 강경 발언을 쏟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댜오위타이 호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김 부상은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전환할 의지가 있는가 없는가가 앞으로 회담 전망을 규정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미국의 동향을 주시해 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은 제재해제에 대한 행동적 조치 없이 우리의 핵시설 가동중단과 검증을 요구했다"며 "우리는 이에 반대하고 우리의 제안을 돌아가서 깊이 연구해 보라고 했다"고 밝혔다.

BDA 문제 협상과 관련 그는 "실질적 논의가 깊이 있게 진행되지 못했지만 서로의 우려와 관심 사항이 협상 과정에서 다 드러났다"며 "1월 중순에 실무그룹을 가동시키는 문제를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그는 2차 핵실험 가능성과 관련 "미국은 지금 대화와 압력, 당근과 채찍을 병행하고 있다"며 "이에 우리는 대화와 방패로 맞서고 있으며, 방패라는 것은 우리의 (핵) 억지력을 더욱 향상시킨다"고 답했다.

2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지만 원론적 수준에서 한 발언으로 보인다.

결국 북한은 BDA 문제에 관한 협상 결과를 보고 다음 6자 회담 참여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은 BDA 문제에 대한 북한의 집착을 역이용해 금융제재 해제 해제를 조건으로 북한의 핵활동의 전반적인 중단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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