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야 장.하승창
이같은 모임 또는 행사는 15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잦아들었지만, 아직까지 그 명맥을 잇는 사람이 있다. 소니야 장. 미 이민국에서 한인들을 위해 통역으로 일하고 있는 소니야 장이 미국에 온 지는 40여년이 흘렀다고 한다. 유학왔다가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미국에 남은 그는 14년째 홀로 이 일을 해 오고 있다.
그는 93년 초에 한흑연대기구(OAKS, Organization for African-American/Korian-American Solidarity)를 만들었다. 이사진은 한인 3명과 흑인 6명. 상근자는 없다. 그 혼자 실무를 담당해온 것이다. 이사장은 Wyatt Tee Walker 목사로 60년대 흑인민권운동 시절 마틴루터킹과 함께 하던 사람이다.
소니야 장이 한인과 흑인의 갈등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LA폭동 이전부터다. 1980년대 후반으로 기억하는데 한인과 흑인 사이의 갈등을 보여줬던 '빨간 사과*(red apple)'사건. 그 사건에서 한인이 교훈을 얻었다면 LA폭동에서 한인들이 그렇게 당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 소니야 장의 생각이다.
사건은 뉴욕 브루클린 지역의 한인 가게에서 벌어졌다. 당시 한인 가게 주인과 흑인 손님은 절도 여부를 놓고 실강이를 벌였다고 한다.
흑인 손님은 실랑이 과정에서 가게 주인이 자신을 밀쳐서 부상을 입었다면서 주인을 고소했다. 그는 주인에게 계속 배상을 요구했으나 거절당했다. 그러자 흑인들이 6개월여에 걸쳐 매일 가게 앞에서 배상과 치료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에 위기의식과 동료의식을 느낀 주변의 한인가게들도 "한 가게가 무너지면 다른 가게도 똑같이 당하게 된다"고 생각해 아무도 찾지 않는 한인 가게를 위한 모금운동을 벌였다. 결국 한 가게의 사건이 전체 흑인과 한인간의 갈등으로 발전한 것이다.
당시 평범한 가정주부로 지내던 소니야 장은 미국사회에서는 똑같이 마이너리티일 수 있는 한인과 흑인들이 화합해서 지낼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 직접 현장에 찾아가 시위대인 흑인들과 대화를 해보았다고 한다. 흑인들의 한결같은 답변은 '한인들이 우리와 화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어쨌든 그 한인가게는 문을 닫고 말았다. 소니야 장은 이 작지 않은 사건에서 한인이 교훈을 얻었다면 몇 년후 LA폭동에서의 한인 피해는 막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소니야 장도 꿈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