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싸움, 미국이 바라는 것은?

[김종배의 뉴스가이드] 노 대통령과 전직 장성들의 충돌

등록 2006.12.26 10:48수정 2006.12.26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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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동맹 파괴공작 규탄 국민대회가 8월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민국성우회, 월남전참전전우회,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자료사진)
한미동맹 파괴공작 규탄 국민대회가 8월 11일 오후 서울역 광장에서 대한민국성우회, 월남전참전전우회, 국민행동본부 등 보수단체회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자료사진)오마이뉴스 권우성

@BRI@시선을 돌려보자. 미국은 어떻게 보고 있을까?

걱정스러운가 보다. 미 의회조사국의 보고서가 나왔다. 내년 1월 3일 개원하는 미국의 새 의회가 다뤄야 할 주요과제를 제시한 보고서다.

우려 일색이다. "한국에서 미국에 대한 우호적인 분위기가 심각하게 감소했다"면서 "2000년 이래 한미 정부를 갈라놓고 양국의 여론과 언론의 견해도 분열시키는 문제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에 앞서 윌리엄 페리 전 국방장관이 "한국은 반미감정을 이용해 유권자의 표를 더 얻으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 바도 있다.

미국은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지만 "분열시키는 문제"는 이미 고개를 내밀었다.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다. "거들먹거리는" 전직 군 수뇌부를 향해 "미국 뒤에 숨어서 형님 백만 믿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발끈한 전직 군 수뇌부는 오늘 모여 성명을 발표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안보관을 문제 삼고 자신들을 향한 '막말'을 사과하라고 요구할 것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할 것이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 논란과 대립은 격화된다. 설전이 여론전으로 비화되고 그것이 대선전으로 연결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미국이 원치 않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것이다.


군 수뇌부, 기세 잡은 듯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
노무현 대통령.청와대
여기서 잠깐 곁길로 새자. 짚을 문제가 있다.


어차피 빚어진 논란이라면 누가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 기세는 일단 전직 군 수뇌부가 잡은 듯하다. 국가 원수가 공개된 장소에서 입에 담기에 부적절한 듯한 표현을 쏟아냈다. 내용 이전에 형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도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측면 지원이 나타나고 있다.

우상호 열린우리당 대변인은 어제(25일) 직격탄을 날렸다. "작통권 환수를 반대하는 전직 국방장관들과 예비역 장성 중 무기 비리로 구속된 사람, 독재정권 앞잡이 한 사람, 5·18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진압군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람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사람들이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했다.

양측이 서로를 향해 '기본'을 운위한다. 이런 상황이라면 '기본' 문제가 승세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승패는 역시 '근본' 문제에서 갈린다. 노무현 대통령이 제기했고, 전직 군 수뇌부가 이견을 제시하는 안보문제들이다. 그런데 이 또한 간단하지 않다. 국민들에게 찬반 입장을 요구할 만큼 전선이 간명하지가 않다.

노무현 대통령은 여러 안보 문제를 한 데 묶어 제기했다. 대표적인 게 군 복무기간 단축과 전시 작전통제권이다.

군 복무기간 단축 문제에 대해선 야당조차 뒤로 빼고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문제에 대해 전직 군 수뇌부와 거의 '동맹' 수준의 결합력을 보인 것과 극명하게 대비되는 모습이다.

야당이 중립지대에 머물면 전직 군 수뇌부는 고립된다.

궁지에 몰린 여당 '골치 아프네'

지난 8월 31일, 역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을 지낸 예비역 대장들이 31일 오전 서울 신천동 향군회관에서 작통권 환수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기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지난 8월 31일, 역대 국방장관과 합참의장, 육·해·공군 참모총장 등을 지낸 예비역 대장들이 31일 오전 서울 신천동 향군회관에서 작통권 환수 논의 중단을 촉구하는 성명을 채택하기 앞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오마이뉴스 남소연

그 뿐만이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군 복무기간 단축 방침이 세를 얻으면 얻을수록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도 틀어진다.

전직 군 수뇌부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반대하는 주된 논거는 방위력 약화다. 그런데 감군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군 복무기간 단축에 대해 야당이 묵시적 동조, 또는 중립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러면 방위력 약화 주장의 설득력은 반감된다.

물론 별개 차원에서 접근할 수 있다. 전시 작전통제권 논란의 핵심은 한미연합방위체제 존속 여부이고, 한미연합방위체제의 노른자는 주한미군의 첨단 장비·기술의 공유 문제다. 주한미군 사병, 더 나아가 한미연합 사병의 규모가 논란의 본질이 아니다.

하지만 이 말을 꺼내는 순간 군 복무기간 단축의 당위성을 인정해주는 꼴이 된다. 방위력의 요체는 '첨단'이지 '사병 수'가 아니란 얘기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결과는 사병 감축으로 군 장비와 기술을 첨단화하겠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구상에 힘을 실어준다. 나아가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이후의 로드맵을 마련해주기도 한다.

군 장비와 기술을 아무리 첨단화해도 그걸 운용할 병력이 없으면 무용지물 아니냐는 이견을 추가로 제시할 수 있지만 이마저 방어벽이 쳐졌다 정부는 일찌감치 '유급 지원병제'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미국이 주시하고 있다

이제 다시 미국의 시선으로 돌아가자. "분열시키는 문제"는 이미 제기됐다. 아마도 오늘, 분열의 틈새는 더 벌어질 것이다. 미국은 이런 흐름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다른 건 몰라도 이건 분명하다. 부시 미 대통령은 전시 작전통제권은 정치문제가 아니라고 했다. 그런데 한국에선 대선 쟁점이 될 기미를 보인다. 노무현 대통령은 '형님 백'과 '자주'를 대립시키고, 전직 군 수뇌부는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재차 역설한다.

누가 세를 더 얻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다. 논란의 양당사자가 주장하는 '자주'와 '용미'에 진정성이 있는지도 별개의 문제다. 미국에 대한 태도와 입장이 화두가 되는 것 자체가 문제다. 미국으로선 바라는 바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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