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게 벌기엔 <오마이뉴스>가 최고죠! 허허허"

[인터뷰] '2006 올해의 뉴스게릴라' 사는이야기 부문 수상자 송성영 기자

등록 2006.12.27 13:48수정 2006.12.27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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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그런디 애덜이랑 집사람은 이게 얼마나 큰 상인지 잘모르는 것 같어유. 허허허"

"그런디 애덜이랑 집사람은 이게 얼마나 큰 상인지 잘모르는 것 같어유. 허허허" ⓒ 이정희

12월 동짓날 저녁놀이 뉘엿뉘엿 서산으로 넘어갈 즈음 그를 만나기 위해 계룡산 옆 자락 산골마을로 향했다. 이윽고 저만치 마을 초입 정자나무 아래로 검정 털신에 흰 수염이 덥수룩한 사내 하나가 멋쩍게 머리를 긁적이며 느릿느릿 마중을 나온다. 바로 송성영 기자다.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아이고, 뭘 쑥스럽게 그래요. 내 천성이 어디다 얼굴 내미는 거 좋아하지 않는 건데, 덥석 상 받았다고 기사 나가면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그런데 애들이랑 집사람은 이 상이 얼마나 큰상인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허허허"

예상했던 대로 그는 크게 속마음을 표현하지 않았다. 그러나 시큰둥한 식구들 핑계를 대며 멋쩍게 웃고 있는 그의 입가에서 진심을 훔쳐낼 수 있었다. 잠시 후 그가 수줍게 웃으며 짧게 말했다.

"정말 좋네요. 감사합니다."

송성영 기자와는 이미 지난여름 제 2회 세계시민기자포럼에서 처음 만나 안면을 텄다. 그 후에는 기사로만 교류를 해왔을 뿐이다. 그럼에도 서로 주고받는 말이 어색하지 않았다.

-"땡큐 이즈 '고. 맙. 습. 니. 다'"
-"그거 푹 삶아먹으믄 참 조티야!"

적게 벌어 행복하게 사는 이야기 200여 편


a 태평농법(?) 한 겨울 그의 텃밭에는 강낭콩이 심어져 있었다.

태평농법(?) 한 겨울 그의 텃밭에는 강낭콩이 심어져 있었다. ⓒ 이정희

새해가 되면 아내와 간난 쟁이 아이 둘을 데리고 이곳 산골마을에 들어온 지 꼭 10년째가 된다. 여느 사람들처럼 평범하게 도회지 아파트 생활을 하던 이들이 이곳으로 들어와 텃밭을 가꾸며 살아가기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바쁘게 돈벌며 살아봤자 달마다 날아드는 아파트 부금 고지서를 당해낼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적게 벌어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곤 수소문 끝에 이 집을 발견하고 당장 내려왔지요."


그 이후 2002년 겨울 한 친구의 소개로 우연히 <오마이뉴스> 사는 이야기 방에 터를 잡게 되었다. 그는 지금까지 200여 편이 넘는 기사를 통해 우리에게 '덜 벌고 행복하게 사는 일상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그 당시 친구가 그러는 겁니다. 몇 년 전에 인터넷 신문이란 것이 생겼는데 거기에는 누구나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자유롭게 쓸 수 있다고요. 그동안 방송 대본을 쓰거나 잡지에 기고를 하면서 느꼈던 답답함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옳다 이거구나 싶어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거죠."

그는 "학생시절 열정을 갖고 참여했던 사회문제에 다시 고개를 돌릴 수 있는 것도 '산골 시민기자'의 큰 재미"라고 덧붙였다.

그가 그동안 풀어낸 이야기는 대부분 살림집과 텃밭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가족들의 일상이다. 그리고 집에서 키우는 짐승 식구들, 산골 집에 드나드는 고단한 이웃과 친구들 이야기다.

