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2월22일상②] 이정근 이화영 이태경 김보성 김용국

등록 2006.12.27 19:23수정 2006.12.28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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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종 이방원, 연재 끝나기도 전에 '입도선매'
[2007 2월22일상⑤] 소설보다 재미있는 역사 기사, 이정근 기자


옛날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역사, 이정근 기자.
옛날 이야기보다 재미있는 역사, 이정근 기자.이정근
"가슴이 설레는 것은 신부지만 신랑이 오히려 떨고 있다. 꼬마 신랑이기 때문이다. 떨리는 가슴을 달래며 신부를 살짝 보았다. 장난기다. 색시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예쁘다. 그리고 밤은 깊어갔다."

이정근 시민기자의 <권문세족끼리 신분 상승을 노린 정략결혼>이라는 기사에서 조선 태종 이방원의 첫날밤을 묘사한 대목이다. 지난 11월 말부터 시작된 '태종 이방원'에 대한 연재기사는 벌써 17회를 넘어섰다. 학교에서 역사를 이렇게 재미나게 가르쳤다면 너나 할 것 없이 역사학자가 됐을 것이다. 이처럼 이정근 기자의 기사 속에서는 역사든 인물이든 다 살아 움직이고 또 재미가 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소시민입니다. 수락산 아래 농장을 마련하여 야생화 키우며 책보고 글 쓰는 것이 전부입니다."

이방원에 이를 정도는 아니어도 청산유수 같은 자기소개를 기대했는데, 이건 너무 심심하다. 작가이기 때문일까? 자기보다는 다른 사람을 소개하고 알리는 게 더 적성에 맞는 듯했다. 이방원 전에는 <개혁 사상가 조광조>를 연재했고 이미 60회를 넘어선 <문화가 있는 역사기행> 역시 그의 작품이다.

쉰다섯에 그는 처음 컴퓨터를 배우고 네티즌이 됐다. 그리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가 됐다. "아날로그 생각과 행동을 디지털화(化)하고 싶어서"였다. 옛 것을 버리고 새 것만을 취하는 게 아니라 옛 것을 오늘에 되살리고 싶어서 네티즌이 됐다. 그가 역사 속 인물이나 우리 문화를 주된 소재로 삼는 것 역시 "과거는 오늘의 거울이고 내일의 지혜"라는 믿음 때문이다.

앞서 발표된 연재 기사는 이미 출판 계약이 끝났고 태종 이방원 편 역시 연재가 끝나기도 전에 입도선매가 이뤄졌다. 다음에 소개할 인물은 수양대군이라고 하니 관심 있는 출판사들은 미리 줄을 서는 게 좋을 듯.


- 반란군 수괴가 된 정벌군 대장 이성계
- 조선시대 김정희는 '원조 한류스타'였다

말 못해 답답한 공무원은 나에게 오라
[2007 2월22일상⑥] 공직사회 비리와 싸우는 이화영 기자



아내와 세 아이들과 함께 한 이화영 기자.
아내와 세 아이들과 함께 한 이화영 기자.이화영
공무원은 노동자인가 아닌가? 대한민국에서 이 질문에 "예"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된 건 사실 얼마 되지 않는다.

이화영 시민기자는 지난 10년 6개월 동안 공무원 생활을 하다 공무원 총파업과 관련해 해직됐다. 지금은 해직 공무원 신분으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충북본부 음성군지부에서 교육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냥 가만히 '시키는 일'만 했으면 '철밥통' 지켜가며 편히 살 수 있었을 텐데 그는 그러지 못했다. 자신의 세 아이 앞에서 당당하고 싶었다.

이화영 기자가 홍보부서에서 일하면서 만났던 대부분 기자들은 광고와 촌지, 신문 부수 늘리기에만 집중했다. 때문에 시민기자 이화영은 다른 기자들이 접근하지 않는 부분을 건드리기로 마음먹었다.

"어느 조직이든 어떤 직업이든 현재 그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는 어떤 전문가보다 더 많은 장단점과 문제점을 꿰뚫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직사회의 개혁과 부정부패 추방은 공직사회를 잘 알고 있는 공무원들이 대상이 아닌 주체가 될 때 가능합니다."

