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시움 1층은 군데군데 비어있는 곳도 많다.이화섭
롯데마트를 나와 베네시움으로 갔다. 롯데마트에 이어 두 번째로 피해상인들이 많이 모여 장사를 시작하는 곳. 그 곳은 군데군데 빈 상점자리들이 꽤 많이 보였다.
2층에서 내의 및 메리야스 도·소매를 하시는 상인 한 분을 만날 수 있었다. 3월에 겨우 자리를 마련한 상인은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여기 입점해서도 전혀 장사가 안돼서 결국 장사를 접어버린 분도 계시지. 손님은 갈수록 줄지, 요새는 단골 없으면 마수걸이도 못할 정도야"라고 말했다. 한때 손님 오시면 시켜서 마시던 커피조차도 거의 끊다시피 했다. 커피값을 낼 돈 조차 없을 때도 있었기 때문이다.
"정말이지 차비, 관리비 빼고 나면 겨우 수지 맞추는 정도야. 올해는 한 300만원 적자 봤지. 미수금도 해결 못했지, 물건 새로 들여올 때도 외상이 안돼서 현찰로 다 처리했지, 융자 3천 받으면 뭐하나. 불나기 전에 외상 잔금처리나 겨우 했다니까."
화재 이후 단골은 더더욱 줄어버렸다. "멀어서 못 오겠다거나 어디에 갔는지 몰라서 못 오시는 단골 분들도 허다해. 많이 놓쳤지"라고 말했다.
다른 상인들의 답도 마찬가지. "아이구, 어떻게 살 방향을 모르겠네"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아 말했다.
"내년 3월에 계약기간이 끝나는데, 장사가 너무 안돼서 큰일이야. 옮길 수 있다해도 겨우 만들어 놓은 단골 놓칠 수도 있고. 어쩔 때는 접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후속조처가 너무 지지부진한 것 아니냐는 성토도 이어졌다. 한 60대 상인은 "내가 죽기 전에 재건축 되는 거 볼 수나 있을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인단 말야"라고 걱정하기도 했다.
상인들은 다들 "옛날자리에서 다시 장사할 수 있다면 바랄 것이 없겠다"라고 소원했다. "아예 옛날자리에 천막치고 장사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라고까지 말하는 상인도 있었다.
롯데마트에서건, 베네시움에서건, 아니면 다른 장소에서건 2지구 피해 상인들은 한 해를 힘겹게 견뎌냈다. 이러저러하게 한 해는 견뎌냈지만, 화재가 그들에게 남기고 간 상처는 아직도 극복되지 않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 짐 하나를 더 얹고 가게 한켠에 앉아있는 그들의 어깨가 펴질 날은 언제일까.
| | 2지구 터, 다시 부활할 것인가 | | | 재건축 추진위 구성...2~3년내 재건축 완료 목표 | | | |
| | ▲ 터만 남은 2지구 상가. 뒤로 보이는 기둥은 아케이드 공사를 위해 설치한 것들이다. | ⓒ이화섭 | 현재 2지구 상가 화재 터는 철거가 완료돼서 터는 다 잡혀있는 상태다. 하지만, 아직 재건축에 대한 명확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지난 11월 1일 중구청은 '서문시장2지구정비사업조합설립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 설립을 승인한 상태다. 그 전까지 각 층별로 재건축에 관련해 임원을 구성했고, 7월에 각 상인들로부터 추진위 구성에 대한 동의를 얻었다.
지금은 운영규정을 정하고, 각 상인들에게 동의를 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추진위원장 정청호씨는 "각 층간의 임원 및 상인들의 의견을 조정하고 재건축에 관한 절차를 밟느라 시간이 조금 걸리고 있지만, 2년 안에 2지구 상가를 완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 위원장은 "운영규정에 대한 동의를 다 받고 나면 조합인가를 받고 총회를 열어 사업자를 선정하는 등의 절차가 남았다"고 앞으로의 일정을 설명했다.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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