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극의 임금 호칭 어느 것이 맞는가?

<주몽> 고조선 임금 '황제', '태왕' 논란

등록 2006.12.31 15:19수정 2006.12.31 1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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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 열풍이 불면서 사극에 나오는 역사적 사실에 대한 시청자들의 관심과 지식 수준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방영된 <주몽>(연출 이주환 김근홍, 극본 최완규 정형수)에서 고조선의 임금 호칭을 '황제'로 칭한 내용이 방송된 이후 많은 네티즌이 그에 대해 논란을 벌이자 그 다음 방송분에선 슬그머니 '태왕'으로 수정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사극에서 임금에 대한 호칭은 명확히 결정되어 있는 것이 없다. <주몽>에서도 고조선의 임금은 태왕으로 수정했으면서도 부여의 임금은 여전히 황제로 칭하고 있다.

@BRI@흔히 조선시대 때 많이 사용되었던 '왕'이라는 호칭이 중국의 황제보다 한 단계 아래에 해당되기 때문에 고구려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에서는 민족의 자주성을 강조하기 위해 황제라는 호칭을 사용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럼 어느 호칭이 정확한 것일까? 고대사에 대한 우리 역사의 사료가 빈곤한 탓으로 정확히 단정짓기는 어려우나 우선 고조선에서는 '천왕'이라는 호칭이 사용되었다. '붉은 악마' 휘장에 쓰여 잘 알려진 '치우천왕'이 고조선의 임금 중의 하나였다.

부여에는 뚜렷한 기록이 없지만 고구려가 부여에서 갈라져 나온 것으로 보아 부여 역시 고구려와 비슷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고구려 때 사용되었던 임금의 호칭은 태왕이었다. 현재 방영 중인 <대조영>(연출 김종선, 극본 장영철)에서는 이를 정확히 반영하고 있다.

a 최근 임금 호칭 논란을 빚은 <주몽>

최근 임금 호칭 논란을 빚은 <주몽> ⓒ MBC

흔히 우리는 고구려의 정복군주였던 광개토왕을 어찌 단순히 왕으로 부를 수 있겠는가 하여 '광개토대왕'으로 부르지만 그 역시 '광개토태왕'으로 불러야 옳은 것이다. 이는 광개토태왕비의 묘호인 '국광상광개토경평안호태왕'를 보아도 잘 알 수 있다. 태왕이란 '왕중의 왕'이란 뜻으로 중국과는 다른 독자적인 천하관을 가지고 동아시아의 패권을 다투었던 고구려의 자주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는 말이다.

그럼 고구려와 동시대에 삼국의 패권을 다투었던 백제는 어떠할까? 백제의 무령왕릉 지석을 보면 무령왕의 죽음을 나타내는 말로 '붕어(崩御)' 란 표현이 등장한다. 이 표현은 황제에게 쓰는 표현이고 그것으로 보아 백제 역시 중국의 황제의 지위와 동등한 위치에 있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한 백제의 칠지도에 관한 기록 중 성엄이 하사한 것이란 부분이 있는데 '성엄'이란 지방제후의 왕이란 뜻으로 이는 '건길지'와 더불어 백제만의 황제를 표현하는 호칭이었을 것으로 사료된다.


이외에도 '흠정만주원류고'라는 청나라 때 편찬된 사서에는 백제를 중국 동부 지역을 지배한 황제국으로 기술했다. 조선과 그리 좋은 관계가 아니었던 청나라였으므로 백제를 미화시켜 저술할리는 만무함에도 이런 기록이 있다는 것은 당시 백제의 자주성을 명백히 보여주는 예이다.

a '태왕'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대조영>

'태왕' 호칭을 사용하고 있는 <대조영> ⓒ KBS

삼국의 또 한 나라인 신라 역시 황제국에서 볼 수 있는 '태자', '도독' 이라는 말이 있는 것으로 보아 황제국이었음을 알 수 있고 삼국을 재통일한 고려 역시 칭제건원의 기록이 있는 것으로 중국과 대등한 지위를 표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신라나 고려는 황제에 해당하는 독자적인 호칭에 대한 기록은 없어 아쉬움을 남겨준다.


사극의 시청자들의 눈높이 나날이 높아지고 있고 따라서 사극의 제작자들은 이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대중 매체의 영향력은 결코 낮은 것이 아니므로 왜곡된 역사의 내용으로 사극을 제작한다면 많은 이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다. 우리 조상들은 역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주성을 지키려고 노력해왔다. 그런 역사를 그리는 사극에서 올바른 임금 호칭을 사용하는 것은 그러한 조상들의 노력에 보답하는 길일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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