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공룡화석 꼭 들여와야 하나

[주장]우리가 발굴했어도 돌려주는 게 도리

등록 2006.12.23 14:07수정 2006.12.2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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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신문 기사 ⓒ 한겨레신문 기사 촬영

자신이 원하지 않는 일을 다른 이에게 강요하는 건 도리에 어긋나는 일이다. 이는 국제관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한국(인)은 상대적으로 경제력이 약한 나라들과 교류하면서 배려하는 자세를 잃은 것 같다.

지난 월요일(18일) 화성시가 주도하는 국제공룡탐사단이 몽골에서 타르보사우루스라는 공룡 화석을 발굴했다는 기사("한국, 몽골서 희귀 공룡화석 첫 발굴", 한겨레신문 12월18일치)를 읽었다.

희귀한 화석이 발굴됐다는 것보다 한국이 그와 같은 일을 했다는 사실에 더 초점을 맞춘 듯한 기사였다. 그 기사를 읽으면서 발굴된 화석이 한국으로 옮겨지는 게 몽골 사람들 입장에서는 씁쓸한 일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몽골 사람들이 이 일로 인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한국(인)에 대해 악감정을 갖게 되지나 않을까라는 걱정도 들었다.

해당 기사는 몽골 사람들의 반응은 없었다. 전문가가 말하는 화석의 가치, 그리고 화성시의 입장이 기사에 주로 등장했다.

화성시가 국제공룡탐사단에 거액을 지원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마디로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화성시는 이 화석을 현재 건립 추진중인 공룡박물관에 전시·보관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몽골 정부는 이 화석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물론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국인이 연구와 전시를 위해 들여오고 싶어하는 화석이라면, 몽골 사람들 역시 우리와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여기서 입장을 바꿔 생각해 보자. 만약 국내에서 발굴된 희귀 공룡 화석이 정부의 허가를 얻어 외국으로 영구 반출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한국의 풍토를 감안하면 학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정부를 성토하고 나섰을 것이다.


물론 화성시가 들여오는 화석은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보관돼 있는 직지심경이 아니다. 몽골 정부의 허가도 있었다. 하지만 몽골 정부가 허가를 했다고 해서 몽골 사람들이 허락했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보기는 어렵다.

냉정히 평하건대, 화성시가 이 화석을 반입해 영구적으로 보관하는 것은 몽골 사람들의 (자신들의 땅에서 난) 문화적 자산을 온전히 향유할 수 있는 기회와 권리를 빼앗는 것과 다름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화성시와 한국 사회는 역지사지하는 자세로 이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먼저 몽골 사람들이 이 일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진지하게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이 화석을 들여와 보유하는 일을 재검토해야 한다. 국내에서 일정 기간 연구를 마친 뒤 몽골 사람들에게 되돌려 주는 방안도 생각해 볼일이다.

그렇게 하는 것이 몽골 사람들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는 일이다. 화성 공룡박물관은 이 화석과 똑같은 모조품을 전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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