<'공무원 선물주기 대작전'... 방법도 가지가지> 같은 기사 역시 이같은 그의 고민의 결과다. 그 기사에 대해서는 공무원 내부에서 반응이 엇갈렸다. 후배나 동료 공무원들은 "없어져야 한다, 좋은 기사다"가 주류를 이뤘지만 공무원 생활을 오래한 선배는 "과일 한 상자에 너무 민감한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공무원이라는 신분 때문에 직접 말하기 어려운 동료들은 이화영 기자에게 제보를 하기도 한다. 그 역시 공무원 관련 기사를 쓸 때면 동료들 시선이 신경 쓰이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공직사회의 개혁과 부패추방이라는 명제를 양보할 수는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화영 기자의 아이디는 'photo70'. 학보사 기자 때부터 늘 카메라를 가까이하다 보니 사진 기사도 제법 된다. 동료 공무원들의 사진뿐만 아니라 세 아이와 아내의 모습을 담은 사진으로 꾸민 기사도 제법 눈에 띈다.

- 문 부수고... 끌어내고... 저항했지만...
- '공무원 선물주기 대작전'... 방법도 가지가지

부동산 앞에서 서면 우리는 왜 작아지는가
[2007 2월22일상⑦] 부동산 때문에 잠 못 이룬 이태경 기자


부동산 문제와의 한판 싸움, 이태경 기자.
부동산 문제와의 한판 싸움, 이태경 기자.이태경
부동산 때문에 전국이 난리다. 집 없는 서민들은 오르는 집값 때문에, 집 가진 이들은 종합부동산세와 금리 변동 때문에, 여야는 '반값 아파트'와 신도시 개발 때문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또 부동산 때문에 밤잠 이루지 못하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도 있다.

바로 토지정의시민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태경 시민기자가 그 주인공. 토지정의시민연대는 시장친화적 토지 공개념 실현을 목표로 2005년 2월 창립한 시민단체 연대기구다.

예전부터 부동산 문제를 다루긴 했지만 2006년 올해 이태경 기자는 특히 바빴다. 유례없는 집값 상승 때문. 그는 오늘의 부동산 대란을 낳은 장본인으로 정책 수립 및 집행 하나 제대로 못하는 정부와 여야 정당, 건설업계의 대변지 수구언론, 그리고 거기에 기생하는 관료를 꼽았다. 하지만 온전히 그들만의 잘못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적어도 부동산 문제에 관해서 대한민국 국민 가운데 남에게 돌 던질 자격이 있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국민 대부분이 부동산 투기를 비판하면서도 기회만 되면 자신들도 부동산 투기를 하려고 하는 게 엄연한 사실입니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아프다. 날카로운 지적이다.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아프다. 그가 내놓은 부동산 해법은 간단명료했다.

"부동산 문제의 해결은 국민 모두가 집을 한 채 이상 소유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나같은 서민에겐 전혀 어렵지 않은, 지극히 상식적인 해법이다. 하지만 '부동산 불패' 대한민국에서는 왜 그리 어려운 걸까. 이태경 기자의 모토는 '인간적인 것 가운데 나와 무관한 것은 없다'다. 시민기자가 된 후 한국 사회나 다른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좀 더 주의 깊게 관찰하게 됐다는 그. <오마이뉴스>에 이태경 기자의 모토가 진지하게 구현되기를 기대한다.

- 한나라당, 집 부자 1%를 옹호하나?
- 강남구민들! 그렇게 살면 행복하세요?

'부산'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
[2007 2월22일상⑧] 생생한 지역 이슈 다룬 김보성 기자


부산 곳곳을 누빈 김보성 기자.
부산 곳곳을 누빈 김보성 기자.김보성
부산의 사건의 현장에는 항상 김보성(29) 시민기자가 있었다. <뉴라이트 대학선거 개입> <부산경찰청, 중학생에게 '프락치' 강요 파문> 등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던 특종 기사도 김 기자의 손과 발에서 나왔다.

