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깃발 아래, 정동영·김근태의 독립선언

"노 대통령 영향권에서 벗어나 자율적으로 추진"...결별? 타협? 분기점

등록 2006.12.28 11:40수정 2006.12.2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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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28일 긴급조찬회동을 갖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은 28일 긴급조찬회동을 갖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창당을 추진하고, 전당대회에서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이 대통합을 결의한다는 데 합의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숨죽이고 있던 정동영 전 의장이 다시 '신당의 깃발'을 들었다. 김근태 의장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형태다. 28일 오전 두 사람은 여의도 모처에서 만나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을 추진한다는 데 최종 합의했다. 합의한 사항은 다음의 네 가지다.

1. 우리는 겪고 있는 진통은 지난 과정에 대한 진지한 반성과 성찰을 거치고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발전시켜 새로운 시대의 질서를 국민과 함께 만들어 가고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으로 수렴되어야 한다.

2. 우리가 만들어 가는 원칙있는 국민의 신당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나 자율적 독립적으로 국민의 품 속에서 만들어 져야 한다.

3. 당헌·당규에 정해진 절차에 따라 전당대회를 개최하고 여기에서 당원의 총의를 모아 평화개혁세력과 미래세력의 대통합을 결의함과 동시에 나라의 미래를 걱정하는 각계각층의 양심있는 인사들과 함께 준비 작업에 나선다.

4. 우리는 남아있는 참여정부의 1년 2개월의 임기를 소중히 생각해 참여정부의 성공을 위해 성실히 뒷받침한다.


"어느 누구의 영향에서도 벗어나겠다"... 청와대와 선긋는 여당

@BRI@열린우리당 정체성을 살리되, '평화개혁세력'으로 상징되는 호남 등 전통적 지지층을 복원하고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등 전문가 집단과 시민사회의 양심세력을 '미래 세력'으로 포괄해 대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여기까진 크게 새로울 게 없다. 전날 의원들이 워크숍을 통해 합의한 '대통합'과 내용상 다르지 않다.


관심을 끄는 것은 '자율성과 독립성' 대목이다. 이날 합의에서 두 사람은 "어느 누구의 영향권에서도 벗어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는 노 대통령이 통합신당을 '지역 신당'으로 규정하고, 통합 대상으로 거론되던 고건 전 총리에 일격을 가하는 등 전방위적 정치 언사를 쏟아내며 정계개편의 상수로 부상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정동영·김근태 당내 차기 주자들에 대해서도 "포용인사 차원에서 내각에 기용했지만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며 뼈 있는 한 마디를 던져 긴장감이 흐르기도 했다.

이에 대한 정 전 의장의 즉각적인 반응은 "노 코멘트"였다. 김근태 의장은 이미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노 대통령의 '지역신당' 발언에 대해 "제2의 대연정 발언"이라며 모욕감을 드러냈다. 여기에 침묵으로 지켜온 정 전 의장이 이번에 김 의장과 공동보조를 맞추는 형태로 노 대통령과의 선을 그은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따라서 이들의 공동보조는 "생존전략"의 성격이 강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다른 관심 사항은 비노·반노 전선에서 중도파를 자처해온 중진그룹이다. 문희상 의원은 '노 대통령 배제 없는 통합신당'을 주장하며 선도탈당파와 당사수파 사이에서 절충역을 맡아왔다. 정 전 의장 측은 김근태 의장 외에도 천정배·김한길·문희상·유인태·김원기·천정배·조세형 등을 두루 만나며 이날의 합의에 이르게 되었다고 밝혔다.

한 중진의원의 측근은 이날 합의문에 대해 "노 대통령과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런 과정을 거치게 될 텐데 굳이 공개적으로 각을 세울 필요가 있었냐"며 "(대권 주자로서) 조급함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결별? 통합? 기로에 선 열린우리당

아직 타협점은 남았다. 두 사람은 독립적인 신당 추진에 합의하면서 노 대통령을 향해 "남은 임기 동안 성실히 뒷받침 하겠다"고 약속했다. 물론 노 대통령이 정치에 손을 떼고 국정에 전념한다는 전제하에서다. 열린우리당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정계개편에 반대하지 않겠다는 노 대통령에 대해 '원칙있는 신당 추진'으로 조응하는 모양새를 취했다.

결별이 될지, 통합이 될지 100년 정당을 꿈꾸던 열린우리당의 3년 역사는 기로에 섰다.

a 긴급조찬회동을 가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합의내용을 발표한뒤 함께 식당을 나서고 있다.

긴급조찬회동을 가진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과 정동영 전 의장이 합의내용을 발표한뒤 함께 식당을 나서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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