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좋은 남편, 좋은 아내였나요?

새해에는 '베짱이 남편'에서 '개미 남편'이 되겠습니다

등록 2006.12.27 11:39수정 2006.12.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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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랑 노는 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녀석들. 제가 아플 때 제 옆에 와서 작은 목소리로 "아빠 못 놀아? 아빠 많이 아퍼?"할 때 왜 그리도 마음이 짠 한지-_- 미세한 통증이 계속 있기는 하지만, 무리만 하지 않으면 견딜 만 하기에 매일 매일 녀석들과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아빠랑 노는 것을 이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녀석들. 제가 아플 때 제 옆에 와서 작은 목소리로 "아빠 못 놀아? 아빠 많이 아퍼?"할 때 왜 그리도 마음이 짠 한지-_- 미세한 통증이 계속 있기는 하지만, 무리만 하지 않으면 견딜 만 하기에 매일 매일 녀석들과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장희용
사무실에서 2007년 책상 달력을 나눠 줬습니다. 2006년 달력과 2007년 달력을 번갈아 보며 새삼 지나쳐 온 시간 속에서 나를 뒤돌아봅니다. 좋은 기억도 있지만, 올해는 좀 안 좋은 한 해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좋은 기억은 연로하신 부모님이 늘 아프시면서도 큰 병환 없이 한 해를 보내신 것과 역시 아이들이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커 준 것입니다. 또 요즘 세상 빚 안지고 살면 그게 잘 사는 거라는데, 빚 안지고 얼마 전에 5년 동안 매달 조금씩 부은 적금을 탄 것, 그리고 부모님께 김치냉장고를 사 드린 것이 좋은 기억으로 떠오릅니다.

안 좋은 기억으로는 제가 아파서 아내가 고생을 많이 한 기억입니다. 목 디스크를 앓고 있는데, 올해 1월과 3월, 5월경에 밤잠도 못 잘 정도로 지독한 통증에 시달렸습니다. 아내가 맘고생, 몸 고생 많이 했습니다. 제가 통증 때문에 아이를 안는 것조차 못 할 정도였으니, 집 안 일이며 두 아이 돌보는 것이며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아내 혼자서 해야 했습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그런 아내를 옆에서 보면서 미안하단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극심한 통증 사라진 후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다

@BRI@그 때 제가 아내에게 약속 한 가지를 했지요. 아픈 거 좀 나으면 그동안 못 도와준 거 다 도와주겠다고. 서울 큰 병원에 가서 약을 지어 먹고, 계속 운동과 물리치료를 병행하면서 다행히 극심한 통증은 사라졌습니다. 통증이 조금 나아지고 난 후, 아내는 또 아플까봐 하지 말라 했지만 전 아내와의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뭘 어떻게 어디서부터 도와줘야 할지 몰라서 그냥 그 때 그 때 생각나는 대로 아내를 도와줬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내가 아침밥을 준비하는 동안 이부자리 개고 저녁에는 이부자리 펴고, 베개 같은 것도 정리하고, 밥 먹으면 빈 그릇 싱크대에 갖다 놓고, 퇴근하거나 외출하고 돌아왔을 때 옷이나 양말 아무데나 놓지 않고 제자리에 걸어 놓고, 목욕하고 나면 속옷이나 수건 베란다 빨래함에 갖다 넣었습니다.


물건 쓰고 난 후 제자리에 갖다 놓고, 아이들이 놀다 어질러 놓은 장난감 등을 애들과 함께 아내보다 먼저 정리하고, 아내가 피곤하다 싶으면 가끔씩 저녁 설거지를 내가 하고, 화장실에 화장지 떨어지면 화장지 갈아 끼우고... 아내가 청소할 때 최소한 청소기라도 돌려주고.

특히 주말이면 아침밥과 점심, 그리고 설거지는 가급적이면 제가 했습니다. 최소한 주말에라도 아내가 늦잠을 잘 수 있게 일찍 일어난 아이들을 데리고 작은 방에 가서 놀아주고 밥도 챙겨 먹였습니다.


뭐, 솔직히 그동안 당연히 했어야 할 일인데 못했던 것을 한 것에 불과하고 아주 사소한 일들이라 도와줬다고 말하기에도 민망합니다.

남편의 작은 배려에도 사랑을 느끼는 아내였습니다

지나쳐 온 베짱이 남편 시절을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아내를 위해 개미 남편이 되겠습니다.
지나쳐 온 베짱이 남편 시절을 반성하고, 이제부터라도 아내를 위해 개미 남편이 되겠습니다.장희용
언젠가 아내가 그러더군요. 고맙다고... 자기 생각에는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할 일이 절반으로 줄어든 것 같다고. 아내는 여자는 큰 것 바라지 않는다고, 큰 것에 감동하지 않는다면서 남편의 이런 작은 배려에 여자는 감동한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베짱이 남편이었던 제가 더 미안해하고 고마워해야 하는데, 아내가 오히려 저에게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부자리 개고, 빈 그릇 싱크대에 갖다 놓고, 반찬 그릇 냉장고에 갖다 넣는 이 작은 행위가 아내에게 큰 도움이 되고 행복이 되고, 사랑이 되는 줄 미처 몰랐습니다. 내가 아내 일을 거들어 준 것이 6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새삼 왜 그동안 못 했을까 반성합니다.

아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면서 다가오는 2007년, 2008년, 그리고 아내와 함께 하는 그 모든 시간 앞에 오늘처럼 비록 작은 거지만 내 친구이자 연인인 아내를 생각하는 마음 잃지 않고 살겠습니다. 지금보다 더 좋은 남편이 되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어땠나요? 저와는 달리 올 한해 좋은 남편, 좋은 아내였겠지요? 사랑하며 살기에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서로 서로 위해주고 아껴주고, 이해하고 안아주고, 양보하고 사랑하며 사는 것이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 아닌가 합니다.

다가오는 2007년도에는 좋은 남편, 좋은 아내가 되기 위해 아주 작은 것부터 실천해 보면 어떨까요?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미디어 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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