즉 텃밭을 가꾸면서 느끼는 인생과 자연의 섭리, FTA에 멍들어가는 농심, 그리고 멀쩡한 산을 파헤치는 투기꾼 몰아낸 이야기 등을 풀어낸 것이다. 문득 그의 산골 생활 동지이자, 자주 기사에 등장하는 그의 가족들의 생각이 궁금해졌다.

"처음에는 본인들이 기사에 등장하는 걸 재미있어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냥 나왔나 보다 해요. 워낙 제 기사에 자주 등장하니까요. 물론 과거 기사에도 썼듯이 기사가 나가기 전에 아내의 '사전 검열'을 받고 있어요. 내가 기사를 통해 잘난 척을 하는 건 아닌지, 거짓말을 하는 건 아닌지 검사하는 거죠."

a 재활용 자재를 이용하여 얼기설기 꾸민 글방. 장작 아궁이와 뜨끈뜨끈한 구들장이 기사쓰기에 안성마춤이다.

재활용 자재를 이용하여 얼기설기 꾸민 글방. 장작 아궁이와 뜨끈뜨끈한 구들장이 기사쓰기에 안성마춤이다. ⓒ 이정희

<오마이뉴스>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들

그는 <오마이뉴스>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고 있다. 댓글이나 쪽지를 통해서 만나기도 하지만 요즘 들어 그의 '산채'를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부쩍 늘었기 때문이다. 적게 벌어 적게 먹는 생활의 지혜를 누군가와 나누고 싶었던 그에게 <오마이뉴스>가 중요한 징검다리를 놓아준 셈이다.

@BRI@"내가 가진 게 없으니까 뺏어갈 것도 없고, 그러니 모두 좋은 사람들만 찾아오네요."

그의 집엔 대화가 잘 통하지 않는 외국인도 찾아온 적이 있다. 프랑스에서 온 클레르 올리쉬와 그녀의 아들 루. 지난 7월 인천에서 열린 세계시민기자 포럼에 참석한 이들이 송성영 기자의 집을 직접 찾은 것이다. 송 기자는 그때의 에피소드도 기사로 풀어냈다.

그의 사는 이야기는 '돈이 적으면 불편한 게 많을 것'이라는 우리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있다. 그래도 산골 생활이 쉽지는 않을 터. 그에게도 분명 시련은 있었다.

송 기자는 "행정수도 이전 문제로 땅값이 오르고 집 옆 산을 투기꾼들이 택지조성 한다고 불법으로 까뭉갤 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래도 그는 "좀 더 깊은 산골로 들어갔으면 갔지 도시로 갈 생각은 전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번 인터뷰는 너무 편하고 좋았다. 절절 끓는 온돌방 아랫목 이불에 두 다리 쭉 펴고 이야기 나누는 것은 큰 기쁨이었다. 여기에 그가 타주는 차의 향기가 시간가는 줄 모르게 했다. 그리고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서는 내게 그가 던진 한마디도 무척 재미있었다.

"왜 <오마이뉴스>가 좋으냐고요? 적게 벌어 적게 먹고 사는 게 내 주장인데, <오마이뉴스>는 원고료를 조금밖에 안주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나랑 맞지, 안 그래요? 허허허."

미워할 수 없는 '송성영스러운' 말이었다. 그는 "예전에 비해 <오마이뉴스>에서 진솔한 이야기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다"며 "'국제화'도 좋지만 처음처럼 순수한 모습 이어갔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그를 만나고 돌아가는 길이 행복했다.

a 은은향 차향과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있어 인터뷰 내내 행복했다.

은은향 차향과 뜨끈뜨끈한 아랫목이 있어 인터뷰 내내 행복했다. ⓒ 이정희

덧붙이는 글 | 그는 인터뷰 내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말했다. 그러나 내 재주로는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 수가 없어 표준말로 바꾸어 싣는다.

덧붙이는 글 그는 인터뷰 내내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로 말했다. 그러나 내 재주로는 그 느낌을 그대로 표현할 수가 없어 표준말로 바꾸어 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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