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르 웃는 아이보다 더 크게 웃는 수녀님, 등과 품에 안긴 아이들이 수녀님을 어르고 있다.최종수
가장 높은 산은 8848m 에베레스트이다. 그보다 높은 것은 비행기다. 비행기보다 높고 빠른 것은 없을까. 욕심일 것이다. 그러나 욕심보다 높은 것이 있다. 그것은 아마도 사랑일게다. 가장 깊은 곳은 마리아나해구로 1만4000m이다. 그보다 깊은 곳은 없을까. 그 역시 사랑일게다. 가장 깊고 높은.
높고 깊은 것은 거리를 말한다. 그래서 세상에서 가장 짧은 거리는 머리와 입 사이이고, 가장 먼 거리는 머리와 가슴 사이라고 했다. 머리로 생각한 것을 입으로 말하기는 쉬워도 생각한 것을 가슴으로 느끼기는 어렵다는 말일게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보다 더 먼 거리는 머리와 손, 머리와 발 사이의 거리인지도 모른다. 가슴으로 감동을 느끼기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그 감동을 손과 발로 실천하기란 결코 쉽지 않기 때문이다. 감동은 현장이다. 손과 발로 찾아가서 연출하는 삶인 것이다.
@BRI@오늘(12월 13일)은 머리와 그 발 사이의 거리를 찾아가는 길. 한때 부산소년의 집 구호병원 외과과장이었던 의사가 <단팥빵>이라는 책을 출판했고 나는 이를 기념하는 자리에 가고 있는 중이다.
부산으로 가는 도로변의 한 찐빵 집에 이런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찐빵에는 방부제가 없지만 고객님을 위한 사랑에는 방부제가 있습니다." 문득 갓 구운 빵과 같은 '단팥빵' 신간서적이 떠올랐다. 단팥빵에는 방부제가 없지만 '단팥빵' 책에는 세상을 향한 사랑, 세상을 썩지 않게 하는 방부제가 있었던 것이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지만 단팥빵에는 팥이 있는 것처럼 '단팥빵' 책에는 여러 가지 고물이 들어 있다. 구호병원에서 만난 노숙자, 독거노인. 병보다 치료비 걱정이 앞서는 가난한 이웃들과 소년의 집 어린이들, 그리고 미혼모 쉼터 아이들.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들, 달동네 사람들의 헐벗은 가슴 등 '단팥빵'은 청진기를 통해 만나고 가슴과 눈물로 기록한 의사의 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