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공화당 웹사이트. 사진은 부시 대통령이 최근 뉴욕의 포트 드럼 기지에서 연설하고 있는 장면이다.
중간선거에서 참패한 공화당은 '이대로 가다가는 백악관 주인자리까지 내줄 것'이라며 노심초사하고 있다. 이는 비단 존 메케인 상원의원과 루돌프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 유력 대선 후보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대선과 동시에 상하원 선거도 함께 치러지기 때문에, 공화당의 의회 선거 출마자들도 이라크 수렁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의원들은 벌써부터 부시 행정부와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의 대선 후보 선두는 줄리아니와 메케인이다. 두 후보는 12월 중순 워싱턴포스트와 ABC 방송 여론조사에서 각각 34%, 26%의 지지율을 기록해 다른 잠재적 후보들을 압도했다.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었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공화당 대선 후보는 메케인과 줄리아니 양강 구도로 압축되고 있다. 이들은 나름대로 '이라크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메케인은 줄곧 더 많은 미군을 이라크에 보내 임무를 완수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베트남 참전용사답게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이라크 주둔 미군에게 더 나쁜 게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들이 패퇴하는 것"이라며 미국인들의 자존심에 호소하고 있다. 이런 그가 2008년 3월까지 대부분의 전투병력의 철수를 권고한 베이커-해밀턴 보고서를 비난하고 나선 것은 이미 예견된 일이다.
그러나 메케인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 이라크에 추가적으로 보낼 병력이 거의 없다. 이미 잦은 순환배치로 미군의 불만이 커진 상황인 데다가, 미국 젊은이들의 군 입대율도 크게 떨어졌다.
또한 아프가니스탄 등 다른 지역에 있는 미군을 투입할 경우,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임무 완수는 더욱 어려워지고 해외주둔 미군을 세계 패권전략의 핵심으로 삼아왔던 미국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해 이라크연구그룹의 멤버이기도 했던 줄리아니는 베이커-해밀턴 보고서 가운데 취사 선택을 하고 있다. 이라크군을 훈련시키는 병력을 현재의 2-3천명에서 2-3만명으로 늘리는 것에는 찬성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2008년까지 전투병력을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위험천만한 실책"이 될 것이라며, "이라크 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병력을 계속 주둔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라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란, 시리아와 직접대화를 하는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이다.
여론과 당심(黨心) 사이에서
공화당 대선 후보들의 고민은 당원 여론과 전체 여론 사이에 큰 간격이 나타내고 있다는 점에 있다. 최근 뉴스위크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가운데 67%가 2년 이내에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말한 반면, 23%만이 "미국의 목표가 달성될 때까지 주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병력을 증강해서든(메케인), 현 상태를 유지해서든(줄리아니) 미국의 목적으로 달성할 때까지 철수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들 후보들이 베이커-해밀턴 보고서에 부정적인 반면에, 여론의 70% 가량은 이 보고서를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워싱턴포스트 여론조사 결과 나타나기도 했다.
문제는 이러한 여론은 공화당 당심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점에 있다. 미군 주둔을 지지한 23%의 대다수는 공화당원들이다. 또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옳았다는 전체 의견이 39%에 불과한 반면에, 공화당원 가운데 69%는 이라크 침공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여론과 당심의 차이는 선거 결과에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공화당 경선(프라이머리)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이라크 정책에 강경한 입장을 밝히는 것이 유리하지만, 이렇게 되면 철군을 원하는 대수 여론과 충돌을 빚어 본선에서의 승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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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네트워크 대표와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저의 관심 분야는 북한, 평화, 통일, 군축, 북한인권, 비핵화와 평화체제, 국제문제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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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화당 대선 후보, '당심'과 여론 사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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