자신을 '사진장이(?)'라고 표현하는 김보성 기자는 올 한해 부산의 이슈 현장을 찾아다니며 총 76건의 기사를 출고했다. 지난 9월에는 이달의 뉴스게릴라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보성 기자는 올 초 부산 모 지역의 대형 할인마트에 맞섰던 재래시장 상인들에 대한 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용역까지 동원돼 폭력사태까지 벌어졌다. 자본을 등에 업은 대형마트의 진출에 사회적 약자였던 이들이 '재래시장을 살려 달라'며 온힘을 다해 싸우던 모습을 보며 언론의 시선이 어디를 향해야 할지 고민하게 됐다."

김보성 기자는 오랫동안 꿈꿔온 화려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지난 10월에 열린 11회 부산국제영화제 현장 취재를 나간 것. 오랜 기다림 때문일까? 웃지 못할 실수도 있었다.

"어린 시절에 영화 관련 일을 해 보는 게 꿈이었는데 결국 소원 성취한 셈이다. 폐막식 당일에는 열심히 포토라인을 비집고 들어가 좋을 자리를 잡았는데 결국 촬영할 때 보니 메모리와 배터리가 없어 난감한 상황이 되기도 했다."

김보성 기자는 "그동안 나름대로 발로 뛰며 기성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이슈를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많다. 앞으로 더 열심히 생생하게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라는 채찍질로 받겠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 "뉴라이트, 대학 총학선거 개입했다"
- "<천년학>, 내년 칸을 뒤집어놓을 것"

낮에 취재 다니는 사람이 제일 부럽죠
[2007 2월22일상⑨] 색다른 법조 기사 선보인 김용국 기자


재미있는 법조 기사, 김용국 기자.
재미있는 법조 기사, 김용국 기자.윤형권
'법'이라고 하면 순간 '딱딱함'과 '무서움'이 느껴진다. 하지만 김용국(35) 시민기자에게는 딱히 그렇지만은 않다. 김용국 기자에게 법은 자신의 일이자 재미거리이며 기사거리다.

법원 공무원인 그는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는 법정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풀어냈다. 올 한 해 법조․사회 분야에서만 총 34건의 기사를 출고했다.

특히 '판사, 법원을 말한다'는 연재기사에서는 평소 접하기 어려운 판사들의 이야기를 다뤄 독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양심적 병역거부에 무죄를 선고한 판사를 비롯해 가정폭력사건 전문 판사, 국선변호사 등을 인터뷰했다. 김용국 기자가 연재기사를 시작한 이유는 소박했다. "사람들에게 법원과 판사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는 것. 다행히 반응도 좋고 보람도 있었다면서 이 연재기사를 올 한 해 가장 기억에 남는 기사로 꼽았다.

하지만 법원 공무원 생활은 그리 녹록치 않다.

"머릿속에는 항상 아이템이 살아 숨쉬고 있지만 기사를 쓸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근무가 끝나는 6시 이후에 기사를 작성해야 하고, 가정이 있는 사람이라 가정도 챙겨야 한다. '정말로' 기사 쓸 시간이 부족하다. 낮에 취재 다니는 사람들이 제일 부럽다."

과장된 너스레라고 넘기기에는 기사를 쓰고 싶다는 김용국 기자의 애정이 너무 크다. 그러면서도 "1년 반 동안 기사를 써서 2월 22일 상까지 타게 된 자기는 행복한 사람"이라며 기쁜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벌써부터 내년에 쓸 기사목록을 줄줄 읊어댄다.

"내년에는 좀 더 쉽고 재밌는 내용으로 법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 생각이다. 고소고발, 남녀 문제 등 흥미 있으면서 실생활에 꼭 필요한 법에 대한 기사로 독자들이 법을 더 친근히 느끼게 하겠다"며 내년 계획을 밝혔다. 법원 출입 직업기자들보다 정확하고 깊이 있는 법조 기사를 쓰는 것, 그것이 김용국 기자의 꿈이다.

- 젊은 판사, 잠자는 헌법을 깨우다
- 판사들은 법원에서 무슨 신문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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