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조 이성계가 잠든 건원릉. 책 <여기자가 파헤친 조선왕릉의 비밀>에 실린 것을 허락받고 싣습니다.한성희
@BRI@우리나라가 지난 1월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으로 등재한 '조선 왕릉'에 대한 첫 국제 심포지엄이 27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40분까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
이날 심포지엄에는 유네스코 자문기관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하 이코모스) 디누 붐바루 사무총장을 비롯해 이코모스 한국위원회 김리나 위원장, 김동욱(경기대)·이창환(상지영서대)·이범직(건국대)·이상해(성균관대) 교수 등이 발제와 토론에 나섰다.
또한 일본의 카츠에 사코(칸사이대)와 야스요시 오카다(이코모스 집행위원), 베트남의 풍푸(휴기념물보존센터소장) 등 아시아 지역 왕릉 관련 전문가들의 발제도 이어졌으며, 공식 발제가 끝난 후에는 발제자들과 디누 붐바루 사무총장 등이 열띤 토론을 벌였다.
"도심 속에 존재하는 왕릉, 현대의 삶과 공존하는 문화유산"
유홍준 문화재청장은 환영사에서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 작업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전망하며 "조선 왕릉은 600년을 이어 온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으로 세계 속에 그 가치가 빛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연구와 자료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첫 발제 강연으로 '조선 왕릉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논한 김동욱 교수는 "서울 강남에 위치한 선릉·정릉 등 도심 속에 존재하는 왕릉은 사람들과 함께 숨을 쉬는 터로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며 "도심 환경이 왕릉의 고유한 영역을 파괴했다는 부정적인 시각보다는 현대의 삶과 문화유산이 어떻게 공존할 수 있는가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조경사 중심으로 발제를 한 이창환 교수는 "'왕릉은 죽음의 조경학'이라는 유홍준 청장의 말에 동의한다"면서 "홍살문과 정자각, 능침은 조경 공간에 따라 각각 속(현세)·속과 성·성(내세)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이는 오랫동안 이어 온 우리의 우주세계관으로 삶과 죽음의 공존을 말한다"고 왕릉 조성원칙의 의미를 설명했다.
조선과 중국의 능침제도 비교에 나선 이상해 교수는 "조선 왕릉은 작고 중국 황제릉은 크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전제한 뒤, "하지만 능침의 풍경을 보면 중국은 자연을 거느리는데 비해 조선은 자연과 조화를 꾀하고 있다"며 자연 친화적인 조선 왕릉을 높이 평가했다.
중국·일본·베트남은 능과 관련한 세계문화유산을 이미 등재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조선 왕릉과 관련한 첫 국제 심포지엄이 2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렸다.최육상
조선 왕릉은 2007년 말까지 관련 학술 연구와 자료 작성, 왕릉 환경 정비를 마치고 2008년 초 남한 내 40기 왕릉과 13기 원 중에서 문화유산으로서 가치가 높은 곳을 선정해 세계문화유산으로 공식 신청할 계획이다.
한편 중국과 일본, 베트남은 이미 능과 관련한 세계문화유산을 각각 등재한 바 있다. 중국은 명 대의 13기 황제릉 등을, 일본은 천황의 전방후원분(前方後圓墳·앞은 사각형 뒤는 원형 모양)을, 베트남은 구엔왕조의 왕릉 등이 있는 옛 수도 휴시(Hue City) 자체를 각각 등재했다.
'일본 왕릉의 현황과 이슈' 발제를 맡은 카츠에 사코 교수는 "봉분 형태로 구분할 때 중국은 사각형이고 한국이 원형이라면 일본은 열쇠구멍모양(전방후원분)이라는 차이점이 있다"며 "시대에 따라 백제와 중국의 영향을 받는 등 여러 형태가 존재하지만 일본의 16만개 고분 중 약 4천 개 정도가 전방후원분"이라고 말했다.
'구엔왕조의 왕릉'에 대한 설명을 한 풍푸 소장은 "7개 왕릉과 왕궁·절·탑 등이 있는 휴시는 동서양건축을 비롯해 풍수이론·지관이론·윤회사상 등이 어우러진 곳"이라며 "휴기념물보존센터에는 700명의 인원이 일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세계문화유산 보존과 관리에 대한 자부심을 드러냈다.
