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빨간 통에는 뭐가 들었지?

[아가와 책 59] <기차 ㄱㄴㄷ>으로 유명한 박은영의 그림책 <뭐가 들었지?>

등록 2006.12.28 12:35수정 2006.12.29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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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책 <뭐가 들었지?>

책 <뭐가 들었지?> ⓒ 비룡소

“띵동”
“누구세요?”
“네, 택배요.”

인터넷 서점에서 주문한 그림책이 왔다. 아이가 어려서 큰 서점 나들이가 쉽지 않은 엄마 입장에서는 인터넷 서점처럼 고마운 것도 없다. 베스트 셀러 그림책을 검색할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하면 미리 보기 기능으로 내용도 볼 수 있다. 책을 직접 보고 사기 위해 굳이 밖에 나가지 않아도 된다.


요새는 많은 엄마들이 나와 마찬가지로 어린이 전문 서적 사이트나 대형 인터넷 서점을 이용해서 아이 책을 구입하는 편이다. 인터넷 서점의 최대 장점이라고 하면 책을 쉽게 골라서 주문하여 받아 볼 수 있다는 점. 가격도 직접 나가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

@BRI@인터넷 서점이 이런 편리함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아이가 좋아하지 않는 책을 주문할 가능성도 많다. 직접 보지 않고 주문을 하니 아이에게 외면 당하기도 쉬운 것이다. 몇 권의 책을 주문해 받아 보고는 아이가 보지 않을 경우 그 실망감은 어마어마하다. 게다가 필요 없는 책을 산 경제적 손실까지 친다면 발 품을 팔며 직접 골라 사 주는 것이 최선이다.

아이가 커가면서 책값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은데 이럴 때 주문한 책을 아이가 좋아하면 엄마는 기쁘다. 오늘 도착한 몇 권의 책 중 만 14개월의 우리 아이가 열광하며 좋아한 책이 몇 권 있다. 이 책들은 모두 그다지 유명하지 않지만 기존에 인기 있는 베스트셀러 그림책을 쓴 작가들 작품이다.

빨간색 표지가 인상적인 비룡소의 아기 그림책 <뭐가 들었지?>는 <기차 ㄱㄴㄷ>으로 유명한 박은영 님이 쓰고 그린 것이다. 이 분은 해외 유명 그림책 페스티벌에서 여러 번 상을 탈 정도의 실력파 그림책 작가다. 특히 <기차 ㄱㄴㄷ>은 어린 아이를 둔 엄마라면 누구나 한 번쯤 관심을 가질 정도로 아주 유명하다.

이렇게 유명한 책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아이는 <기차 ㄱㄴㄷ>에 별 관심이 없었다. 약간 흐릿하고 추상적인 그림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일까? 워낙 좋다는 입 소문에 인터넷으로 구입해 보고는 실망하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은 다른 친구에게 넘기고 동일 작가의 다른 책을 새로 구입한 것이 바로 <뭐가 들었지?>다.


<뭐가 들었지?>의 책 표지를 펼치면 커다랗고 빨간 통이 나온다. 화자는 이 통에 뭐가 들었을까 궁금하기만 하다. 뚜껑이 조금 열렸을 때 얼른 엿보자 얼룩얼룩 줄무늬가 보인다. 화자는 줄무늬만 보고 ‘얼룩말이 아닐까?’ 상상을 한다. 다음 장에는 진짜 통 속에 웅크리고 있는 얼룩말의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 다음에는 통 밖으로 삐쭉 내민 날카로운 발톱이 보인다. 날카로운 발톱을 본 서술자는 ‘사자일까?’ 추측하고 책장을 넘긴다. 그러면 진짜로 사자가 날카로운 발톱을 내민 채 통 속에 앉아 있는 그림이 있다. 통 밖으로 나온 커다란 눈 때문에 ‘부엉부엉, 부엉이일까?’ 상상해 보지만 맨 마지막에 통에서 뛰어 나오는 것은 바로 커다란 고양이다.


빨간 색 통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상상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바로 우리 아이 마음 속의 목소리와 같을 것이다. 이맘때 아이들은 뚜껑이 덮인 통을 보면 그 속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한다. 손가락에 힘을 주어 열어 보기도 하고 그 안에 담긴 것을 온통 꺼내 보아야 직성이 풀린다. 이 책은 이런 아이들의 마음을 잘 반영하고 있다.

실제 생활에서 통 속에 담긴 물건이 무엇인지 궁금한 아이들처럼 책의 화자는 빨간 통 안에 도대체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하다. 아이는 책장을 한 장씩 넘기면서 서술자가 말하는 상상의 세계로 빠져 들어 간다. 이 통 안에는 사자가 있을까, 얼룩말이 있지 않을까, 아니면 부엉이가 있는 걸까, 이런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이 책의 그림은 어른의 기준으로 보기에는 참 이상하다. 부엉이도 전혀 부엉이 같지 않고 고양이도 반추상의 형태를 띠고 있어서 엉성하기 짝이 없다. 세밀화라고 하여 실제 동물들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에 익숙한 아이라면 이런 추상적 그림을 보여주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의외로 아이들은 어른 눈으로 보기에 엉뚱한 그림도 잘 받아들인다.

이 책을 쓴 박은영 작가의 그림책들은 현재 외국어로 번역되어 다른 나라에서도 출판되었다고 한다. 이웃 나라 일본에 비해 아직도 좋은 그림책을 만드는 작가들이 부족한 현실에서 이런 소식은 기쁘다. 아이들의 마음을 읽고 그 마음을 표현하는 이런 그림책이 많이 나온다면 우리 나라도 금방 일본을 따라잡지 않을까?

뭐가 들었지?

박은영 글, 그림,
비룡소,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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