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밝은 웃음 잃지 않는 토니. 가슴 속에는 늘 고향 무지개가 떠다닌다.이동환
물론 그 역시 한국에 돈 벌러 왔다. 그러나 '코리아드림'은 공장생활을 하면서 여지없이 깨지고 말았다. 처음 3년 동안 여기저기 이 공장 저 공장 전전하며 일했지만 월급을 떼이기 일쑤였고 나날이 힘들었다. 무엇보다 갖은 욕설과 핍박이 견디기 어려웠다.
"한국에 괜히 왔다 생각했어요."
그는 페루 시골 출신이다. 고향에는 부모형제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생활 7년째다. 페루 여인과 결혼해 딸 하나를 두었다. 딸은 페루에 보냈다. 영구 귀국할 계획으로 그는 아내와 단 둘이 허리를 옥죄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
"그래도 저는 운이 좋아요. 공장 안 다니고 이렇게 장사할 수 있으니까요."
장신구 노점상을 시작하면서 그는 비로소 한국 사람들이 참 정이 많구나, 하는 것을 느꼈단다. 공장생활 할 때는 한국 사람들이 무섭기만 했는데, 장사하면서 자유롭게 부딪치다 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었다. 한국이나 페루나, 세상 어디라도 다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두루 있는 것 아니냐고 말하며 그는 씩 웃는다. 그의 우리말 구사는 참 정감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라고, 장사하면서 숨통이 좀 트나보다 했는데 덜컥, 천만 원이라는 거금을 친한 한국 사람에게 빌려줬다가 떼이고 말았다. 안 먹고 안 입고 모은 피 같은 돈이었다. 떼인 돈 얘기를 하며 그는 울먹울먹, 받을 수 있는 길이 없겠냐며 내 소매를 애처롭게 잡아끌었다. 그 목숨 같은 돈을 보충하기 위해 그는 아픈 날 아니면 연중 쉬지 않고 일한다.
고향이 늘…, 너무 그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