고대 서아시아의 왕릉조성에 대해 발제를 한 야스요시 오카다 집행위원은 "이라크 북부 산악지대에서 발굴된 유해는 중동과 서아시아의 왕릉 문화가 5·6만년 전에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게 한다"며 "메소포타미아·페르시아·아나톨리아 등에 존재하는 왕릉은 봉분 구조가 아니라 지하실 구조가 주를 이룬다"고 고고학적인 접근을 시도하기도 했다.
"세계문화유산, 독창성 뛰어넘는 보편적 가치 지녀야"
▲디누 붐바루 이코모스 사무총장.최육상
발제가 끝난 후 세계문화유산으로서 조선 왕릉의 가치에 대한 토론에 나선 디누 붐바루 사무총장은 다양한 세계문화유산 평가기준 중 보편적 가치를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세계문화유산은 모든 인류에게 독창성을 뛰어넘는 보편적인 가치를 지녀야 한다. 모든 예술품과 창작물의 독창성은 당연한 것 아닌가. 현재 등재 흐름은 각국의 문화유산을 비교하고 있다. 또 보존이 지속가능 하느냐와 정신적인 가치가 담겨 있느냐는 세계문화유산 등재 여부를 평가할 때 매우 중요한 기준이다."
조선 왕릉이 국제무대에 처음으로 선을 보인 이날 심포지엄은 문화재청과 세계문화유산 등재신청의 적합성을 조사하는 핵심 기관인 이코모스 한국위원회가 공동 주관했다. 쌀쌀한 날씨 속에서도 150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여해 조선 왕릉에 대한 높은 관심을 나타냈다.
한편 심포지엄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28일 한파가 몰아치는 와중에도 경기도 구리에 자리한 동구릉을 답사하고 오후 2시에 공식일정을 모두 마쳤다.
| | 세계문화유산이란? | | | | 문화재보존에 관한 국제운동이 본격화 된 계기
1958년 이집트 애스원 하이댐 건설로 인해 누비아 지방의 유적지들이 수몰될 위기에 처하자 유네스코는 1960년 유적 구제를 위한 세계적 캠페인을 시작했다. 구제의 최대목표물인 '아부심벨 신전'은 세계 여러 국가와 민간으로부터 갹출된 기금의 도움으로 원 위치보다 63m 높은 지점으로 해체·이전해 보존하는 성과를 올렸다.
유네스코는 1972년 '세계문화유산 및 자연유산의 보호에 관한 협약'을 제정해 문화유산 보호를 위한 대표적인 국제규약의 지위를 지니고 있다. 또한 유네스코는 세계유산 등재조건으로 각국의 국내법적 보호 장치와 아울러 장기적인 보존관리계획을 수립토록 요구해 세계문화유산 관리를 철저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 1988년 세계유산협약에 가입.
2005년 7월 기준,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총 812점이며 모두 137개국에서 보유하고 있다.
세계유산 유형 및 등재 기준
1. 세계유산목록에 반영되는 유산은 문화유산, 자연유산, 복합유산 등 3가지. 2. 사적, 기념물, 건축물군 등 부동산 문화재가 문화유산 대상(동산문화재는 안 된다).
세계유산위원회의 등재 심사 원칙
1. 매년 45점만 심사. 2. 신청건수도 국가별로 1점씩 제한하되, 자연유산을 신청할 시 2점까지 가능. 3. 유산영역의 확대·공동등재·재심의·긴급심의도 유형에 상관없이 신규신청과 동일하게 적용.
능 관련 한중일 세계문화유산 현황
한국 : 왕릉 40기(북한 2개 포함하면 42기), 원 13기. 북한 개성의 후릉과 제릉, 강원도 영월의 장릉, 경기도 여주의 영릉·녕릉을 제외하면 모두 도성 서울 반경 40km 이내에 존재. 세계문화유산 잠정목록 등재신청.
중국 : 명 13릉과 효릉을 2000년에, 청대의 동릉과 서릉을 2003년에, 초기 청대릉을 2004년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일본 : 역사시대 이래 천황가족의 능묘 외에도 역사 이전 시기의 고분이나 추존된 황제까지 포함해 능묘가 465개소, 891기에 이른다. 천황릉 112기, 황후 역대외천황릉 75기, 황조묘 551기, 분골묘, 화장총, 회총 등 42기, 기타 114기.
참고자료 : <'조선시대의 왕릉과 원' 세계유산 등재를 위한 학술대회 자료집>(문화재청, 2006. 3) / 최육상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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